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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수술하면 코가 뾰족해지지

어제 한국학교 소풍을 다녀왔다.

경찰클럽으로 갔는데, 거긴 교회나 학교 소풍도 가고 친한 집들과 어울려서 종종 놀러다녔던 익숙한 장소이다. 가자마자 글짓기와 그림그리기 대회를 열었다. 저학년은 그림을 그리러 한쪽 옆 그늘진 곳으로 갔고 고학년들은 시제를 주니 여기저기 삼삼오오 흩어져 머리를 굴리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맴을 돌다 하늘을 보았다.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이 좋았다. 잔디밭에 누워서 하늘을 보며 가끔 반 아이들이 다 썼다고 가져오는 글도 받고, 다른 선생님들과 학부모들 얘기하는 모습도 보며 여유를 부렸다.

게임을 하며 학부모들하고 선생들하고 릴레이 경주를 시켰다. 교장 선생님이 그 겜을 하라고 하셨는데, 내가 선생은 뭐 시키지말라고 기운빠진다고 적극 반대하니, 나부터 앞장 세우신다. 에공.

일단 겜을 하면 이겨야지. 아예 안하면 몰라도.

기를 쓰고 내 차례에선 좀 앞서게 들어왔다.

평소 운동안한 효과를 느꼈다.
맘은 소머즈 저리가란데....에구 몸은 물먹은 솜이다. 슬로우 비디오를 연상케하는 우리들 몸짓. ㅋㅋ 나나 다른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겜이 끝나갈 무렵 둘째 은비가 와서 귓속말을 했다.

'엄마, 엄만 이제 교사대표로 나가지 말아요. 엄마가 나가니까 지잖아요.'

'야 이 지지배야. 엄마 차례에서 엄마가 이겼다 뭐.'

그럼서 째려봤다. 나삔 지지배. 지는 을매나 잘한다고.

돌아오는 차에서 완전히 곯아떨어졌다. 집에오니 으슬으슬 춥다.

아는 아짐이 지 생일이라고 회 사다놨다고 먹으러 오랜다. 내가 평소에 어디 잘 안가는 성격이긴하지만 의외였다. 생일초대를 다하고....암튼 초대를 받았으니 가야지. 장롱을 뒤져서 선물 될 꺼리를 들고 갔다. 아는 얼굴들이 몇 있다. 생선회랑 전복회를 실컷 먹고 노래방을 향했다.

페루에서 노래방 가는건 이삼년에 한번식 갔는데 요즘은 자주가네. 작년 이맘 때쯤 가고 오늘 가는건가? 가서 재미나게 놀았다. 다른 아짐들은 내숭떨며 얌전떠는데, 스트레스 풀러가서 뭐하러 그러는거지? 난 눈치안보고 신나게 놀았다. 술 한잔 안 마시고 잘 노는 사람이 아마 드물지? 그게 나다. ㅎㅎ

으아...집에 오니 녹초.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팔뚝이 퉁퉁 부어있다.

어제 소풍가서 물린거다. 이 나라엔 '상꾸도'라는 하루살이처럼 생긴 모기가 있는데 쪼고만게 얼마나 독한지 물리면 무지 간지럽고 이렇게 퉁퉁 붓는다. 아공 간지러 미치겠네.

교회에서 밥을 먹는데 같이 갔던 아짐이 벌써 소문을 냈는지 어젯밤 내가 무쟈게 잘놀은걸 몇사람이 들은 눈치다. 에거....이게 이민사회란 말이시. 소문도 암튼 엄청 빨러.

그 중 한 명이 쌍꺼풀 수술한 눈을 살살 웃으며 말을건다.

'어머 이번에 한국 가서 코 수술했어요?'

어머머. 이게 뭔 말이랴. 뭔 수술? 뜬금없이? 장난치고 싶었다.

'잘된거같아요? 쌍꺼풀 수술도 했는데 표시 하나도 안나지요? 비싼거라 그래요.'

'에이~ 쌍꺼풀 수술이야 예전에 했겠죠. 이번엔 코수술한거같은데요? 예전엔 그렇게 코가 안뾰족했던거 같은데....'

옴마,
이 아줌마 관찰력도 없으셔. 내 몸에 칼댄건 이번에 배꼽수술한게 다구만. 아가 안낳게 배꼽 수술하면 코가 뾰족해지나? ㅋㅋ

옆에서 다야나가 한마디한다.

'어머, 이 언니 자연미인이에요.'

내가 한 술 더 떴다.

'어머, 내가 어디 고칠 데가 있다구 구래요. 이렇게 완벽한 미인 봤어요?'

아구 닭살. ㅎㅎㅎ 주위에 있는 사람들 다 몸서리를 친다.
니네들은 모르지? 그런 반응을 보는게 난 몸서리치게 재미난단 말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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