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푹푹 찌는 더위와 강의실의 썰렁한(?) 냉방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우이 동 연수원에 계시는 8회 연수생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전 작년에 그곳에서 여러분들처럼 똑같이 강의를 받고, 세계속의 한글의식에 대해 180 도 바뀐 사고를 가지고 현장에 돌아온 뉴질랜드의 7회 연수생 고 정미 입니다.
하룻밤을 주무시고 이제 시간표에 의해 오랜만에 교사에서 학생으로 돌아가 수업을 받고 계시는데 어떠신지요! 한편으론 신선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따분하시다고요? 아니면 시간표를 보시고 지레 겁이 나서 2 주간이 걱정 되지는 않으신지요. 그러나 2 주가 2 틀처럼 지나가고 헤어짐이 아 쉬어 목이 메일 그 시간이 2 시간 후처럼 빨리 온다면 믿으시겠는지 요. 정말 그랬답니다.
7년 동안 다녀가신 많은 분들이 그곳을 그리워하고 재교육(?)을 갈구하지만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에 아쉬움만 간직하며 이렇게 한글학회 누리 집에서 만난답니다. 이 사실을 아시나 요? -한빛나리 선생님, 만약에 이것을 모르는 교사가 있다면 꼭 상기시켜 주세요. 이 연수는 단 한번밖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래야 200%의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실은 저도 몰랐거든요. 그래서 저와 지금 여러분들 모두는 세계에서 축복 받은 사람들이랍니다.
선생님. 어제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으셨는지요.
8명씩 한 숙소에 들어가 침대도 아닌 온돌방에서 주무신 소감은요. 처음엔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곧 향수를 느끼며 그곳에 적응이 된답니다. 어쩌면 피곤도 잊은 체 방장을 중심으로 한바탕 이야기 꽃을 피우시느라 잠을 설치셨는지도 모르지요. 저처럼 겨울에서 여름으로 넘어간 남반구의 모든 선생님들은 특별히 감기에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선생님. 지금 이 시간도 우리의 것을 많이 간직하려 노력한 그곳의 모든 시설들과 곳곳에 재치 있는 흔적들이 눈에 선하답니다. 화장실에 써있던 예쁜 글귀들(매일매일 호기심 가운데 다른 곳에서 볼일을 본 곳은 아마 이곳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은데..), 언제나 우리 입맛에 꼭 맞는 커피가 나를 반겨주며 기다리던 복도 한편의 우아한(?) 카페, 대형 스크린에 '선생 김 봉두'와 '클래식'을 보며 챙 피한 줄도 모르고 펑펑 울던 또 다른 추억의 강의실,연수원 곳곳을 누비며 흘러가는 시간과 헤어짐이 아 쉬어 카메라에 열심히 웃어 주고 추억의 명장면을 연출하던 일, 톡탁 거리는 소리와 땀방울이 어우러진 탁구장의 응원소리,숙소부터 강의실까지 오고 가며 듣던 소쩍새의 소쩍 소리,다양한 메뉴로 우리의 허리둘레를 열심히 늘려주던 주방장님과 영양사님 그리고 식당의 고마운 분들, 소극적이던 선생님이 방별 장기자랑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더 열심히 연습하던 일, 연수가 막바지에 이르자 아쉬움에 노래방가서 손에 손잡고 만남을 부르던 일, 우리고유의 것을 사가지고 선물하고 싶은 욕심에 동대문 남대문시장을 찾던 일들.....
그러나 무엇보다 남는 건 열과 성을 다하셔서 강의를 해주셨던 교수님들의 강의랍니다.
훈민정음,맞춤법,표준발음,억양,문법,교수법,한국문화,남북한 언어와 전 허웅 회장님의 특강까지, 지나고 나니 모두고마움 뿐이었답니다.
세종대왕과 한글! 마치 세뇌교육을 받은 사람처럼 한동안 돌아와서는 왜 영어가 세계 공통어가 되어야 했는지, 어떻게 하면 이 우수한 우리 한글이 세계를 지배하는 언어가 되는지 고민하느라 거기서 늘었던 몸무게가 정상(?)으로 돌아오기도 했고요.
선생님들도 마니또 하시나요? 혹시 하신다면 식사 후 오는 식곤증 대치 법으로 마니또 선생님들의 친절한 커피와 시원한 생수 공세로 졸음을 물리치시는 건 어떨까요. 만약 주무시는 사태가 벌어지면 여지없이 강의실 안의 몰래 카메라에 잡혀 한빛나리 선생님의 불호령(?)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8회 선생님들은 예쁘니까 봐줄지도 모르죠.ㅎㅎㅎ)
선생님. 한번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인생 그 모든 것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어떤 동기로 그곳에 함께하여 세계 곳곳의 소중한 선생님들과 늦깎이 한글 수업을 받으시는지 모르지만, 꿈과 열정과 비전이 있는 선생님들이 발탁되어 모이셨을 테니 2 주간의 연수가 선생님들의 인생에 달라지는 역사가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그래서 우리의 2세들에게 우리말과 글을 잃지 않도록 가르치는 고귀한 은사를 받으신 선생님들을 축복합니다.
일년 전 그곳에서 받은 은혜가 너무 감사해 오늘도 그곳을 바라보고, 느끼고, 사모하는 7회 고정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