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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당황시러라

주일날 아침엔 언제나 정신이 없다.
아이들 깨워서 갈준비하라고 해야지. 나도 준비해야지. 챙겨 갈 것은 왜이리 많은지...
아들넘이 그래도 아침에 동생들 챙기는 거 꽤 도와주는데 오늘은 새벽같이 대학입시 모의고사 보러가서 없다.

전 날 어떤 옷을 입을 건지 항상 생각해두고 자는데 오늘 아침은 더 당황스러웠다.
이 번에 한국에서 산 커피색 비드 번쩍거리는 블라우스를 입고 밑에 받쳐입을 치마를 찾았다. 그 치마는 몇 달전 큰 맘먹고 산 하늘하늘한 갈색 꽃 나염 투피스 정장인데 치마를 거기 받쳐 입음 멋질듯했다.

입으니 오호~ 색이며 폼이며 기똥찬데....이론....이론... 이를 어째.
요즘 3킬로그램 찐 살이 다 엉디로 갔나부다. 왜이케 꽉 끼는겨. 앞에 서야할 일이 많은 주일날 그 옷은 날 보는 이로하여금 민망의 극치를 주겠구나 크흑~

세 네 번의 옷갈이 끝에 한국서 사온 헐렁한 샤랄라 치마를 입고 집을 나서려는데...언제나 그렇듯이 우리 둘째 은비가 화장실을 부르짖는다.
지지배 닮을 껄 닮아야지. 나도 어디 나가려면 마음이 조급해지며 쉬야가 마려운데 은비가 그걸 날 닮아서 꼭 현관문 나서다 화장실 가는 버릇이 있다.

사색이 되어 나온 은비가

'엄마, 피나요'

'어디서?'

'어 거기서요'

'헉~ 축하한다야. 너도 드디어 여자가 되는구나~'

앗, 근데 생리대 사다놓은게 있었던가?

뭐든지 사전준비 철저하게 쟁여놓고 사는 난데 오늘따라 왜이렇게 한 개도 눈에 안띄는거야. 화장실마다 뒤지고 가방마다 뒤져서 겨우 한국꺼로 두 개 찾아냈다.

'자 이건말이지. 이렇게 테이프를 떼어서 이렇게 붙이는거야.'

막내가 옆에서 유심히 보다가 한마디한다.

'엄마, 그거 이쁘다. 나도 해줘.'

은비가 째려보며 꿀밤을 꽁 쥐박어 막내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린다.

'야 그렇다고 애를 때리냐~ 지지배야. 아프겠다.'

드디어 내 딸도 여자가 되는구나. 지 친구들은 다 하는데 우리 은비만 안해서 은근히 걱정도 됐구만. 나도 유난히 다른 애들보다 성장이 느려서 걱정했는데 우리 애들도 나 닮아서 걱정했는데...마음 한 곳이 싸아해지며 우리 엄마가 보고프다.

여자 일생... 잘 살아야지. 얼마나 가슴아프고 힘든 일이 많았던가.
인내의 연속인데... 내 딸은 평탄하게 자기 주장 확실하게 하며 정말 멋지게 살아내야할텐데...
이제 크면 결혼도 할꺼고 아기도 낳을텐데...아기 낳는게 얼마나 아픈데... 저 겁쟁이가 얼마나 아파할까. 이제 우리 은비 옆에 달라붙는 남학생은 무조건 경계해야지.

그렇게 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만화 그리기를 좋아해서 학교에서 만화를 연재하는 소녀만화가이기도 한 우리 은비.
지금껏 단 한번도 과외 선생님을 안붙여줘도 언제나 학교 상위권에 머무는 자랑스러운 내 딸.
체스, 발레, 합창대회를 나가 학교에선 꽤 유명한 스타다.
어릴 적 유치원에서 찍힌 사진이 어찌어찌 흘러나가 얼떨결에 이 나라 국정 수학교과서 표지모델이 된 은비.

요즘 나보다 키가 부쩍커서 내가 올려다 봤는데 대견스럽기도 하지. 여자가 됐구나.

하도 신기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만나는 은비 친구들에게 내가 자랑했다.

'얘들이~ 우리 은비 오늘 생리했다~!!'

다들 환호성을 치며 축하한다고 하고 은비는 부끄러워서 그런 말 하는 날 간지럼을 태우며 달려든다. 으~ 엄마 간지럼에 약한걸 알고~

오후 찬양팀 연습까지 끝내고 제과점에 갔다.
흠~ 파티를 해야겠지?
그냥 케잌은 식상하다. 뭘 살까?
그래 우리 은비 좋아하는 치즈케잌을 사자. (내가 더 좋아하긴 하지만...)

