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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 외로우세요?





은비와 은희가 부엌에서 소곤대는 소리가 나고 은희가 화장실로 부엌으로 후다닥거리며 뛰어다니는 것을 보니 뭔가를 만드나부다.

곧이어 은비가 바나나 구이와 우유 한 잔을 내 컴퓨터 책상에 내왔다. 옹~ 이쁜 내새끼~!

'엄마 이제 과자 구울꺼에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조금 있다가 은비와 은희의 과자가 탔다는 실망감 섞인 감탄사가 터졌다. 그래도 안 탄 과자가 꽤 많은지 접시 한가득 부드러운 과자를 가져왔다.

음~ 꽤 실력이 늘었다. 내가 단걸 싫어하니까 오늘은 설탕을 적게 넣어 꽤나 내 입맛에 맞네.
버터를 너무 많이 넣어서 요즘의 내 뱃살이 걱정됐지만 입은 계속 과자를 야곰거리게 된다.

한 달 전부터 그래 우리 만나자 만나서 이야기 하자던 김 선생님이 오늘 갑자기 전화를 했다.

아이들 아빠는 회사 나가서 늦게 온다고 연락이 왔고, 아들 녀석도 늦게 올 것이고 오랜만에 심심하다는 생각을 하던 토요일 오후다.

그 동안 바빴었다는 이유로 서로 만나서 커피타임을 갖자던 약속을 못 지켰던 우리 일상에 대해서 수다를 늘어놨다.

그리고 그 일상적인 안부 끝에 김 선생님은 내게 물었다.

'선생님은 안 외로우세요?'

'저요? 왜요? 외로울 꺼 같나요?'

'글쎄. 매일 외출도 않고 모니터만 바라보는 것도 지겨울 것 같네요'

'그렇기는 하지만... 글도 쓰고 흥미있는 글도 많고...'

'글도 컴퓨터로 쓰잖아요?'

'그렇죠.'

그러게... 난 그렇게 컴퓨터 모니터가 내 가장 친한 벗이 되어있고, 내 생활 공간이고, 내 사회생활의 70프로이다. 요즘 유행하는 그 인터넷 중독자이다.

벗어나자. 갑자기 일탈을 꿈꾸고 싶었다.

'선생님 놀러오세요.'

그 선생님도 어디 놀러다니는 성격이 아니고 나 또한 다야나 이 리마 살 때 1년에 한 번 혹은 2년에 한 번 놀러 간 기억 밖에 없으니 난 더한 집귀신이다.

그래도 오늘 한 번 보자는 적극적인 내 주장으로 그 집으로 놀러가기로 했다. 저녁은 피자로 때우기로 하고... 두 딸을 대동하고 오후의 거리를 걸을 생각을 하니 즐겁기까지 하다.

정말 오랜만에 누구네 집에 놀러가는 건데 빈손으로 가긴 뭐하다. 연초 불이 난 바로 앞 슈퍼마켓이 문을 아직 못 여니 무엇을 사가져 가야할지 아 귀찮다. 같은 동네 놀러가며 다른 동네 슈퍼를 들렸다 간다는 게 싫다. 그냥 집에 있는 것 중에서 줄 것이 뭐가 있나 찾아보기로 했다.

냉동고를 여니 얼마 안남은 말랑한 곶감이 눈길을 끌었다.

'앙~ 안돼 몇 개 안남았는데... 아껴서 하루에 하나만 먹는건데...'

냉동고를 얼른 닫고 돌아서서 냉장고를 뒤졌다. 아궁 정말 갖다줄 것이 없네. 왜 과일 사다 놓은 것도 없는겨. 다시 냉동고로 발길을 돌렸다. 으앙~ 선물할 것이 곶감밖에 없네. 다섯 개를 세어서 랩으로 돌돌 말았다. 은비가 만든 과자도 열개 랩으로 돌돌 말아 핸드백에 넣었다.

셋은 여름 날 시원해진 거리를 나섰다.

그 집에 강아지 두 마리가 있다고 하니까 막내 은희는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서 깡총거리며 앞질러 갔다가 되돌아오곤 한다.

딸 하나밖에 없는 선생님과 내 두 딸과 나와 여자들만의 피자 파티가 벌어졌다.

그 집 고명 딸과 우리 은비가 동갑인데 몇 년 전 처음 올 때는 은비가 훨씬 키가 작았더랬다. 오늘 보니 엇비슷해 보였다. 둘이 재어보라고 등을 맞대어 재니 옹~ 우리 은비가 조금 더 큰게 아닌가. 이런 기쁜 일이~
키 작은 엄마의 한을 우리 딸이 풀어주려나...
막내 은희를 보니 한숨이 나온다. 얘는 다른 애들보다 머리 하나가 작으니깐... 막내도 키가 빨리 커야할텐데...

'아이들은 그렇게 커가는데 우리는 이렇게 늙지도 않아요.'

푸하하~
선생님의 농담은 평상시의 내 농담을 흉내낸 듯해서 더 웃겼다. 내 공주병 식의 농담을 이제 다들 쓰니 새로운 걸 개발해야겠다.

그 동안의 내 은둔 생활을 깨고 이렇게 놀러온 것에 대해 놀랍다는 표현을 했다.

근 8년의 내 바깥 외출 삼가하는 버릇은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으로 그 만남으로 마음에 상처가 컸던 만큼 날 달팽이 집 달팽이처럼 안으로만 맴돌게 했더랬는데... 오늘은 그냥 외출이 하고 싶어서 했다고 했다.

마음의 상처보다 외로움이 더 견디기 쉽고 덜 힘들다고 했더니 동감한다고 했다.

그렇게 외로움은 그냥 내 생활이 되고 내 성격은 바뀌어 말없이 혼자 지내며 나 스스로와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오랜만의 대화는 신이났고 즐거웠고 스트레스도 풀렸지만 역시 털어낸 맘은 허허롭다.

난 입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내 적성에 안 맞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이렇게 또 내 생활의 일부인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서 내 맘의 실타래를 한 올씩 풀어내고 있다.



210.55.227.202 천사: 공주님. 샘 마음의 실타래를 한 올씩 풀어낼 때... 전 대리 만족으로 감사하지요.
언제나 생동감있는 샘의 글은 읽는 저까지 활기있게 만드니까요.
하지만 전 외롭지 않답니다.
오늘도 우리집에 일본 교환학생이 와서 왁자지껄 바쁘거든요.
울 아들은 3 월말에 가는데 일본 학생은 오늘 왔으니.. 한 두달간은 남자들 등쌀(?)에 행복한 비명을 지를것 같습니다.ㅎㅎㅎㅎㅎ.
전 컴도 재밌고 이야기도 신나지만... 듣는게 저 좋답니다.
생기 발랄한 샘만의 얘기 많이 많이 들려주세요.외롭지 않아 감사한 천사가. -[2005/02/01-12:02]-

201.137.100.140 유예찬: 연수 때 보기로는, 꽤 활달하고 사교적일 듯했는데,
왜 그렇게 달팽이처럼 사셨드래요????
여기 엄마들은 아침에 애들 보내고, dasayuno하는 게 보통인데,
거긴 안그런가요?????
컴이 재밌긴 해도, 어디 사람만 하겠어요??? ^*^ -[2005/02/11-13:59]-

205.241.38.4 anho10: 주님!
새싹이 아름답습니다. -[2005/04/15-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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