한말글 사랑방         눈길을 사로잡는 것

한글새소식 제264호(1994. 8.) 눈길이 머무는 곳

 

 



 

 


 

 

  19쪽의 사진은 종로 서적에서 뽑은, 올 상반기에 우리 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고 많이 읽힌 책 50가지입니다.(《동아 일보》7월 14일자 전면 광고).

  한눈에 보아도 모두 한글 전용을 실천하고 있는 책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을 거꾸로 살려고 하지 않는 다음에야, 무작정 한자가 필요하다고 우겨대지는 못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시대에도 역사의 큰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려는 어리석은 사람들은 있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요즘 다른 곳도 아닌 서울 시청의 '거꾸로 걷는' 모습에 크게 실망하고 있습니다.

  서울 시청은 7월 19일, 학계와 관련 단체, 시민 들의 거듭된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한자를 섞어 쓴 보조 현판을 달았습니다(오른쪽 사진 참고). 우리의 서울은 마침내 과거의 역사 속으로 뒷걸음질치고야 말았습니다.

 

  서울 시청은 또한, 방학 동안에 '어린이 한문 교실'을 열고 서울시 전역에서 서당식 교육에 열을 올렸습니다. 우리의 새싹들까지도 과거의 역사 속으로 떼밀어 넣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정도 600년을 맞은 우리의 서울이 600년 전으로 되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글새소식』제264호(18-19쪽)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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