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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 한글학회 자료곳간을 만들자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한글·한국어’는 너무도 익숙하여 그 소중함을 종종 잊고 지냅니다. 손전화 문자(메시지), 도로 표지판, 책과 뉴스 들은 우리 일상 속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우리가 자유롭게 한글·한국어를 쓰기까지는 수많은 이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한글학회”가 있었습니다.

  •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많은 분들이 이 학회의 이름은 들어보았어도, 그 안에서 어떤 분들이 어떤 활동을 해 왔는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글학회 자료곳간(아카이브)”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료곳간은 단순히 기록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라, 한글과 한국어를 지키고 가꾸어 온 귀한 역사와 사람들의 뜻을 되새기고 널리 알릴 수 있는 의미 있는 문화 자산이 될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올해부터 국가기념일이 된 “세종날” 628돌을 축하하면서, 한글학회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자료곳간을 함께 만들어가면 좋을지 그 구상을 나누고자 합니다.

    한글학회, 백 년을 넘긴 걸음

      한글학회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117년 전인 19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해 “국어연구학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워졌으며, 이후 “한글모(1913)”, “조선어연구회(1919)”, “조선어학회(1931)”라는 이름을 거쳐, 광복 이후인 1949년에 지금의 “한글학회”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비록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름은 바뀌었지만, 그 중심 정신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우리말과 글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올바르게 지켜 나가자는 뜻이었습니다.
      1926년에는 “가갸날”을 제정하여 한글의 창제와 가치를 되새기는 날을 만들었고, 1933년에는 널리 알려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발표하였습니다. 또 1929년에는 ‘조선어사전편찬회’를 조직하여 민족의 언어 유산을 집대성하기 위한 『조선말 큰사전』 편찬 작업도 시작했습니다.
      특히 일제강점기에는 한글을 지킨다는 것이 단지 학문이나 문화 활동의 수준을 넘어선 ‘위험한 저항 행위’로 받아들여졌고, “조선어학회 수난”으로 많은 학회 회원들이 투옥되고 고초를 겪는 일도 있었습니다.
      한글학회가 걸어온 길은 곧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한 헌신의 역사’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인물에 담긴 정신,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한글학회의 활동은 수많은 분들의 땀과 뜻이 모여 이룩된 결과입니다. ‘주시경, 이윤재, 최현배, 이극로, 권덕규’ 선생님과 같은 분들은 언어학자이면서도 교육자, 민족운동가로서 우리말과 글을 연구하고 지키신 분들입니다.
      이분들의 삶은 단지 한글 연구의 성과만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어떤 시대를 살았고, 어떤 생각을 품었으며, 어떻게 실천했는지까지 함께 조명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자료곳간”은 단순한 문서의 모음이 아니라, ‘사람의 정신과 생각을 담아두는 그릇’이 되어야 합니다.
      인물의 생애, 주요 활동, 저술, 육성 자료 등이 함께 정리된다면, 우리는 단순히 한글·한국어의 역사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뜻과 가치관’까지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모습의 자료곳간이 필요할까요?

      한글학회 자료곳간은 다음과 같은 여러 영역으로 구성해 볼 수 있습니다.
    1. 역사 연표관
    한글학회의 해적이(연혁)와 이름의 변천, 시대별 활동과 사건들을 연도순으로 정리하여, 학회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합니다.
    2. 인물 자료관
    주요 인물들의 사진, 연보, 업적뿐 아니라 관련 영상, 육성 인터뷰, 어록 등을 함께 소개합니다. 이분들의 깊은 생각과 삶의 궤적을 알 수 있는 공간입니다.
    3. 성과 자료관
    한글 맞춤법 통일안, 큰사전 편찬, 한글날 제정 등 주요 성과들을 당시의 문서, 사진, 회의록 등과 함께 정리하여 보여줍니다.
    4. 문헌 및 시청각 자료관
    관련 논문, 저서, 회보, 기사 등은 물론, 강연 영상이나 행사 기록 등 시청각 자료도 함께 제공하여 풍부한 접근이 가능하게 합니다.
    5. 참여형 교육 마당
    대중이 참여할 수 있도록 알아맞히기(퀴즈), 비대면(온라인) 강좌, 교육자료 내려받기(다운로드) 등의 기능을 더하면, 어린이와 청소년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 자료곳간이 될 수 있습니다.

    자료는 나눌수록 살아납니다

      이러한 자료곳간은 단지 정리의 의미를 넘어서 ‘함께 배우고 기억하는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누리그물(인터넷)과 손전화 등을 활용하여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하면, 학생, 교사,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 누구나 이 자료를 보고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일부 자료는 외국어로도 제공하면, 한글에 관심 있는 해외 연구자나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에게도 소중한 자원이 될 것입니다. 자료는 함께 나눌 때 그 가치가 더욱 살아납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오늘날은 초고속 정보통신 시대입니다. 종이 문서와 사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쉽게 손상되거나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만큼 지금이야말로 자료를 디지털로 보존하고 정리해야 할 때입니다. 오래된 회보, 손으로 쓴 원고, 흑백 사진 한 장도 지금 갈무리해 놓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지 모릅니다.
      또한 요즘은 한글과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과거에는 그것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를 모르는 세대도 많아졌습니다. 자료곳간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소중한 통로가 될 것입니다.
      “한글학회 자료곳간”은 단지 과거를 보관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말과 글을 통해 ‘민족의 혼을 지키려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공간이자, 앞으로 우리가 한글·한국어를 어떻게 사랑하고 가꾸어야 할지를 함께 생각하는 공간입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아름다운 글자 한글과, 한국어는 수많은 분들의 노력 위에 세워진 소중한 유산입니다. 그 유산을 제대로 기록하고 전하는 일은 후손 된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몫이라 생각합니다.

  • 한글학회 제63대 회장 김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