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바쁜 척(^^) 하느라 보라색 글씨도 못쓰고 강물 친구보러 가지도 못했습니다.
하나...
요즘 송재 서 재필 박사님에 관한 책을 몇 권 읽고 있습니다.
이곳 모 신문사에서 [한수의 여행]이란 제목으로 한국어와 영어로 연재된 소설이 있었어요.
그 소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 담당 주필님을 만나본 결과 이 소설이 서 재필
박사님의 것이란 심증은 있으시지만 아직 확실한 물증이 없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전 [한수의 여행[이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서 재필 박사님의 소설이라는 근거를 밝혀내
는 일을 돕게 되었답니다.
'심증은 필요 없어. 물증이 필요해!'란 말과 함께...
얼마 전, 필라델피아에 있는 '서재필 기념재단'에 가서 책,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는 동안
눈에 쏙 들어오던 포스터가 있었습니다.
그 자료를 쳐다보면서 전 중학교 시절로 돌아갔고요...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의 한쪽에 작은 신문 사진이 하나 실렸는데,
그 사진 속에는 평소에 들어보지 못한 낱말이 쓰여있었습니다.
'문신닢독'이란 낱말은 국어사전에도 동아전과(?)에도 없었기에
전 그 다음 날 국어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선생님! 문신닢독이 무슨 뜻이어요?'라는 저의 질문에
국어 선생님께서는 혼자서 막 웃으시더니 제게 뜻을 말씀해주시는 대신
'정선미, 문신닢독을 거꾸로 읽어본다 실시.'
전 큰 소리로 '독닢(립)신문'이라고 읽었고
깔깔거리며 넘어가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빨개져오던 얼굴....
둘...
어젠 제가 평소에 무척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 댁엘 다녀왔습니다.
가끔씩 부르셔서 맛있는 밥을 주시는데 저녁을 먹고 나면
원하지 않는 독감 예방주사까지 덤으로 주시기 때문에
겨울이 시작되는 때에 '밥 먹으로 오게!'하시면 전 고민이 많습니다.
한번은 예방 주사를 놓아주신 다기에 슬그머니 화장실에 가서 안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런 절 눈치채셨는지
'내가 주사기 가지러 가는 사이에 사라지는 진석이 엄마 먼저 시작하지'하십니다.
다행히도(?) 며칠 전에 목감기에 걸렸다가 겨우 그친 상태여서
혹시나 하고 '전 벌써 감기에 걸렸다가 나았습니다.'라고 말씀 드렸는데
감기와 독감은 다르다고 하시며 기어이 주사 바늘을 팍...
저녁을 먹으면서 사모님께서 하신 말씀이 문득 생각납니다.
한번은 고해 성사를 하시는데 신부님께서 말씀하셨답니다.
'죄 중에서 무엇에건 무관심한 죄는 실로 큽니다.'
나 자신, 이웃, 친구, 그리고 그 무엇에게 관심을 가지면
세상사는 동안 해야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귀한지를 알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오래도록 나누았습니다.
작은 모래알 하나, 들꽃 한 송이에서 우주를 본다던 시인의 눈운 아니더라도
내가 알고 있는 분들 떠올리며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
관심을 주는 마음이고 싶습니다.
셋...
이곳은 요즘 이상 기온으로 봄 날씨 같은데 한국에는 며칠 전에 눈이 내렸다면서요?
별 이야기 들으면 별이 그립고, 눈 이야기 들으면 눈이 그립고....
가슴 열어서 '그립다'는 말을 퍼주고 나면 아무것도 남아있을 것 같지 않아서
여기서 사라져야겠다는 생각이......
아! 그런데 시공을 가르며 사라지는 소리가 뭐였더라???
쉬익? 씩? 샥???
주문이 틀려서 영원히 못 사라질지도 몰라~ ^^
모두들 건강한 겨울 시작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