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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쥐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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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토요일은 한국학교 종업식이었다.

난 한국학교 교무 선생이어서 모든 상장 준비며 학사보고를 해야했다. 그런데 이 넘의 프린터기가 말을 안듣는다. 흐앙. 한 밤중이어서 사러 갈 수도 없구....걍 시디에 넣어서 학교에 일찍가서 아이들 줄 상장이며 학사보고서를 뽑기로 했다.

늦게까지 다야나랑 허선생이랑 놀다가서 밤 12시 넘어서야 학사보고서를 작성했다. 교장 선생님이 갑자기 뒷골이 땡기신대나 어쩌신대나 하며 나보고 교장 선생님 말씀까지 작성해 오란다. 각종 어렵고 좋은 말은 다 동원해서 교장 선생님 말씀을 작성해드렸다. ㅎㅎ

학교에 가져가서 드렸더니 심히 만족하신다. 너무 대단한 말만 써놨다고 약간 염치없고 부끄러우시댄다. 70세 다 되어가시는 교장선생님이 저렇게 귀여운 면도 있었나?

쿠스코에서 식당하는 소냐네 부부를 주인공으로 포토 에세이인가 뭐 거기 낸다고 MBC방송국에서 나왔는데 한국학교에도 와서 교장선생님 말씀하실 때랑 나 학사보고 할 때도 찍었다. 교장 선생님 내가 드린 그 원고를 근엄하게 읽으셨다. 카메라가 왔다갔다 하니 평소의 그 개구장이 녀석들이 차렷 자세로 뙤약볕에서 잘도 서 있다.

방송국 기자가 갑자기 카메라를 들이대며 내게 설날엔 뭐가 먹고 싶냐구 물었다. 흐하하 ^^;;
나같은 먹보에게 뭐가 먹고 싶냐고 묻다니. 민망스러라.

'떡국이요, 녹두 빈대떡, 식혜, 수정과, 다식, 약식, 약과, 헤헤~ 음.......우리엄마가 만든 만두요. 하하하하 저 먹보에요~'

카메라 기자도 뭐 한가지 말할줄 알았는지 되게 재밌게 말 잘한다고 칭찬한다. 나야 뭐 원래 먹는 얘기 하면 기분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렇지 뭐.

오기로 한 교지는 인쇄소에서 늦게 와서 그 것 때문에 신경쓰느라 왔다갔다 해서 다리가 너무 아팠다. 멋부리느라 하이힐 신고 방방 뛰었더니 더 그런가부다.

집에 와서 4시에 다시 성가연습하고 집에 와서 걍 곯어 떨어져 버렸다. 10시간도 넘게 잤는데두 눈이 안떠졌다.

창립기념일이라고 한복 입고 오라고 해서 한복입고 유치부를 가르치는데, 선생들 다 부엌으로 동원되어서 오늘은 나 혼자 설교하고, 트리만들기하고 노래도 가르치고 했다. 북치고 장구치고다. 찬양팀까지 서고 성가대에 서니 아 노래할 기운도 없는데 창립 기념일이라고 그넘의 비디오 카메라가 앞에서 왔다갔다 하네. 에구 나도 몰라 힘들어. 찬송가를 들 기운도 없당구리.

오후엔 성가 발표회가 있다. 전 교민 초청 잔치라 크게 하는터라 연습을 몇 달 한거다.

하얀 블라우스는 단체로 샀는데 긴 검정 치마는 각자 입고 오랜다. 난 10년전에 사 둔 타이트 스커트가 있는데 그게 허리가 23짜리다. 그걸 입기 위해서 난 점심을 거의 굶었다. 으앙~
배에 힘을 주고 간신히 쟈크를 올려 입었다. 히힛. 노래 하다 쟈크 뜯어짐 어카냐. ㅋㅋ
글타고 오늘 하루 입는데 사입기는 뭣하다. 배가 아파도 참고 입으야지.

검정 치마용 정장 구두는 생전 안신다 신어서 발에 자꾸 쥐가 났다. 아포라.

성가곡 발표회. 여기저기 삑사리도 나고 그랬지만 우리끼리만 눈치챘지 앉아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몰랐나부다. 하지만 다들 무대 체질이라 생각보다 정말 잘했다.
할렐루야를 부를 때는 다들 감동먹은 얼굴로 일어나서들 들었다.

다들 나보고 날씬하고 젊어보이고 너무 이쁘고 뭐 어쩌고 저쩌고 칭찬하는데...으~ 알란가 모르겄네. 난 너무 꽉 끼는 치마땀시 거의 실신 지경이란거.

그래도 배가 고프니 맘껏 먹었다. 그랬더니 눌린 배가 쏙 나온다. 아공. 타이트 스커트인데....집에 갈 때까진 배에 힘을 꽉주고 몸짱인척해야쥐~
근데 족발이 넘 맛있당구리.

그리고 후다닥~
집에 오자마자 펑퍼짐한 아줌마 홈드레스로 갈아입었다.
와~~~~~ 살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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