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는 서울 광화문 광장은 한글날 큰잔치의 여운이 채 걷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세종대왕 동상 앞에는 아직 꽃다발이 놓여 있고 해치마당 안쪽 한글누리에는 한글 상품들이 보란 듯이 진열돼 있었다. 마침 세종대왕 동상 뒤쪽에서는 '2016 리스타트 잡페어'라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알고 보니 해마다 수만 명씩 참가한다는 취업 박람회라고 한다. 그런데 이 중요한 행사 이름이 어찌하여 '리스타트 잡페어'가 되었을까?
이 생소한 외국어가 나타나기 전에는 '취업 박람회'였다. 박람회라는 것이 주로 물품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 마뜩치 않다면 '일자리 장터'쯤으로 다듬어 쓰면 된다. 이것이 언어의 진화이다. '○○프라자'는 이미 '○○광장'으로 바로잡혔고, 이는 다시 '○○한마당'으로 순화되고 있다. 그러한 때에 세종대왕 동상 곁에서 다시금 낯선 외국어 '리스타트 잡페어'를 대하니, 퇴보해 가는 언어 현실에 수치감마저 든다. 이 가을, 바람에 펄럭이는 '잡페어' 알림막은 우리 국민을 자폐아로 몰아붙이고 있다. <엮은이>
―『?한글새소식』제531호(11쪽)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