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라고 제목을 쓰고 보니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오늘은 시 소개 대신 즐거운 소식만 늘어 놓을게요.(전 아직도 이 -게요가 눈에 익숙하지 않아
서 자꾸만 -께요를 쓰게 됩니다.)
즐거운 소식 1
무지무지 바쁜 한 주간이었습니다.
토요일 저녁엔 재미한인학교 협의회 임선자 회장님께서 필라델피아를 방문하셨고 내년에 열릴
제 20차 재미한인학교 정기총회 및 학술대회 장소로 델라웨어강 옆에 있는 하얏트호텔이 선정
되었습니다. 회장님과 임원들이 직접 호텔을 답사했는데 야경도 멋있고 어느분 말씀처럼 분위
기도 끝내주고, 또 산책 코스도 환상적이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라서 만장일치로 결정된 장소입
니다. 걸어서 3,4분 거리에 유명한 선상 식당도 있어 필라에 오신 선생님들께서 학술대회를 통
해 교육적인 것을 가져가시는것 외에 아름다운 추억도 가져가셨으면 하는 것이 저희 준비하
는 측의 희망사항입니다. 이번엔 위치가 뉴욕과 워싱턴의 중간 지점이고, 또 20차 총회, 새 회
장단 선거 등으로 예년에 비해 많은 약 600분 정도의 선생님과 관계자들이 참석하시리라는 예
상을 하고 있습니다. 미주 지역 선생님들, 많이 참석해 주세요.
즐거운 소식 2
10월 1일자 미주동아일보에 추석, 한가위 특집 기사로 저희 무궁화 반 학생들이 저의 집에서
송편을 만들면서 한국문화를 배우는 과정이 실렸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저희 반이 소개
된 신문 기사를 가지고 글쓰기(신문 기사)를 공부하려고 합니다. 학생들이 자신들이 소개된 기
사를 가지고 공부할 때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이번에 송편 만들기, 윷놀이, 공기놀이 등을 하면서 아이들도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금방 쪄낸 떡이 말랑거리지 않고 딱딱한 이유가 물을 팔팔 끓이지 않았거나 반죽 시에 물을 적
게 넣어서 그렇다는 사실을 실패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지유(저희반 여학생)가 만든 떡뽁이
가 너무 맛있어 모두들 (특히 또래 남학생) 감격했었지요.
그리고 학습환경을 바꿔주면 학생들의 호응도,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도 다시
느꼈고요. 그 학습 환경의 장소로 저의 집을 택한 이유는 첫째, 교회에서 부엌을 쓰니까 장소
가 없었고 둘째는 어린 시절, 선생님 집에 대한 막연한 추억 때문이었습니다.
중학교 일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가정선생님이셨는데 집이 서울이신 관계로 학교 부근에서 자
취를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남자 친구가 없으셨나 봐요. 그 덕에(?) 토요일 오후
등 한가한 시간에 저랑 친구들을 자주 데려 가셨더랬어요.
그 당시 어린 눈에 사과 궤짝을 놓아서 만든 아이디어 침대, 간이용 옷장, 선생님의 요리하시
는 모습 등등...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고등학교 때엔 저희학교에서 제일 인기가 높았던 국어 선생님이 막 결혼을 하셔서 학생들 몇
명이 선생님 댁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아주 귀엽게 생기신 사모님더러 커피를
내오라고 말씀하셨고 우린 눈이 동그래지긴 했지만 '역시 국어 선생님은 멋지셔'를 연발하며
커피에 설탕을 듬뿍듬뿍 넣었습니다. 잠시 후 무진장 많이 넣었던 설탕이 설탕이 아니라 맛소
금이었다는 사실을 서로의 얼굴(드러내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하던)에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난처해하시던 사모님의 귀여운 얼굴과 더 난처해하시던 국어 선생님의 빨개진 얼굴이 오버 랩
되면서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시절, 선생님이란 참 이상적인 존재였고 선생님들의 말 한마디가 큰 영향을 미치곤 했습니
다.
즐거운 소식 3
교육학 강의 첫 시간이었습니다.간단한 소개를 마친 교수님께서 지금 이 순간 특별하게 생각되
는 선생님 다섯 분이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는 질문을 하셨지요. 전 그 순간 최교명, 우기
옥, 김봉화, 이순천, 장세기, 송강, 방정웅...선생님들의 이름을 떠올리곤 손을 들어 이름을
말했습니다.그 수업 시간엔 저 말고 6명의 미국 학생들 (모두 교사 실습까지 마친 예비 교사
들)이 있었는데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교수님은 저에게 '복이 많은 사람이군요.'라고 말씀하셨고 저 역시 엄마가 어디 가셔서 제 사
주팔자를 보실때면 '인복을 타고남'이라고 나온다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서 '저도 그렇게 생
각해요.'라고 말하고선 같이 웃은 적이 있습니다.
