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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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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다들 뭘 하고 지내시나... 저도 궁금합니다. 그러는 너는 뭘 하고 지냈냐고 물으신다면, 아무래도 때가 때이니만큼 다음 날이면 기억도 안 나는 뭔가를 다짐하고, 뭐 그런 거죠. 저희 한글학교는 5일부터 다시 수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보던 멕시코인 성인반은 이제 거의 폐강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아무리 놀기좋아하는 민족이라 해도 그렇지... 거의 한달째 학생이 하나도 없네요. 참 학교에서 주는 점심 먹기도 미안할 지경이 되었는데, 드디어 지난 토요일에는 괜히 빈 방 지키지 말고 담당 선생님이 자리를 비우신 중학교 1학년 수업에 좀 들어가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중학교 다닌지 15년이 넘어서, 게다가 창의력을 키우잔지 뭔지 교과 과정도 그냥 읽고 넘어가지 못할 데가 그리도 많은지 엄청 욕 봤습니다. 하여간 이제 한글학교에도 다 나갔나 봅니다. 그래도 새 교장 선생님께서 오신 후에 홈페이지를 만드네, 교사수첩을 만드네, 통학버스 노선을 짜네, 뭔 이름도 복잡한 대회들을 여네... 일들을 엄청 벌이시는 바람에, 그리고 그렇게 빌빌 놀고있는 제가 안 되 보였는지 한글학교 홍보라는 이름은 번드르르한 감투를 제게 하나 달아주셨습니다. 다음 주 정도면 제가 늦둥이를 보게 되셔서 그만 두신 중학교 1학년반 선생님을 대신하게 될지, 아니면 새 교장 선생님께서 넘치는 의욕으로 운영하시고자 하는 특별반 (뭐가 특별할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을 맡게 될지, 이도 저도 아니고 한글학교 잡일꾼이 될지, 또 그것도 아니면 이제 한글학교에서 잘려 나갈지 확실히 알게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중학교 1학년 국어 각종 자습서니 참고서를 들여다보는 일밖에 안 남은 것 같습니다.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닌 것 같아 엄청 걱정이 되네요. 한글학교 교사 안 하게 되면 게시판에도 못 들어오는 건 아니겠죠? 한글학교 안에서나 밖에서나 저는 변함없이 내 말과 내 뿌리를 잊지않는 한글 지킴이가 되고 싶습니다.

신문에서 보는 것만큼은 불안하고 시끄럽지 않았으면 싶은 각별한 관심을 전하고 싶은 아르헨티나의 현귀애 선생님, 몇 달만에 소식을 전해온 이리나 선생님, 봉선화가 되셨다는 스페인의 전미라 선생님 (울 밑에 선 봉선화냐고 물으니, 그게 아니라 손 대면 토옥하고 터질것만 같은 현철의 봉선화랍니다), 그리고 이제는 너덜해진 연수생 목록을 짚어가며 추억하는 여러 선생님들께 일교차 20도의 멕시코시티에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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