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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뫼 허웅 회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여러 날동안 저희 집에 인터넷이 되지 않아 답답했는데 드디어 복구가 되고 내 차례가 언제나 돌아올까 기다리다 이제서야 자리에 앉아 제일 먼저 한글학회 누리집에 들어왔건만 기쁜 마음도 잠시, '눈뫼 허웅 회장님이 돌아가셨다'는 말씀에 넋을 잃고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허웅 회장님을 처음 뵌 것은 2년 전 국외교사 연수회 때였습니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셨던 회장님은 여느 노인장처럼 가냘프시고 많이 연로해 보이셨습니다만, 이내 말씀을 시작하셨을 때는 우리 모두를 숙연해지게 하셨고 우리의 나약한 정신을 부끄럽게 하셨습니다.

초등학교 한자교육 반대, 한글날 국경일 제정, 영어 공용어 반대 등 님의 말씀 안에는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셨고 안타까워하셨습니다. 회장님은 무조건적인 배척이 아닌 한자나 영어 등 외국어의 중요성을 인정하시면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나라 말과 글이 바로 살고나서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올바른 정체성을 심어준 다음에 세계를 향해 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아직도 그때 얻은 회장님의 교훈이 마음 속에 새겨져 생생한데 이렇게 황망히 가시다니요. 한글학회에 큰 어른으로 계시면서 늘 가르침도 주시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실 거라고 막연하게 의지하였기에 회장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이리도 허전한가 봅니다.

눈 덮인 저 산 넘어로 홀연히 떠나시려는 님의 영전에서 묵념을 올립니다. 편한 걸음 옮기십시오. 회장님이 한 평생 뿌리신 크고 작은 씨앗이 나라 안팎으로 뿌려졌으니 이젠 건강한 열매를 맺을 것이고 또 다른 씨앗의 결실이 맺힐 것입니다. 우리 국외 한국학교 교사들도 외국에 사는 2,3세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그들의 뿌리를 바로 알게 하는 데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하늘나라에서 보시기에 참 기뜩하다고 칭찬하시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삼가 허웅 회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2004년 1월 29일
윤여경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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