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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마시겠습니다!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전 제 친구인 강물 찾아가서 그 친구 얼굴 실컷 보고 왔습니다.
그 친구,
아무 말 없이 그저 흐르기만 하는데 아침 햇살에 반짝거리는 물결사이로 물고기 한 마리가 번
쩍 뛰어오르더니 인사를 하고 다시 물 속으로 사라집니다.
잔잔한 파문이 일어났다가 사라진 자리
다시 아침 햇살로 반짝입니다.

흐르는 생각, 하나...
지난 토요일(13일)에는 필라델피아에서 제 14회 한글날 기념 그림 그리기 및 글짓기 대회가 열
렸습니다. 각 학교에서 뽑힌 학생들이 참가해서 한국학교에서 배운 실력을 발휘하는 의미 있
는 행사였습니다. 저희학교는 교감선생님께서 바쁘셔서 제가 대신 학생들을 인솔하여 간 죄로
(?) 글짓기 부문의 심사를 보게 되었지요.
열 가지의 글짓기 제목이 주어졌는데 많은 학생들이 '친구'라는 제목을 택해서 글을 썼습니다.
학생들(4-10학년)의 글을 읽으면서 전 그 나이 또래들이 생각할 수 있는 재미난 생각들, 친구
의 중요성, 선생님의 역활 등등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느 학생의 글 중에 자기가 어떤 한 친구를 왜 좋아하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전화 통화도 오래하고, 옷도 같이 사 입고, 기쁨을 함께 해서 좋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도 자기에게 해 주지 않는, 아니 말해주기기 싫어하는
자기의 단점을 이야기 해줌으로써 자기로 하여금 더 잘 되게 해준 점이라는 내용의 글이었습니
다.
이름도 학교도 가려져 있었지만 전 그 학생과 그 친구의 훈훈한 우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학생들의 우정은 쉬이 식지 않고, 작은 일에 상처받지 않으며,오래 오래 갈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흐르는 생각, 두울...
2001년 여름, 한글학회의 연수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떠났던 2주간의 여행(?)은 저에게 있
어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가족, 친한 친구 외에 낯선 사람들과 같이 밤을 지세우는 일이 처음이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
았고 이내 훈훈한 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길을 걸어가는 분들이었기에 처음 만나도 마치 오래 동안 알고
지내던 분들같이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제 각기 개성과 다양한 재능을 지니신 선생님들 뵐 때
마다 배울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아쉬움을 안고 헤어진 선생님들이 젊은오빠의 애쓰심으로 인해 국외교사 한마당으로 한 분 두
분 오셔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올려놓으시면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가서 읽어보는 즐거움. 참
좋았습니다. 언젠가 초리별 선생님께서 다른 선생님 이름을 오타해서 올리시자 '이름은 좀 제
대로 적어주소.'라던 이재인 선생님의 글귀가 너무 정겹고 재미있어서 혼자서 낄낄거리며 웃
은 적이 있습니다. 키가 크신 로렐라이 선생님을 위시하여 미스 멕시코, 미스 스페인, 초리
별 선생님, 그리고 많으신 분들께서 한마당에 올려놓으신 글을 읽으면서 '와!' '역시 우리 선
생님들이셔'등의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오곤 했습니다.
'늘 가보고 싶은 곳'으로 제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흐르는 생각, 셋...
누군가 말해주지 않으면 제가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때가 있습니다.
영어단어 하나를 늘 틀리게 발음하곤 했는데 전 제가 틀리게 발음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
고 있었습니다. 아이 아빠가 어느 날 말해주더군요. 그런데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아직도 입에
서 틀린 발음이 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늘 조심하니까 실수를 하는 횟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저의 생각의 짧음, 부족한 말주변 등으로 인해 마음이 불편하셨던 선생님들이 계셨다면 이 자
리를 빌어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이런 실수가 다시는 없도록 노력할게요.
예쁘게 봐 주세요.^^
그리고 김한빛나리 선생님께도 사과를 드립니다.
정확히 알고 가르쳐야할 한국어 교사가 틀린 것을 가르치게 그냥 보실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달다'의 명사형인 '닮'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면서 제가 실수한 이야기를 해주었는
데 학생들이 어찌나 재밌어하던지...
그 아이들은 제가 몰라서 실수한 이야기 들으면서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길 바랬습니다.

흐르는 생각, 넷...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납니다.
강물 때문인가?
아니면 로렐라이 선생남께서 올려놓으신 독일 맥주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잘 마시겠습니다.
참, 젊은오빠 선생님께도 한 잔 !
선생님의 '한글 사랑'의 실천을 전 좋아합니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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