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서 '육생비오톱'이란 표지판을 보았습니다. '육생'은 육지에 사는 생물을 가리키는 말이겠지요. '비오톱'은 그리스어로 생명을 뜻하는 비오스(bios)와 땅 또는 영역이라는 뜻을 지닌 토포스(topos)를 합친 낱말로서 특정한 식물과 동물이 하나의 생활공동체, 즉 군집을 이루어 지표상엥서 다른 곳과 명확히 가를 수 있는 일종의 서식지를 뜻합니다.
좀 더 쉽게 말하여, 도심 곳곳에 최소한의 자연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생물 군집 서식 공간을 만들어서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노릇을 해보자는 뜻으로 세운 표지판이지요. 그렇더라도 '육생비오톱'이란 표지판 제목은 도무지 낯설고 어렵기만 합니다. 누구나 읽고 그 뜻을 알기 쉽도록 '자연과 함께하는 공간'이나 '동식물이 살고 있어요'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표지판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먼저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할 듯합니다.
성 제훈
농업진흥청 농업연구관
―『?한글새소식』제533호(19쪽)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