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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팝니다.

이곳 필라지역에 있는 한 한국학교에서 한국학교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 및 일일찻집을 한다기에 다녀왔습니다.

전통놀이 코너에는 팽이치기, 널뛰기...
한국음식 판매 코너에는 떡볶이, 호떡, 고구마구이, 학부모가 직접 담근 김치 판매...
하지만 저와 아이의 발길을 사로잡은 곳은 꼬맹이들이 쭉 둘러서서 있고, 한참을 기다려야 겨우 주문 할 수 있는 '뽑기' 코너였어요.
한국에서 직수입(?)되었다는 거무스레한 쇠 국자에 설탕 한 숟가락 넣어 쓱쓱 젓다가 설탕이 녹으면 베이킹 소다를 조금 넣어서...
별 모양의 자국을 슬쩍 눌러주면 하나에 500냥하는 뽑기가 완성!
뽑기장사를 맡은 한 학부모님이 한국에 갔을 때, 동네 어귀에서 뽑기 장사를 하고 계신 아저씨께 어디서 뽑기판(?)을 사면 되냐고 물었답니다.
아저씬 옆에 경쟁자가 생길까봐서 가르쳐 주시지 않다가 미국에 가서 거기서 크는 아이들에게 한국의 맛을 좀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동대문 시장 어디로 가보라고 알려주셨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한 손으로 척척 만들어내던 능숙한 솜씨...
처음 보는 음식이 신기한 아이도 있고 또 쌉쌀하니 단맛 감도는 그 익숙한 맛이 그리워 아이들 곁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큰 아이들(?)도 있고...

눈깔사탕 하나 입에 넣어 몇 번 굴리고 나면 다 달아버랄까 걱정이 앞서던 시절.
먹거리라곤 붕어빵, 학교 앞 떡볶이, 핫도그 등등 몇 가지로도 행복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너무나도 많은 음식 문화의 혜택을 누리고 삽니다.
몇 년 전에 한국에 갔을 때였습니다.
마침 이승은씨의'엄마 어렸을 적에'란 인형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그 추운 겨울날 아이들 데리고 찬바람 속에서 2시간 넘게 발을 동동 굴리며 줄서서 기다리다 구경한 기억이 납니다.
어린 아들들은 엄마가 왜 이상한(?) 인형전을 보고싶어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눈치였지만 386세대로 불리는 제가 자라던 그 시절의 추억들을 흠씬 느낄 수 있어서 감회가 깊었던 기억이 나네요.
교실 한가운데 난로가 있고 난로위엔 누런 도시락들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서서히 익어가던 그 시절, 우린 설탕 한 숟가락 넣어 만든 사탕 하나로도 그지없이 행복했지요.

아~ 도시락 이;야길 하고보니 도시락에 얽힌 이야기 하나.
중학교 때 과학과목 선생님은 진짜로 괴팍한 남선생님이셨어요.
하루는 난로 위에 올려놓은 도시락이 타는 냄새가 교실을 진동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도시락이 타고 있으니 순서를 뒤집어 달라고 했어요.
그러자 선생님 왈, '맨 밑에 놓인 도시락 임자 누구야?'
마침 뒤에 앉아있던 키 큰 아이들이 손을 들자
'짜식들, 니네 힘세다고 다른 아이들 제치고 제일 먼저 갖다 놓았지? 오늘 맛 좀 봐라.'시며 도시락을 그대로 두었어요.
그날, 우린 수업시간 내내 김치와 밥이 타는 냄새를 맡아야했고 그 아이들은 새카맣게 탄 밥을 쳐다보며 점심을 걸러야 했던 그 시절의 추억이...

교실 벽면에 마른 들꽃을 걸고, 향긋한 촛불을 준비하는 등 은은한 분위기를 풍기려고 애쓴 흔적들이 역력한 일일찻집.
오랜만에 접한 '일일찻집'이라는 그 말이 정겨웠고 그 찻집을 준비한 손길들이 따사로워
찬 겨울비 내리던 밤도 훈훈하기만 했습니다.
김치를 담그고, 호떡을 굽고, 싱글거리며 뽑기를 찍어내던 그런 부모님들,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한국학교의 발전도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가서 설탕 뽑기한 것을 실험(?)해 보아도 되냐고 묻는 작은아이의 손을 잡아주면서, 우리 것에서 느낄 수 있는 이런 정다움을 우리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차창에 어른거렸습니다.

***참, 일일찻집이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합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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