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 전 이맘때였다. 나는 새집으로 이사한다고 구질구질한 것들은 버리고 헌집 치우고 새집 닦고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때르릉~' 교수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네 둘째 딸이 밤 사이에 머리가 아프다고 하더니 지금은 응급실에 있다는 것이다.
'이게 웬 낮 도깨비같은 말인가'
허겁지겁 운전을 어떻게 하고 갔는지, 병원에 도착하니 이미 아이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 보였다. 밤새 안녕이라더니....
그렇게 뇌사상태로 삼 일을 넘기지 못하고 끝내 이 세상과의 인연을 끝내려 하고 있었다. 아이는 이마에 여드름이 채 피기도 전에 하늘나라로 갔다.
아이를 떠나 보내는 날, 목사님이 아이의 손을 꼭 잡으시고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지금까지는 막연히 눈으로 뵐 수 없는 선지자께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확실히 기억할 수 있는 선지자가 있으니 더욱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 고.....
그 분은 그렇게 사시고 계시다. 늘 부족한 나에게 본이 되셔서 용기를 주시는 분이시다.
오늘이 바로 그 아이가 하늘 나라에서 세번째 맞이하는 생일 날이다. 여느 때처럼 생일 카-드와 꽃 다발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마음 한 켠에는 망설여진다. 자식에 대한 에미의 그리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형언할 수 없겠지 생각하니,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에미의 마음을 헤집어 놓을까봐.
한참을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다. 엉뚱한 소리만 하다가 끊었다.
나도 모를 그 무엇이 뭉클하게 맺혀온다. 수화기를 내려 놓으며 있는 힘껏 두손을 모아 부르는 이름이 있었다.
'하나님, 형편을 다 아시는 당신께서 어루만져 주세요. 너무 아프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