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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껍했슴다

어젯 밤 9시 몇 분쯤.... 어항 속의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한가한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어항 물이 출렁출렁 하더라구요.
혹시나 싶어서 천정을 올려다보니 전등불도 흔들흔들....지진이었습니다.
온 동네 개들은 개들대로 짖어대고, 새들은 새들대로 짹짹거리고....동물들이 먼저 안대죠?
한동안 뜸하다 싶더니만 드디어 올 게 온 거죠. 크고 작은 (개인적으로는 모두 작은 놈들뿐이었지
만) 지진이 자주 나는 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것도 팔자려니, 내가 아무렴 이 먼 땅에 와서 뼈를 묻
을 일이야 있겠나, 살만큼 살다 가면 되지....생각은 하지만, 한참만에 찾아온 지진에 놀라서 얼른
복도로 나가 바깥을 내다 보았습니다.
발 빠른 사람들은 벌써 마당에 다 모여 있더군요.
저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있어도 지진시에는 타지 말라고 그러죠) 꼭대기인 5층에 살아서 뛰
어나가려도 한참 걸립니다.
그냥 마음을 비우는 게 최선이죠.
언젠가 새벽 1시가 넘게 잠도 안 자고 뭘 한답시고 꾸물적대고 있다가 건물 전체가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좌우로 마구 흔들리길래 눈썹을 휘날리면서 마당으로 뛰어내려갔더니.... 그 시간엔 우
리 아파트 주민들 다들 자고 있었는지 한 사람도 안 나와있더라구요. 혼자서만 그 새벽에 그 마당
에 한 2분 쑥스럽게 서 있다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하여간, 어젯 밤 그렇게 지진이 지나간 후에도 괜히 예민한 척 하고 천정만 올려다보고 있다가 늦
게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보니 제가 퍼 자고 있던 그 시간에 또 한 차례 작은 여진
이 있었나 봅디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교훈: 괜히 잠 설치며 늦게까지 깨 있지 말고 일찍일찍 잡시다. 잠들어버리면
몰라요, 지진이건 뭐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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