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이틀동안 오클랜드 북쪽에 있는 와이헤키라는 섬으로 키위 결혼식을 다녀왔답니다.
저희 유치원 원감선생님(35 세?) 결혼식이었지요.
11월에 하는 결혼식 초대장을 두달전에(?) 받고 다른 교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다녀왔는데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적습니다.
다른나라는 모르겠는데 이곳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결혼식에 꼭 초대받은 당사자만 간다.
물론 초청장을 받고 참가 여부를 미리 알리지만.
난 당연히 키위 결혼식 문화도 알겸 참석 한다고 답장을 보냈고,그저께 금요일 수업도 안하고 원장님과 두 따님과 함께 차와 배를 번갈아타며 드디어 와이헤키섬에 도착했다.
섬 곳곳에 포도 과수원이 많은 것이 아마 와인이 유명한 곳인가 보다.
또 다시 차를 타고 나즈막한 언덕을 두어차례 올라 도착한 근사한 레스토랑.
앞에 하얀 요트가 그림처럼 펼쳐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그곳은 서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이었다.
처음으로 키위들과 이런 결혼식 파티라는걸 보며, 끈달이(?) 파티복도 입고 어색하지만 유일한 동양인인 난 자연스런 미소를 지으며 식에 참여했다.(그래도 얼굴에 나타날까? ㅋㅋㅋ)
청첩장에서 본 오후 5 시부터 새벽 1 시까지 파티가 진행된다는거에 의아심을 품고 말이다.
도대체 8 시간 무슨식이 진행이 될까... 뭘 그렇게 오래한담.... 신랑신부 그리고 초대받은자 모두 피곤 할텐데...
온갖 상상을 하며 지나는 사이 우리와 같은 예식은 30 분만에 끝나고(물론 그 사이에도 잠깐 와인 혹은 쥬스를 마시는 시간이 있었다) 신랑신부 먼저 퇴장해서 모두 한 사람 한 사람과 일일이 포옹을 한 후에야 일차 예식이 끝났다.
그리고 다시 사진찍고 또 음료수 마시고 이야기 하고 간단한 음식 먹고 저물어 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그렇게 시간을 보내니 두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이제 바람부는 찬 공기를 뒤로하고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온 시각이 7 시.
우리들 초청자 명단이 테이블마다 이쁘게 꽃과 함께 놓여있고, 메뉴종이가 허브향의 잎줄기에 돌돌 말려있는것이 정성스럽게 보여 참 보기 좋았다.
그런데 쥬스와 간단한 음식만 먹은 내 배는 눈치도 없이 배고프다 아우성...(참고로 난 평상시 저녁 시간이 5 시반)
드디어 저녁을 먹나부다 했더니 이제 다시 식이 시작 되나부다. 아뿔싸!!!
사회자 나오고 열심히 웃고 떠들고 이젠 한 사람씩 준비된 얘기도 소개하고...
드디어 종업원이 메뉴를 받아갔다.(아구, 이쁜 종업원. 곧 갔다 주겠지.)
이런 마음도 잠시, 스폰지빵 비슷한거와 올리브가 나오더니 함흥차사.
또 다시 사회자 나와 얘기하고 두어사람 소개하고 그 짠 올리브를 몽땅 비우고 난 후에야 다시금 작은 샐러드 한 접시.
우와 감질난다. 여기와서 이제 기다리는거 잘한다 싶었는데... 아마 인내력 테스트 점검 하나부다.
또 한 가족 나와 얘기하고 간간히 생음악으로 취하고 일부는 춤도추고...
우와 9 시다. 밥 한 공기에 김치 먹고 싶다. 우리 김치 김치...
드디어 메인메뉴가 나왔다. 난 생선을 좋아해 참치를 시켰다.
이렇게 늦게 나올줄 알았다면 다른 것 시킬걸...
아무튼 그걸 게눈 감추듯 후딱 먹고 다시 디저트 기다리고...