집에 들어서며 아직 사실을 모르는 지네 아빠와 아들녀석 윤희 에게 얘기했다.

'오늘 은비 축하해줘야해. 생리하거든~'

지네 아빠는 축하를 해주고 아들넘은 놀리느라 바쁘다. 오빠가 되어가지고 으이구~

은비 친구들과 식구들을 불러놓고 케잌을 잘라먹자 했다.

'자 우리 은비 축하해주는 자린데 이런건 어떻게 부르는거지? 생리 축하 합니다~ 생리축하합니다~ 이케해야하나?'

다들 우~ 하고 웃겨서 넘어간다. 후훗.

'윤희는 커피타오고 은비는 케잌 잘라와라~'

이렇게 나도 나이 먹어 가는구나. 옹 맛있다. 역시 치즈케잌은 맛있어.



210.55.227.201 천사: 은비의 또다른 여자로서의 시작을 축하합니다.짝짝작 !!!
전 아들만 둘이길래 몽정파티만 했는데... 생리파티도 재미있겠네요.
하지만 우린 저 노래는 안했는데...진짜 하면 우습겠다..
몽정 축하합니다~~, 몽정 축하합니다.~~~ ㅋㅋㅋ -[2005/01/25-10:37]-

202.86.200.83 깜박이: 우와, 저도 딸가진 엄마인데 그냥 무덤덤하게 지나갔네요.
부끄러워라.
그래도 엄마는 맞아요. -[2005/01/26-00:44]-

205.188.116.137 김별찬: 은혜샘 복두 많네요. 그리 예쁘고 자랑스러운 딸을 두었다니... 은비의 역사적인(?) 날을 축하합니다. 더 아름답고 능력있는 숙녀가 되길 바라며, 그래서 은혜샘 마음이 더 꽉꽉 행복으로 가득차길 바라며.... -[2005/01/26-12:12]-

219.175.152.28 윤빛나: 은비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예전에 그런 눈으로 딸내미를 바라보고 챙겨주셨을 어머니를 그리는 은혜샘의 마음에
가슴이 찡해지네요. 은비도 은혜샘도 축하드려요. -[2005/01/27-23:12]-

84.220.24.126 지니: 치즈케잌이 먹고 싶어졌어요.
음, 지금 아이를 만들어 낳아 키워 15년쯤 뒤에 먹어볼까요~ -[2005/01/28-22:02]-

210.55.227.201 천사: 아니~~~ 이게 누구라요?
지니샘. 먼저 반가워요. 제 채근으로 온게 아니라 샘의 사랑으로 오신거지요.
저 그동안 손님이 오셔서 일주일 엄청 바빴어요.
외국에 사는 지니샘도 아시죠? 어떤 상황인지... 이제 막 가셨어요.
아직 완전 회복이 안된 몸으로 이것저것 챙기느라...
다행이 제가 휴가중이어서 조금은 도움이 되었겠지요. 바다로 관광지로... 휴우. 끝났다.
비디오 촬영만 5 시간을 넘게 찍었으니... 빨리 녹화해 보냈어요.
그래서 이메일도 대화방도 모두 휴가중(?)이었죠.
이제 열어 놓을게요.
그리고 여기는 지금 썸머타임이 실시되기 때문에 12 시간 빠른 시차가 나네요. 반나절이요. 제가 잘때 샘은 정오, 제가 낮일때 샘은 꿈나라. 외우기 좋네...ㅎㅎㅎ

아기도 중요하고... 치즈케잌도 맛있지만... 무엇보다 건강하세요.
수술후의 휴우증이 더 중요하다고 하대요.
올해는 샘도 저도 우리 한마당 모든샘들도 건강, 또 건강하기를 !!!

-[2005/01/29-15:34]-

210.55.227.201 천사: 깜박이 선배샘, 따님이 있어서 부럽네요. 언제 사진 올려주세요.
별찬샘. 조만간 하나님이 좋은 소식 주시겠지요. 계속 기도하고 있답니다.
빛나샘. 거기 일본도 딸과 아들의 성 차별(?)이 있나요? 샘은 아들이 있는걸로 아는데... 따님도 있나요?
참, 지니샘은 저와 7 회 동기인 이탈리아 김승진 샘이랍니다. 어디서 본것 같죠? ㅎㅎㅎ -[2005/01/29-15:42]-

201.137.100.140 유예찬: 큰딸이 벌써 그렇게 컸든가요?
학부모 될 때도 감개가 무량했는데,
어른이 되가는 딸 둔 엄마의 맘은 얼마나 더 뿌듯하고 행복할까요????
아~~부러라.....내 딸은 인자 3학년 되는디........ -[2005/02/11-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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