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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뉴욕, 우리 것은 우리가…

지난 구정 때 UPS를 통해 소포를 받을 일이 있었는데 그 직원이 날 보고 'Happy New Year!!'라고 밝게 인사를 한다. 눈파랗고 머리 노란 애들한테 남의 나라땅에서 우리 명절 인사를 들으니 너무 반가웠다. 오! 너 어떻게 아니? 그랬더니 자기는 다 안단다.... 그러면서 자기 마누라가 상하이에서 왔다나... 소포를 받고 돌아서며... 얘가 내가 중국인 줄 아나???? 갑자기 씁쓸해진다.... 중국인들은 자기네 명절을 목숨 걸듯이 지킨다. 내가 알고 있는 중국 애들 모두 휴가를 구정을 중심으로 받아 일주일 이상 쉬고, 물론 애들은 학교 안 보낸다. 그래서 플러싱(중국애들이 많이 사는 곳)의 한 학교는 구정날 할 수 없이 휴교를 한다. 애들이 결석을 하니 어쩔 수 없겠지... 그리고 드디어 올해부터 뉴욕주 공식 기념일로 구정이 지정되었다.

자신의 것을 자신이 지키지 않으면 자신은 없어진다....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남의 나라 사니 남의 나라 명절에 놀고, 남의 나라 식으로 살 때가 많게 되는데 이러다 우리 것을 다 잃어버리면 우린 한국 사람도 아니고 미국 사람도 아닌 붕 뜨는 사람이 될 거다. 내가 아니라 우리 애들이 말이다. 그래도 우리는 성인기까지 한국에서 자라고 그 문화와 글을 알기에 한국인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여기 아이들은 학교에서 미국국가 배우고 미국인 선서 외우고... 얼굴 노랗고 머리 검어도 자기들이 죽어도 미국인이란다. 절대 한국인 아니라고... 그러나 그 아이들은 절대 American이 될 수 없다. 그들은 Korean-American인 것이다. 이곳에서 태어났고, 이곳 시민권을 갖고 있어도 Korean이라는 말은 숙명처럼 따라다닌다.
이 아이들이 우리 문화와 글을 모르고 자라는 것 만큼 불행한 일이 없는데 아이들은 당연히 모르고, 부모들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저 한국말 좀 몰라도 한국 문화 접하지 않아도 우리애는 여기서 살 거니까 미국 애들 하는 거 더 많이 해서 여기서 잘 적응하고 공부잘 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 가고.... 한국 것을 제대로 지키고 공부하고 알 때만이 그들이 이 미국 땅에서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왜냐하면 그 모습이 내 모습이니까... 겉모습과 피가 한국인인데 머리나 가슴에 전혀 한국적인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내 모습을 갖추지 않은 것이고, 그것을 보는 미국인이 속으로는 무시하는 걸 알고는 있는 지...

중국애들의 자기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만큼 우리 한국 사람에게 그것이 없는 것은 약소민족으로 주변국의 수많은 침략을 받으며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역사문화적 배경도 있겠지만, 자긍심도 키우고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중국의 문화를 많이 흡수했기에 중국의 문화와 공유되는 부분이 많이 있지만... 중국과 확실히 구별되는 우리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한글'이다. 그렇기에 여기서 자라는 아이들... 한글을 열심히 하면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한국인이다... 는것을 즉각적이고 선명하게 증명할 수 있는 것이니까.

맨해튼은 너무 바삐 돌아간다. 24시간 용광로처럼 쉬지 않고 돌아가는 도시, 잘나가는 인간들이 모여있는 도시. 그래서 미국의 다른 도시에 사는 아이들보다 더 바쁘다. 참 많은 것도 배운다. 그래서 한국학교는 항상 꼴지다. 그래도 제일 앞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기에 위로와 힘을 얻는다.

이 비정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교포 2세들에게 한글의 소중함, 한국인이라는 긍지를 심어주고 싶다. 그것이 진정 자신을 키워가는 힘이 된다는 것을 그들이 알 길 바라며...

정보통신의 발달로 이젠 어디에 사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에 해외에 사는 한민족은 단순히 남의 나라 땅에 사는 교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힘을 넓혀가는 힘인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힘을 넓혀가는 소중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또한 기대해본다.



