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감기에 걸려 며칠 째 앓고 있습니다.
어찌나 고약한지 온 몸이 콕콕 쑤시고 땅 밑으로 꺼져드는 무거움에 몸을 추스릴 수가 없습니다.
오늘도 핑계삼아 학교에 가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는데
커튼 사이로 내리 쪼이는 햇살이 어찌나 따사로운지......
창가 옆 계단에 걸터앉아 해님을 맞이합니다.
두 손을 모으고 따뜻한 차 한 잔을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어릴 적 생각이 났습니다.
추운 줄도 모르고 동네 친구들과 놀다보면
오들오들 떨리는 몸을 녹이고 싶어 서로 다투어 양지바른 곳을 찾아 나란히 앉아서
뭐가 그리도 재미있었던지 까르륵거렸었는데....
그러다가 처마 끝에 달려있는 곧고 투명한 고드름에서
떨어지는 물이 맛이 있어 보이는지 입을 벌여 받아 먹다가는
그도 성에 차지 않으면 똑 따서 오도독오도독 씹어 먹던 맛이 지금의 사탕 맛에 비교할라고...
어느새 어둑해지고 굴뚝에서는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면
나는 아버지께로 달려갑니다.
쇠죽을 끓이느라 군불을 때시는 아버지께 졸라 감자 서-너개 구워 달랠 욕심에....
아궁이에서 구워진 새까만 감자 맛은 지금의 과자 맛에 비교할라고...
아버지가 구워주신 감자 서-너개 먹고나면 감기가 뚝 떨어질 것 같은데...
지금은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그 빈자리에는 그리움만 남아 있습니다.
집식구들한테 축 처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이빨이라도 닦고 정신을 차려 보려고 이빨 닦기에 열중하고 있는데
전화 벨이 울리더니 응답기에서 흘러나오는 조용한 목소리'.....5기생 미셀.......'
저는 거의 본능적 능동적으로 달려가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치약을 입에 물고 버벅거리며 시작된 대화였지만 어찌나 반갑던지..
다시 통화하기로 하고 만날 것을 기약하고 끊으면서도
설래임은 여전히 내가슴에 남아
선생님들께 이렇게 자랑하려고 들어왔습니다.
선생님들,
정선생님과의 만남 뿐만 아니라 우리의 좋은 인연을 이렇게 계속 간직하며 살아요.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좋은 선생님들, 사랑합니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