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여름날
한글학회에서 까만 씨앗을 하나 얻어
내 마음의 밭에 심고는 기약도 없이 이 마을로 실려 왔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까만 씨앗에서는 싹이 트고 어느새 모양새를 갖추어
이제는 어여쁜 주홍빛 얼굴에 쟁반같이 큰 잎사귀를 자랑스레 너울거리는 커다란 키의 해바라기가 되었습니다.
새벽같이 깨어 이슬로 세수하고는 제일 먼저 동쪽 하늘에 고개를 돌려 해님을 기다리듯
한글학회 누리집에 우리의 해님이 언제나 들어오시려나
매일 매일 기다리는 해를 닮은 해바라기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밤새 잠을 설치고는 누구보다 먼저 깨어 또 우리의 해님을 기다립니다.
오늘도, 내일도, 또 다른 내일도....
말 없이 묵묵히 기다립니다.
어쩌다 따뜻한 글자 '새글'이 뜰 때면 설레는 마음으로 싱긋이 웃으며 서둘러 주홍빛 얼굴을 돌립니다.
따사로운 해님이 보내주신 말씀을 먹고 내 마음의 해바라기는 한 치의 키가 자랍니다.
문득 내 모습이 해바라기를 닮은 데가 많은 것 같기에 주절주절 늘어 놓았습니다.
내 마음 뿐 아니라 선생님들 마음 속에도 여름날에 받아 온 까만 씨앗이 자라고 있을 것 같은데...
우리는 동쪽 나라에 있는 학회의 해님을 바라보며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해바라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뿐만 아니라
온누리에 밝고 희망이 있는 한글의 씨앗이 뿌려지고
학회의 빛을 받아
세상 가득 한국의 혼과 사랑이 담긴
더 많은 해바라기가 만발하길 바랍니다.
해바라기 연가
-이해인
내 생애가 한 번 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나의 임금이여!
폭포처럼 쏟아지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
당신 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내 불치의 병은 사랑~
이 가슴에서
올올이 뽑는 고운실로
당신의 비단옷을 짜겠습니다.
빛나던 얼굴 눈부시어 고개 숙이면
속으로 타고 익는 까만 꽃씨
당신께 바치는 나의 언어들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될 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드릴 것은 상처뿐이어도
어둠에 숨기지 않고
섬겨 살기 원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