그사이 신랑신부 친구들이 주인공 옛날얘기 소개하며 한바탕 박장대소가 터지구.. 이제 부모님 이야기 차례.
디저트로 푸딩과 함께한 과일 몇쪽 먹고 다시 기다리니 마지막 순서인가 부다.
드디어 신랑신부 이야기네. 그들도 역시 종이에 모두 써온 이야기를 토대로 본인들이 오늘이 있기까지의 역사를 재밌게 엮어 나갔다.여기에서 좋았던건 난 신부쪽 손님이지만 신랑신부의 많은것을 알 수 있었기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좋았다.
그리고 그룹으로 주인공과 이야기도 하구, 모두 나가 춤도 추고...
마지막으로 커피와 자른 결혼 케잌을 먹으며 음식은 끝~~~ 이때 시각이 11 시.
이 모든것을 이렇게 쉬며 먹는것이 아니라 스트레이트로 먹었다면 내 배는 상상을 초월했겠지만 다행이도 너무 천천이(?) 먹었기에 전혀 무리가 가지 않았다는거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꼭 하고픈 얘기를 이제 하려한다.
보통 결혼식에 부모님은 양가 합쳐 네분이다.
그런데 오늘의 주인공 예비부부는 부모님이 7 분 참석하셨다.
이유는 양쪽 부모님이 모두 이혼을 하셨고 또 다시 모두 재혼을 하셨다.
신랑측 아버님이 작년에 돌아가신 바람에 그쪽 계모가 혼자 참석해서 7 분인 것이다.
참 놀라왔다. 아무리 이혼율이 많다지만 이럴 수도 있구나 싶은게...
난 웃으며 '모두 오셨으니 공평하다' 라고 말했지만 속마음은....그래도....
그래서 가족 사진도 현재 친정 어머님쪽 따로 , 또 친정 아버님쪽 따로 ,신랑도 마찬가지 따로따로.
형제도 스텝 부라더, 씨스터(여기선 이복을 스텝이라는 표현을 쓰고, 새 부모님도 스텝 마더, 화더라 한다) 라 햇갈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촌수가 복잡하구...
그러구 나서 보니 모두가 다 이상하게 보였다. 혹시 누구도? 하면서 말이다.
12 시가 다 되어 우린 오클랜드의 타워 씨티를 바다 건너 멀리 바라보며 그만 먼저 들어갔다.
원장님 따님이 피곤하다며 9 시에 저녁은 보통은 없는것이니 한국사람들에게 잘 말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말이다.(내가 신경이 쓰인건지, 본인 문화가 걸린건지 아무튼...)
모텔에 들어가 잠자리를 청하며 생각해 보았다.
난 춤도 못추고, 술도 못하고 도대체 지금까지 뭘했나 몰라... 으이구 바붕...
다음날 다시금 아침에 또 다른 큰 저택에 모여 또 파티를 했다.
코 앞에 바다와 머리 위에 하늘을 두고, 음악과 어제 그 사람들이 다시 뭉쳤다.
물론 식사도 함께 하면서 헤어지는 아쉬움과 결혼 축하를 번복했다.
이땐 다행이도 식사를 기다리지 않아 무지 행복했다. ㅎㅎㅎㅎㅎ
우리 일행은 1 시배를 타기위해, 멕시코로 모나코로 유럽으로 두달간 허니문 여행을 떠나는 신혼부부를 축복한 후 12 시경 나섰다.
돌아오는 배 안에서 한가로이 나는 갈매기를 보며 생각했다.
'그래 우리 한국학교에서 가르칠게 한 가지 더 늘었구나' ... 라고....
저 높이 나는 갈매기는 더 멀리 무얼 바라볼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201.129.59.191 danielayu: 참 예쁜 결혼식엘 다녀오셨네요
멕시코 유재분인데요. 서양의 결혼식 문화는 거지반 비슷한 거 같아요.
멕시코 결혼식도 보통 6, 7시쯤 시작해서 다음 날 새벽 5시쯤 끝나거든요.
