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한마당         국외교원 한마당         국외교원 한마당

그려, 나 술국 잘 끓인다. 우짤래~

사물놀이를 보여주며 세계 여행을 하는 공새미 가족이 우리 한국학교에 왔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일욜 저녁식사를 우리 집에서 하기로 했다.

아이가 셋인 그 집을 보니 아이 연령대가 우리 집하고 비슷해서 우리 아이들이 더 좋아하지 싶었다.

일요일 점심 밥당번이라 토요일부터 바빴다. 토요일날 국을 다 끓여놔야 일욜 아침부터 국을 퍼줄 수가 있다. 300명분을 끓이는데 국하나 김치하나 먹으니 국이 맛있어야했다.

저번 당번 때는 김치도 다른 사람에게 맞추고 했더니 돈이 너무 초과가 되어서 이번엔 아예 내가했다. 배추 열통. 으 올만에 많이 했더니 힘들다. 예전엔 열두 통도 후딱후딱 해치웠드랬는데...쩝. 내도 늙었나벼 ㅋㅋ

두 명씩 짝을 지어서 밥당번을 하는데 음식을 좀 하는 사람하고 못하는 사람을 짝을 지어준다. 난 좀 하는 사람에 속하니깐 못하는 사람을 짝을 지어줬는데, 이 선생님은 음식을 할줄몰라 집에서 먹는 김치도 사다먹는 사람이다. ㅎㅎ

그 집 딸내미랑 우리집 막내랑 친구라 우리 막내가 그 집에 놀러가서 종종 밥을 얻어먹는데 우리 막내가 입이 나 닮아서 좀 까장스럽다. 맛없으면 안먹는데, 하루는 그 집에서 밥을 먹다가 그러더란다.

'선생님, 왜 이렇게 맛이 없어요? 이상해요. 내가 도~~저히 못먹겠어요.'

그 말을 들은 조선생님은 내게 하소연을 한다. 우리 막내가 무섭다나. ㅎㅎ

그 조선생님하고 당번이 정해졌으니 뭐 의논을 할 것도 없이 다 내 맘대로 정하고 따라오라고하는 편이다. 메뉴는 배추 된장국이랑 오이랑 미역 초고추장으로 무치고 아이들 먹게 김도 재고 (100명의 아이들이니 그 양이 만만치않다.)

우리 가정부를 동원해서 교회에서 일하는데 조선생 일하는 폼이 그렇게 웃겨나부다. 가정부가 흉내를 내며 배꼽을 잡는다. 눈을 살짝 뜬 상태에서 아주 느릿하게 움직이며 그 모습을 재현한다. ㅋㅋ 암튼 일 못하는 조선생은 토욜날 죽도록 일했다. 눈물만 안나왔지 얼굴이 거의 우는 듯해보였다. 국은 성공을 했고 저마다 맛있다고 칭찬들을 해줬다. 히히~ 이맛에 열심내서 맛있게 하징 이왕이면 맛있게 먹음 좋징.

비디오가게 아자씨가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 던졌다

'국을 먹어보면 남편이 술마시는지 못마시는지 아는데'

그려. 우리집 아저씨 술 잘마신다요. 우짤래요. 그래서 내가 술국이라면 자신있다요. ㅋㅋ 근에 이번 국이 술국이었나? 얼큰하게 끓여서 긍가부다.

이틀을 내리 고생했더니 삭신이 쑤시는데 예배 끝나고 늦게까지 성가연습이 있었다. 쏘냐가 공새미 가족 부른걸 알고 오고싶어했다. 잡채 한다니깐 지가 당면을 사온댄다. 그래서 오라케따. ㅎㅎ
다야나도 온댄다. 허선생도 온단다. 다 오라켔다.

공새미 가족을 우리집에 데리고 올 진표네도 온단다. 그렇지 우리집에 데려다 주는데 어케 쏙 데려다만 주고 가라카나. 같이 밥먹자 했다. 헉 그럼 도대체 몇명이 오는겨?

기본적으로 우리집 다섯, 공새미가족 다섯이다. 열명. 따져보니 22명이네. 허거거~

성가연습 중에 다야나가 솔로 나가는 부분이 있었는데, 연습을 오래하니 목상태가 안좋아서 가사가 제대로 안들렸다. 집에 오면서 다야나가 변명을 했다. 오페라 가수들도 뭐 노래할 때 뭐라고 하는지 제대로 안들린다나. 오호~ 장난끼가 또 발동한다.

'그럼 아리아 가사를 다 욕으로 하는겨.'

그러면서 팝페라 가수 '키메라' 흉내를 내며 내가 노래를 불러줬다.

'우하~하~하~ 이~ 천하에 두울도 없이 나~아 삔 넘아~ 나가 디 지 오라~~~~~'

그 노래를 들으며 다들 너무나 아름다운 오페라야 하며 감탄을 하지만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욕을 있는대로 하니 을매나 스트레스 팍 풀리는 이야기냐. 했더니 다들 웃겨 죽는댄다.

평소 난 손님을 아무리 초대를 많이해도 나 혼자 하는 습관인데, 오늘은 다들 일찍들 와서 도와준다고 부엌이 벅적벅적하다. 먼저 내가 밑반찬을 준비했다. 그리고 다들 들러붙어서 잡채랑 탕수육을 했다. 맛나게 잘되어서 다들 맛있게 먹었다. 내가 한 배추 된장 볶음을 좋아들 했다. 다들 나처럼 입맛이 시골스러운가부다.

이 공새미 가족은 이 페루가 26번째 나라라고 한다. 와~ 사람 사는게 가지각색이지만 참 재미나게 산다 싶었다. 아이들은 나이별로 세 패로 나뉘어서 잘 놀고 아저씨들은 쇼파에서 술판이 벌어졌고, 아줌마들은 식탁에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누구 흉도 보고, 하소연도 하고, 남편욕도 중간 중간 섞어보고 마까 이야기도 나와서 내가 먹던 '마까'도 공새미 아줌마에게 줬다.

마까는 천연 비아그라라고 소문났는데, 그걸 먹으면 남자들은 80세까지 아기 잘낳으며 잘산다는 잉카의 약제다. 뭐 내가 보기엔 건강식품이다. 남녀노소에게 다 좋대서 나랑 아이들만 먹는다. 아줌마들이 왜 아저씨는 안줬냐고 하는데, 그건 나도 모른다. 아무 생각없이 나하고 애들만 먹었다.
근데 나 이거 너무 먹어서 정력 쎄지면 어카지? ㅋㅋ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