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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몇 시간 안에

친하게 지내던 다야나가 칠레로 갔다.

우리 알고 지낸 기간이 이제 십년을 바라보는데 참말로 잘 해준거 하나 없는데 미안했다.

랑은 아들 녀석을 데리고 회사에 나갔다.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 막 집에서 나가려는데 식모님 호들갑스럽게 날 불러댄다.

우리 직원의 마눌인데 집에서 날 도와주는 사람이다. 회사에 권총 강도가 들었댄다.

랑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들넘을 데리고 회사에 들렸다 다른 약속이 있어서 가는 중이랜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우리 식구들 없을 때 강도가 들어왔나부다.

들어온 강도는 돈을 못찾으니 직원만 두들겨패고 도망갔다.

경찰에 신고하고 그러느라 랑과 아들 녀석은 공항에 나와보지도 못했다.

집에 오는 길에 딸 둘을 데리고 공원 벼룩시장에 들렸다.

집시풍 귀걸이와 목걸이를 샀다. 초록색 보석들이 주렁주렁 달렸는데 너무 이쁘다. 생긴건 300불짜린데 값은 3불에 샀다. 맘에 들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먹고싶다는 라비올렛을 사주고 집에오니 아들과 랑은 다른 집에 저녁초대를 받아서 갔다. 우릴 기다리다 갔댄다. 미안하게스리...

새해를 맞는데 신년예배 참석하러 교회 가려는데 랑이 다른 집 식구들과 불꽃놀이 하자며 못가게 전화를 했다. 그들과 거실에서 작은 불꽃놀이를 하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새해에는 즐거운 일만 있길...

새벽 두시 쯤 그들이 가려는데 아파트 복도에 하얀 가스로 덮여있었다. 밖에서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동네를 울렸다. 헉 어디에서 불이난걸까?

우리 집은 9층이다.

그들이 먼저 아이들을 안고 층계로 뛰어내려갔다.

아이들을 깨웠다. 그 다음에 뭘 챙겨야하는거지? 돈? 여권?

랑이 안나온다고 문에서 난리를 친다. 애들을 데리고 일단 대피를 하자.

추울지 모르니 다들 잠바 하나씩 걸치고 뛰어내려갔다.

다행히 불은 우리 아파트에서 난게 아니고 앞 블럭 대형슈퍼마켓에서 난거다.

유독가스에 알레르기 체질이 동원되어 난 천식기가 일어났다. 가슴이 막히며 숨을 못쉬겠다.

랑이 차고에서 차를 끌어내 일단 유독가스가 없는 곳으로 갔다.

안개지역인 우리 동네는 유독가스와 안개로 자욱해보였다.

두 시간 후에 오니 불은 잡혔댄다. 그래도 가슴은 여전히 뛰고 숨쉬기는 힘들었다. 에효 난 왜이렇게 겁장이람.

강도사건으로 2004년을 .....
화재대피로 2005년을 맞이하며 액땜 한 번 잘했다 싶다.

이제 좋은 일만 있겠지?


211.186.0.141 젊은오빠: 좋은 일만 있을 겁니다. 하믄요...
정말 그 몇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을 겪었네요.
꼭 무슨 액션 스릴러? 영화를 보고 있는 듯했습니다.
얼마나 놀랐을까? 나오려는데 아들과 함께 남편이 있는 자리에 강도가 들었다?
그 또한 얼마나 가슴 철렁한 얘긴가?
정말 큰일 날 뻔했네?....
2005년은 좋은 일만 가득하길 빕니다. -[2005/01/06-16:23]-

212.114.0.14 이산지: 도둑과 강도가 들어오는 시간을 모르드시 우리의 마지막도 이 같을 것인데
그래서 늘 준비가 필요한 것이 우리 연약한 인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불행중다행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에 좋은 일, 나쁜 일이 교대로 온다는데 올해는 좋은 일만 남았군요/...
여우씨(?), 공주씨(?). -[2005/01/06-18:10]-

194.237.142.10 박솔미: 짝궁 은혜샘, 그 간 댓글은 달지 않았어도 은혜샘 글 항상 감사하게 잘 읽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말씀대로 가는 해, 오는 해에 액땜했다 생각하시면 되겠구요. 활활 타오르는 불길 처럼 사업도 번창하시고 학교일 가정일에 좋은일들로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고 더욱 건강하셔서 좋은 글, 재미난 글을 통해 또 뵐 수 있기를...
-[2005/01/11-01:00]-

201.135.203.158 유예찬: 어찌 생기는 일마다 멕시코하고 똑같은지~~~원,,
흔한게 강도고, 흔한게 불인데 (워낙 건조해서), 전 다행히도 여태껏 잘 비켜왔지만,
주변에서 일 당한 사람들은 언제나 가슴 쫄이고 살고 있답니다.
정말, 일찌감치 액땜 했다 생각하고, 그래도 자나 깨나 불조심~~~~ㅎㅎ
여기랑 같다면, 가스렌지에 중간 벨브가 없지 않나요? 난 그게 늘 무서운데~~~ -[2005/01/14-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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