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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검지장치실"이 뭐고?(한글새소식 제526호)

 

 

 

  '유수검지장치실'이 뭐고?

  시아버님이 아파트 복도 한 쪽에 있는 벽을 가리키며 물으셨다. 과연 벽에 붙은 커다란 쇠문에 '유수검지장치실'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사 온 지 4년 만에 처음 보았다. 우리 집 현관문 바로 옆에 있는데도 이러한 곳이 있다는 걸 이제야 알다니,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무슨 말인지 당최 알 수 없는 문구라 나의 무의식이 그냥 무시해 오고 있었던 게 아닌가싶다.

  그 날 저녁에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유수검지장치실'이란 '물 흐르는 것을 사전에 검사하여 알아내고 조절하는 장치(기계나 설비)가 있는 곳'이란다. '유수'가 '흐르는 물'이고, '검지'가 '검사하여 알아냄'이란 뜻을 지닌 한자말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물 흐름 살피고 조절하는 곳'이라고 적어놓아도 되지 않을까? 시골에 전화를 걸었다. '아버님, 낮에 물어보셨던 거, 알아보니까 물 흐름을 살피고 조절하는 곳이래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버님이 휙 던지듯 말씀하셨다.

  '벨 거 아니구만! 하여튼 나라들은 마카(모두) 어려운 말만 좋아해서, 원….'

 

성 현주/서울시 서대문구 수색로 100

 

―『?한글새소식526(18)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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