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9
모두가 잠든 시간에 중독된 막내가 잠 안 자고 또 이렇게 들어왔습니다.
식구들이 모여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다보니 이렇게 늦게야 내 시간을 가졌습니다.
커다란 나무에 알록달록 별들도 달고 이것저것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도 걸어 놓고보니
유치 찬란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니 덩달아 좋았습니다.
저는 은색 별들이 멋있던데 아이들이 형형색색 반짝이는 별들을 달자고하니 어쩌겠습니까.
그런데 좋은 기분도 잠시.
이게 뭡니까?
엇그제만 하더라도 참새 떼가 우르르 몰려와 짹짹 지저귀는 듯 여기저기에 'new'라는 파란 표시들이 나를 행복하게 하더니 다시 공허해졌습니다.
누군가 들어온 흔적은 있는데 그냥 가시다니.....
이 막내 섭섭해서 투정 나옵니다.
김선생님이 그러셨지요.
우리의 '꽃자리'라고...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 얘기의 꽃자리, 사랑을 나누는 꽃자리, 편안한 쉼터의 꽃자리,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는 꽃자리..... 이런 좋은 자리를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야 하잖아요.
유월이 언니가 그랬잖아요.
'살아남기 위해, 적응하는 몸짓들....'이란 말들이 정말 마음에 와닿습니다.
외국 생활이라는 것이 애써 살아야하는 몸짓들이 많이 있지요.
그러기에 이 곳에 중독되었습니다.
곱씹지 않아도 숨여드는 마음이 있고 되새기지 않아도 감동이 있는 시가 있고 글들이 있기에...
못난 고백이지만 저는 고등학교 때, 문과를 지망하고 싶었지만 이과를 선택한 것은 수학을 잘 했다기보다도 국어를 못 해서 이과를 지망했었지요.
그런 제가 어법에 맞는 글을 쓰겠습니까? 글쟁이처럼 매끄러운 글을 쓰겠습니까?
저도 쓰다보면 망설여진답니다.
'아이, 유치하다.' 지워버릴까 하다가도 마음이니까 그냥 보내자 한답니다.
때로는 용기인지 오기인지 객기인지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 제가 쓰고 있는 이 글들처럼....
선생님들, 좀 보잘 것 없으면 어떻습니까?
간단한 인사라도 주고 받는 마음이 중요하지요.
그냥 가시지마시고 함께 나누며 지내요.
오늘 이 막내가 좀 심하게 투정했다면 죄송합니다.
막내니까 그런가보다 생각해주세요.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