그날 저녁에 남편에게 '다섯 명의 선생님'에 대해서 말하면서 저도 아이들이 어쩌다가 기억해
주는 다섯 명의 선생님 중에 하나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그러는거 있죠.' 잘 ~해보시게'
그이는 미국학생들은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 같은 그런 스승과 제자의 관념이 희박하다고 합
니다. 한국에 있으면 제자들 길러내는 재미가 있으려니 하다가도 요즘은 한국도 미국과 비슷
한 실정일 꺼라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고 주말에 서너 시간 만나서 한국말과 글을 공부하는 짧은 만남이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편하게 찾아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 놓을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은 한국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주로 이사를 간 지혜를 생각하면 열심히 해야겠다
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어느 날, 지나가던 저를 크게 안아주면서 흘리고 간 그 아이의 말.
참 기분 좋은 말이었거든요.
즐거운 소식 4
오늘은 남편의 친구 부부에게 아주 기분 좋은 일이 있었고, 그 좋은 소식을 알려주고 싶은 사
람 1호로 저희가 생각났다며 맥주병 사들고 찾아온 사람들이 너무 정겹고 좋아서 밤늦도록 이
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분들 돌아가고 전 좋은 기분을 아직도 유지하며 학회 한마당에 글을 쓰
고 있습니다. 좋은 소식은 언제 들어도 좋죠? 주변을 둘러보면 자랑스런 의지의 한국분들이
참 많이 계십니다.전 그 친구분을 미래의 건교부 장관이라고 부르길 좋아합니다. 겸손하고, 실
력 있고, 열심히 사는 모습이 좋고 희망이 있어서요...
세계 각 도처에서 꿈나무들을 가꾸시고 계신 의지의 한국인, 우리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또 기
분이 좋습니다.
그래서 오늘 일기장엔 짧은 두 마디만 달랑 써질 것 같습니다.
'기분 좋다. 참 좋다'라고....
기타 소식
우연히 오 쥴리아 선생님을 한국식품점에서 만나뵈었습니다. 여전하시고 좀 덜 바빠지시면 이
곳에 찾아오시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오 쥴리아 선생님과 헤어지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
요. 만약에 서울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그 분과 저는 영원히 모르는 사람으로 스치듯 만나고
헤어지고 했을 텐데...
그러고 보니 학회에서 만나 2주간 동고동락한 사실이 새삼 더 그립고 의미가 있는 만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렐라이 선생님, 저도 누구누구랑 똑 같은 말을 해 드리고 싶어요.'우와아~....'
원더우먼 선생님은 내년에 필라에서 꼭 만나요. 두 미녀의 사진이라... 무척 궁금하네요.
미스 멕시코 = 똑똑하고 글도 잘 쓰고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사람!!!
초리별 선생님 자주 만날 수 있어서 좋고요, 달맞이꽃 선생님은 처음, 정호승님 시를 보내선
이 아줌마로 하여금 시집을 들썩거리게 만드셨지요. 보고 싶네요.
빅 애플의 백은주 선생님의 이름이 귀에 많이 익어요. 만나 뵈면 알 것도 같은 느낌이 듭니
다. 내년에 만나 뵙길 기대합니다.
젊은 오빠, 한글학회 식구분들 모두 추석 연휴 잘 보내시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미스 아르헨티나, 미스 몽골의 덜거르마 아가씨도 '빗속의 여인'이 잊혀지기 전에 학회 한마당
으로 나들이 오시길...
글을 쓰다보면 생각이 우후죽순처럼 떠오르는데 지금은 이런 말이 생각나요.
'청소년 여러분 밤이 깊었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아니 갑자기 이런 말이 왜???
아마도 이제 잠자라는 의미겠죠?
'잠'이란 단어가 나오니까 졸릴려고(? 영문식 표현?)해요.
오늘 일기 쓰기는 건너뛰고 대신 '기분 좋다. 참 좋다.'를 3번만 외우다가 잠들겠습니다.
기분 좋은 밤, 좋은 꿈들 꾸시길 빌며...
오늘은 끝까지 좋은 것만 생각하기로 하면서
필라델피아에서 전하는 소식이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