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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

사연 하나.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듯, 얼마전부터 메일을 체크할 때면 꼭 들러보는
곳이 한곳 생겼습니다. 그냥 잠깐 들렀다가 가곤 하지만 새 소식이 없으면 왠지 허전해지기까
지 하는 곳. 어딘지 말씀 드리지 않아도 아시겠죠? 그래서 말인데요, 열심히 찾아오는 독자들을
위해서러도 선생님들 소식 자주 주십시오. 이렇게 처음에는 이름과 얼굴이 함께 기억되지만 세월
이 가면 가슴속에 얼굴로만 기억되다가 그것마저 희미해지면 '캬!, 아! 달맞이꽃, 홀로서기의 선
생님 등등으로라도 기억하고 싶거든요...

사연 두우~울
어제 아침엔 그이가 '오늘 프린스턴 도서관에 갈껀데 같이 갈래? 같이 간다면 맛있는 점심 사주
고...' 그래서 점심 얻어먹을 생각으로 급히 책 몇 권 챙겨서 따라나섰는데 차에서 그러더군
요.'아~! 어제 테니스장에서 해리를 만났는데 당신 안부 묻더군. 계속 그림 그리냐고... 그래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해줬지'하면서 씩 웃더군요. 전 그이의 웃음이 '난 다 알고 있지. 지난번
작품전 이래로 붓 한번 들지 않은 그 누구를...'하는 의미인냥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같이 도서
관가서 놀까하는 생각을 바꿔서 미술관으로 갔습니다. 프린스턴 대학 미술관은 규모는 그리 크
지 않지만 매년 달력에 실리는 그림들을 비롯하여 유명한 작품들이 빼곡하게 있거든요. 옛날에
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열심히도 왔었는데 그러고 보니 참 오랫만이었습니다.
갈 때마다 앤디 와홀의 마릴린도 모딜리아니의 비뚤어진 코의 아저씨도 늘 그 얼굴로 저랑 마주
치지만 늘 새로운 느낌으로 눈이 마주치곤 합니다.가끔씩 이렇게 자극(?) 받으면 가끔씩 이렇게
가슴이 데워지지만 문제는 그 뜨거움이 손으로 연결이 되질 않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
게 말합니다. 아직은 여름방학중, 찬바람 일면 시작하지 뭐...

사연 세엣.
도서관 가는 길에 조금은 이른 점심을 먹으러 독일(식?) 음식점엘 갔었습니다. 분위기도 좋고
아가씨들도 독일 전통 옷을 입고.. 다 좋았죠. 특히 메뉴 표가 참 특이했는데 음식 이름들이 무
척 재미났습니다. 그러다가 전 눈에 익은 이름을 발견하고는 자신있게 '로렐라이'(독일 이재인
선생님 생각이 나서요.)를 시키고 그이는 '헨젤과 그레텔'을 시켰죠. 그런데 제 음식은 감자 칩
과 샌드위치 빵 사이에 칠면조 고기만 잔뜩 들어있는 ... 그래서 로렐라이 언덕엔 칠면조들이 많
이 사나봐. 그 칠면조들은 라인강 강물 보면서 살아서 좋겠다 등등의 이야기로 배를 채웠죠. 진
짜로 칠면조들이 많은가요? 로렐라이 언덕에???

사연 네~엣.
얼마전이라 기억되는군요. 어떤 분이 올려 놓은 시 한편 때문에 가슴이 많이 설렌 적이 있었습니
다. 그런 거 있잖아요. 내 감정을 누군가가 아름다운 언어로 요점 정리를 해 놓았을 때 느껴지
는 묘한 느낌 같은 것들... 그 시 한 구절은 17년 전의 어느 한때로 저를 옮겨 놓았습니다. 첫
느낌이 좋았던 어떤 사람, 한없이 크게만 느껴지던 사람, 뭔가 내 인생을 바꿔 놓을것 같았던 사
라, 사랑한다던 감정보단 존경한다던 감정이 앞서던 사람, 그래서 이제껏 반말(?) 한번 못해보
고 살아온 사람 , 내일이면 그 사람이랑 서로 홀로서기를 격려하며 같이 살기로 한지 12년이 되
는 날입니다.

사연 다섯.
친구가 소식 전하면서 벌써 입추가 지났다고 하더군요.
이곳도 어제 오후에 내린 폭우로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가을학기 시작하기 전에 새로운 자료
도 찾고, 수업 계획표도 다시 다듬어야하고... 할 일이 많은 것은 모든 선생님들이 다 같으시리
라 생각 됩니다. 오고 가시는 길에 좋은 자료들 있으시면 꼭 소개해 주시고 재미나는 사연도 좀
올려주시고...

첫 느낌이 좋았던 우리 선생님들 생각하면 늘 그리운
선미 드림, 필라델피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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