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편지 2 나희덕
세상이 나를 잊었는가 싶을 때
날아오는 제비 한 마리 있습니다
이젠 잊혀져도 그만이다 싶을 때
갑자기 날아온 새는
내 마음 한 물결 일으켜놓고 갑니다
그러면 다시 세상 속에 살고 싶어져
모서리가 닳도록 읽고 또 읽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게 되지요
제비는 내 안에 깃을 접지 않고
이내 더 멀고 아득한 곳으로 날아가지만
새가 차고 날아간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그 여운 속에서 나는 듣습니다
당신에게도 쉽게 해 지는 날 없었다는 것을
그런 날 불렀을 노랫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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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우리 학교에서 청소년 문학의 밤 행사를 했었습니다.
시인 김광규선생님과 정혜영 교수님께서 조정권, 나희덕 시인을 모시고
이곳 유럽에 서정시 대회에 오시는 길에 저희 학교에 들러주셨었습니다.
저는 이것 저것 준비하느라고 정신이 없어 시를 제대로 맛 볼 여유도 없었었지만
이곳을 굳이 지나시지 않으셔도 되는 일정 속에서도 우리 아이들을 위하여 들러 주시고 사례비 한 푼 안 받으신 선생님들이 얼마나 고맙던지요..
저희 학교 졸업생들과 학부모들이 조촐히 모인, 장식도 없고 차린 것도 없는 우리가 빌려 쓰고있는 고등학교 교실 시멘트 건물에서 시인께서 직접 낭송하시고 스위스 연극인이 독일어 번역문을 읽고...
아마도 선생님들이 경험하신 제일 초라한 시 낭송회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감동적이었던지요...
한 헝거리 국적 유태인 독일 문학 비평가가 태어나서 죽 독일에 살다가 나찌가 정권을 잡으면서 살고있던 베를린에서 쫓겨나 헝거리로 가게 됩니다.. 거기서도 얼마 안가 유태인들은 그들만 모아놓은 게토 같은 데서 살게 됩니다.. 청년이던 이 문학 비평가는 그 게토 같은데서 많은 친구들을 모아 학고방같은 좁은 방에서 음악 감상을 합니다.
음악을 감상하지 않고는 견딜 수없는데 자리도 레코드 판도 너무 부족합니다. 그래도 그 악조건 속에서 음악을 듣기 위해 매주 모입니다. 거기서 이 문학 비평가는 처음으로 예후디 메누힌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감동합니다.
이 문학 비평가가 후에 아주 유명해져 중국에 독문학 학술 대회에 갔다가 기차 안에서 예후디 메누힌을 우연히 만납니다.
서로 안부를 묻고 어쩐 일로 중국행이냐고 묻자 한 사람은 독일 문호 토마스 만 학술대회 차. 한 사람은 베토벤 연주 차 중국 여행을 한다는 것입니다. 두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고.. 잠시 후
' 우린 둘 다 유태인이면서도 독일 문화를 전하기 위해 이렇게 여행을 하고 다니는 군요..' ...
초라했지만 감동적이었던 우리의 시 낭송회이야기에서 갑자기 라이히 라니쯔키의 청년시절 초라했지만 감동적이었던 음악 감상이야기가 떠올라 어쩌다 여기까지 왔네요
아무튼 시 낭송회 이후 제가 나희덕 시인을 참 좋아하게 됐습니다..
삶에 충실하면서 조용한 여자 목소리를 내면서 그 안에는 모태처럼 강한 어떤 것이 숨어있어서요... 같이 좋아하면 좋겠습니다. -[2005/05/07-05:57]-
201.129.59.5 유예찬: 제목만 있네요~~~~
정미 샘 글에서 읽었기 때문에.....
같이 좋아해 보겠습니다~~~~ -[2005/05/09-13:43]-
210.55.227.204 천사: 유월이 선배샘. 실은 어제 '같이 좋아하면 좋겠습니다' 라는 제목을 달고 제 글아래 실렸던 샘의 6 개의 댓글들을 모두 하나로 묶어 따로 이쁘게(?) 올렸었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6 회도, 스위스도 바꾸어 할 수 있었는데...도저이 이름이 천사에서 유월이로는 바뀌지 않는겁니다.
그래서 일단 그냥 천사로 해서 올려놓고 한빛나리샘에게 sos 를 청했는데...
답장이 오기를 '대형사고'가 났답니다. 웬 대형사고? ㅎㅎㅎ
옮기는 중 모두 지워졌다고...그러니 다시 보내달라고... 당연히 대형사고겠죠? ㅎㅎㅎ
다행히 샘의 댓글을 그대로 두었기에 다시 정리해 보내드렸답니다. 정말 다행이죠.
실은 깨끗하게 정리해 놓으려고 했었거든요. 그랬다면 그땐 사라진 샘의 글로 진짜 사고가 났었을 텐데... ㅎㅎㅎ
샘. 이게 다 무슨소리냐면요, 어제도 썼었는데 함께 다 사라지고 제목만 남았으니 다시 써야겠지요. 샘의 글이 제 글아래 댓글로 있기엔 너무 귀하고, 모두가 함께 나누어 샘 말씀처럼 같이 좋아하면 좋겠기에 샘의 허락도 안받고 제가 혼자 따로 올렸지요. 그러면서 한빛나리샘에게 왜 유월이 선배샘은 글 -[2005/05/10-03:38]-
210.55.227.204 천사: 왜 유월이 선배샘은 글 올리는게 안되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며 이름을 천사에서 유월이로 바꾸어 달라고 말씀 드렸는데...그만 다 사라지는 사고가 난거지요.보시다시피 이름은 바뀐채로 제목만 가지고요.ㅎㅎㅎ
이제 곧 한국의 아침이 되면 한빛나리샘이 다시 옮겨 놓으실겁니다.
그때 사라진 샘의 글에 대한 감상문은 다시 적으렵니다.
그럼 완성된 문장 보기를 바라며...
한빛나리샘.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하고 그리고 고맙습니다. 이름만(?) 누리집지기인 천사드림. -[2005/05/10-03:39]-
젊은오빠: 유월이 선생님, 천사 선생님 미안합니다.
제가 정말로 대형사고를 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 일 없듯이 그 글을 다시 살려 놓았습니다.
그것은 천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그런데 유월이 선생님은 뭐가 어떻게 글이 안 올라가는지 자세히 말씀좀 해 주세요.
글을 올리는 데는 아무 문제 없거든요?
이 글을 읽고자 했던 여러 선생님들께도 미안합니다.
앞으론 조심할게요.
천사님! 고맙습니다. -[200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