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한글․한국어’는 너무도 익숙하여 그 소중함을 종종 잊고 지냅니다. 손전화 메시지, 도로 표지판, 책과 뉴스 등등은 우리 일상 속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우리가 자유롭게 한글․한국어를 쓰기까지는 수많은 이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한글학회”가 있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글학회 자료곳간(아카이브)”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료곳간은 단순히 기록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라, 한글과 한국어를 지키고 가꾸어 온 귀한 역사와 사람들의 뜻을 되새기고 널리 알릴 수 있는 의미 있는 문화 자산이 될 것입니다.
한글학회는 1908년에 창립하여 몇 번의 명칭은 바뀌었지만, 그 중심 정신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우리말과 글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올바르게 지켜 나가자는 뜻이었습니다. 1926년에는 “가갸날”을 제정하여 한글의 창제와 가치를 되새기는 날을 만들었고, 1933년에는 널리 알려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발표하였으며, 1948년에는 “세종날”을 제정하여 세종대왕의 성덕과 정신을 기리는 일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 민족의 언어 유산을 집대성하기 위한 조선말 큰사전 편찬 작업도 시작했습니다. 한글학회가 걸어온 길은 곧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한 헌신의 역사’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글학회의 활동은 수많은 분들의 땀과 뜻이 모여 이룩된 결과입니다. 주시경 선생님을 비롯하여 수많은 선열들의 삶과 활동들을 낱낱이 조명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자료곳간”은 단순한 문서의 모음이 아니라, ‘사람의 정신과 생각을 담아두는 그릇’이 되어야 합니다. 인물의 생애, 주요 활동, 저술, 육성 자료 등이 함께 정리된다면, 우리는 단순히 한글․한국어의 역사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뜻과 가치관’까지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글학회의 자료곳간을 5개 공간으로 꾸며 본다면, ‘역사 연표관’에는 한글학회의 연혁과 명칭의 변천, 시대별 활동과 사건들을 연도순으로 정리하여, 학회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합니다. ‘인물 자료관’에는 주요 인물들의 사진, 연보, 업적뿐 아니라 관련 영상, 육성 인터뷰, 어록 등을 함께 소개합니다. 이분들의 깊은 생각과 삶의 궤적을 알 수 있는 공간입니다. ‘성과 자료관’에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 큰사전 편찬, 한글날 제정 등 주요 성과들을 당시의 문서, 사진, 회의록 등과 함께 정리하여 보여줍니다. ‘문헌 및 시청각 자료관’에는 관련 논문, 저서, 회보, 기사 등은 물론, 강연 영상이나 행사 기록 등 시청각 자료도 함께 제공하여 풍부한 접근이 가능하게 합니다. 끝으로 ‘참여형 교육 공간’에는 대중이 참여할 수 있도록 퀴즈, 온라인 강좌, 교육자료 다운로드 등의 기능을 더하면, 어린이와 청소년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적 자료곳간이 될 수 있습니다.
자료는 나눌수록 살아납니다. 이러한 자료곳간은 단지 정리의 의미를 넘어서 ‘함께 배우고 기억하는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부 자료는 외국어로도 제공하면, 한글에 관심 있는 해외 연구자나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에게도 소중한 자원이 될 것입니다. 자료는 함께 나눌 때 그 가치가 더욱 살아납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오늘날은 디지털 시대입니다. 종이 문서와 사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쉽게 손상되거나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만큼 지금이야말로 자료를 디지털로 보존하고 정리해야 할 때입니다.
“한글학회 자료곳간”은 단지 과거를 보관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말과 글을 통해 ‘민족의 혼을 지키려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공간이자, 앞으로 우리가 한글․한국어를 어떻게 사랑하고 가꾸어야 할지를 함께 생각하는 공간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한글과 한국어는 수많은 분들의 노력 위에 세워진 소중한 유산입니다. 이 유산을 제대로 기록하고 전하는 일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몫입니다.
한글학회 제63대 회장 김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