210.55.227.201 천사: 막힌 담이 뻥 뚫리는 그런 느낌이네요.
한구절 한마디...모두가 공감되며 정말 별찬샘의 말씀대로 모두 이루어지는 역사를 기대해 봅니다.
중국이 설날을 뉴욕주 공식 기념일로 삼은걸 얼마전 알게 되었을때...
정말 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도 뭐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민족인데...
아무튼 부러워만 할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별찬샘의 말씀처럼, 이젠 어디에 사느냐는 중요한게 아니기에 대한민국의 힘을 넓혀 가는데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샘들도 그 역할에 중심점으로 서기를 기대해 봅니다.
북반구 별찬샘의 글에 적극적인 지지를 외치는 남반구의 천사가. -[2005/02/11-16:29]-

24.86.133.134 향기로운 보석: 이곳 벤쿠버도 이번주는 Chinese New Year로 들썩했답니다. 저는 Korean New Year라고 정정해 주었지만 이곳 제 캐내디언 친구 말마다나 Lunar New Year로 고쳐야 할 것 같네요. 우리 Day Care에서도 만나는 사람마다 Happy New Year라고 말해주고 동료 중국인 선생은 모두에게 빨간 봉투에 사탕 넣어 건네주더군요. Preschool 아이들은 빨간색 복장일색이고 하물려 제가 일하는 infant care 캐나다 여자아이도 빨간색 치마와 웃도리로 Chinese New Year 복장을 입고 왔답니다. 이곳은 다문화를 중시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새해복많이 받으세요를 중국어로 가르칩니다. 이젠 저도 외우게 되었죠. 어서 우리 힘이 커져서 한국어로도 학교에서 가르칠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2005/02/12-05:33]-

210.55.227.201 천사: 향기로운 보석님. 오랜만이에요.
건강하시죠? 이젠 유치원 교사가 많이 익숙해 지셨겠어요.
한국에서는 중고등 학생들 영어 가르치다가, 한국학교에서는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또 현지 캐나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석님의 교육 인생도 만만치 않네요.
언제 샘의 교육이야기 올려주세요. 이쁜 따님들 이야기도요.
함께 버스 옆자리에서 우리들의 미래를 이야기 하던 그 시간이 유난히 그리운 날에...천사가. -[2005/02/13-17:54]-

211.186.0.121 젊은오빠: 하하하!!! 기분 좋은 일이군요.
뉴욕에서 까치까치 설날을 기념일로 보낸다?~~~ 하하하!!!
김 별찬 선생님, 이 향옥 선생님, 고 정미 선생님 모두 반갑고 미안합니다.
그 동안 이곳을 너무나 소홀히 한 죄가 매우 큽니다.
전 바쁘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다 마찬가지이니까요.
참 게을렀고 애정이 잠깐 동안 어디 갔다가 왔나 봐요.
왜 그랬는지...
천사에게 모진 매를 맞고 정신을 차려 보니 제가 어쨌거나 몹쓸 놈이더군요.
김 선생님 말씀처럼 대한민국을 가장 확실하게,
그리고 가장 당당하게 돋보이게 하는 것이 한글입니다.
김 선생님을 비롯하여 이곳에 드나다는 선생님들,
그리고 한국어 교사 여러분이 있는 한 대한민국의 힘은 점점 퍼져 갈 것입니다.
헤헤.. -[2005/02/15-14:19]-

210.55.227.201 천사: 아니, 젊은 오라버님. 천사의 모진 매라니요? 야단치는 천사도 있어요? ㅎㅎㅎㅎㅎ
누가 보면 아주 못된 시어머니 갔겠네... ㅋㅋㅋ
좀 뜸하시길래... 인기있는 젊은오빠 자주 오시라고 부탁 드렸더니...
졸지에 몹쓸 놈(?) 만들었네.....
아구.. 죄송혀라. 이럴줄 알았죠? 히히히...
제가 100 마디 해봐요, 빛나리샘의 한마디에 비교될까...
여러가지 바쁘셔서 그런줄 알고도... 부디 가엾은(?) 천사에게 선처를... -[2005/02/15-21:04]-

200.106.32.242 무늬만여우공주: 우리 별찬 샘님 잘 계시죠? 보고싶어요. 우리 다시 만나게 해줘요 젊은오빠님~~~재연수 기회 주시어여~~ -[2005/02/25-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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