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같이 수업듣던, 그러나 논문만 남겨놓고는 다들 뿔뿔이 흩어져서 소원해져버린 몇 명
의 친구들과 통화를 했습니다. 누구는 애를 낳았다고 하고, 또 누구는 형제 중에서 누가 낳아
놓고 몰라라하는 조카를 거두어 키우고 있다고 하고, 누구는 나이 마흔이 훌쩍 넘어서 장가
를 갔다고 하고...다들 공부만 빼고는 참 열심히들 살고 있더군요. 다들 조만간 한 번 뭉치기
로 했어요. 그리고 제껴뒀던 논문도 다시 한 번 틀어잡아서 써 보자고 결의를 다지기로 하구
요.
한글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오늘 오후부터 괜히 기분이 꾸물꾸물하더니,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
에서 그 찝찝한 기분이 극에 달해서 괜히 마구마구 쓸쓸해지더니만, 아무 메세지도 담겨있지
않은 무의미한 낙서와 쓰레기가 널린 매일 보던 차 안이나 차 밖의 풍경도 오늘따라 더 구역
질나게 너저분한 것 같고, 안 그래도 시커먼 피부에 제대로 닦지도 못해서 꾸질꾸질한 이 곳
사람들 얼굴도 더 비극적으로 보이고, 옆에서 시비거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서 막 화가 뻗치
고, 이 곳의 건조하고 분위기라곤 요만큼도 없는 겨울날씨도 오늘따라 더 을씨년스럽고, 쓸쓸
하다 쓸쓸하다 생각하다보니 정말 너무 쓸쓸해져서 눈물도 조금 날 뻔 했어요. 처음에 여기
덜렁 떨어졌을 때에도 이렇지 않았었는데, 정말 얼마만에 이렇게 이유없고 대책없이 가슴이
휑한지 모르겠네요. 누군가 그랬던 것처럼 혹시 저에게 조울증이...?? 아마 너무 한가해서 별
별 잡생각이 다 드나 봅니다. 찬 보리차나 한 잔 마시고 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