그동안 뭘할까요? 결혼식 싸인하고, 먹고, 노래하고, 춤추고, 마시고, 밤~~~~새
저도 한 번 갔다가 천사님과 똑같은 생각을 했답니다.
춤도 못추고, 노래도 못하고......!^!^
물론 밥 나오는 것도 똑같구요....
배고파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2004/11/08-13:59]-
210.55.227.204 천사: 유재분 교장 선생님. 요즘 많이 바쁘시죠.
멕시코 사람이나 NZ 키위나 결혼식은 비슷한가 보네요.
전 이 예식을 보고 느낀바가 많죠...
한국학교에서 가르칠 한가지를 추가로 배운것이 의미 있었구요.
영화 타이타닉중 한부분을 함께 보내죠. 감상해 보세요.
-[2004/11/08-19:26]-
216.230.136.243 상큼한사탕: 천사님! 너무 좋다,,,이 노래!
본래 분위기 있는 노래에 뻑 가는 스타일인데...벌써 몇번째나 듣고 있답니다.
오늘 죙일 흥얼흥얼하겠구만요.
우리 나라 결혼식 풍경은 공장에서 뭔가를 찍어내듯 정해진 시간에 후딱 끝내버리는데...이곳이나 그곳이나...최대로 그 행복한 순간을 축하해주고 즐기고....
어느면에선 빨리빨리 문화보다는 느긋한 이네들을 본받고 싶다는 생걱도 들어요,,,개인인적으로.그래도 풍류라면 역시나 그 옛날,,,우리 선조님들이 단연 으뜸이 아니었나? 싶싶지만...물가에 자리펴고 앉아 화채주나 과일주를 친구삼아 기분 따라 시조도 읊조리고.....그러다 흥에 겨우면 격식에 아무런 구애 받지 않고...덩실덩실 춤도 추고.....
참 낭만있는 모습들이 아니었나 싶네요.
두 분 샘들! 춤 못추고 술 못한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어깨춤이라면 우리도 한가닥 하잖아요....역시 우리것은 좋은겨!!!!
-[2004/11/09-01:45]-
200.60.190.79 무늬만여우공주: 그러게요 여기도 비슷하네요. 남미 결혼식도 밤에 하거든요. 난 첨에 초대받아서 가서 배고파서 눈물이 다 나드라요. 맥주랑 사탕만 나오는데 난 술도 못하고, 단것도 싫어해서 신경질까지 나드라요. 멋진 결혼식 장면 너무 재밌게 잘 봤어요. 늘 행복하세요. 천사님 ^^* -[2004/11/09-03:36]-
210.55.227.204 천사: 사탕님. 오랜만이예요. 지난번 메일 허락없이 실었다고 혼내지 않아서 감사.^*^ (꾸벅)
저 이제 음악 올리는거 잘하죠? ㅎㅎㅎㅎㅎ
컴맹이 용되었어요.하긴 위에 결혼식 이야기 읽으려면 몇 번은 저절로 들어지겠네요.
누군가가 제가 올린 노래에 기분이 좋은 하루가 된다니... 정말 행복하네요. 또 감사.^*^
정말 옛날 우리 전통 결혼식이나 선조들의 풍류는 지금과 달랐네요.
그래요, 저도 잘은 못하지만 어깨춤은 출 줄 알아요. 흥도 돋을 줄 알구요.
맞아요.나와보니 진짜 우리것이 더 좋아요. -[2004/11/09-14:42]-
210.55.227.204 천사: 여우공주님이 배고팠으면 하인들은 모두 쓰러졌겠네...하하하
저만 배고프게 기다린줄 알았어요. 모두다 비슷한 경험을 해보았네요.
오렌지 쥬스만 하도 먹어서(자꾸 중간중간 건배를 하니 어쩔수 없이..) 파인애플 쥬스를 달래서 먹기도 했거든요. 덕분에 화장실만 들락날락...
역시 결혼식도 우리 입맛에 맛는 우리것이 좋은겨.ㅎㅎㅎㅎ -[2004/11/09-1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