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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한국학교 백일장

우리 페루 한국학교는 교민수에 비하여 아이들이 많은 편이에요.
한국학교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답니다. ^^*
유치반과 초등학교가 80명, 중학교가 25명이죠.
사실 몇 년전엔 20명 정도가 더 많았는데 교민수가 줄면서 아이들이 많이 줄었네요.

저희 한국학교에서는 두 달에 한 번 백일장 대회를 열고 있어요. 그래서 뽑힌 아이들에게 장학금 명목으로 상도 주고 상장도 주고 있습니다. 또 교민회지에도 실어주고요.

이번 백일장은 경험, 이름, 겨울, 시험, 얼굴 이렇게 다섯가지 주제를 주었죠. 그 안에서 소 제목도 넣을 수 있게 했어요. 초등부에서는 동시가 장원이 되었고 중등부에서는 수필이 당선작이 됐어요. 아 글쎄 제 아들 녀석이 장원이 됐지 뭐에요. (무쟈게 자랑중~ 으쓱으쓱~) 아들녀석인데 이름이 조윤희에요. 희자 돌림이라 좀 여성적이죠?

제가 심사평도 썼습니다. 교민회지에 내야하니깐요. 그럼 심사평과 장원된 글들 감상할까요? ㅎㅎㅎ

-심사평-

이 번 백일장 심사의 주된 잣대는 작품의 전체적 통일성, 완결력, 문장력, 어휘 사용의 자유로움, 내용이 알차고 충실한가, 쓰려고 하는 의도를 잘 표현하고 있는가 즉 주체 표출을 잘 하였는가를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글쓰는 이들의 많은 헛점은 쓰려고 하는 의도와 목적을 상실하는데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번 백일장에서는 좋은 글들이 많았기에 많은 학생들에게 상을 주고 싶었습니다. 아직 한글이 서툴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뭉쿨해지게 하는 글도 있었고, 입가에 미소가 어리게 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그런 글들은 얼마만큼 최선을 다해 썼는가 솔직하게 내 마음을 털어놓고 썼는가 하는 것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회 때 상을 탔기에 제외된 학생도 있었고, 용두사미 격으로 글의 끝맺음을 흐지부지해서 제외된 학생도 있습니다. 그리고 더 잘 쓸 수 있지만 정성을 다해 쓰지 않았기에 수박 겉 핥기 식의 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의 좋은 글을 써낼 수 있는 자질을 발견해서 기쁘기도 했고 또 아이들의 순수함과 재치가 돋보이는 글이 많아 심사하기가 즐거웠던 백일장이기도 했습니다.
멋만 부린 글과 마음을 열어놓고 솔직하게 쓴 글은 다릅니다. 아이들에게 글 쓰는 마음 자세를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감동이 어려있는 좋은 글이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초등부 장원]
-동시-

얼굴은

고 재섭

얼굴은 책의 제목이다
제목이 책에 대하여 알려주듯이 얼굴은 사람에 대하여 알려준다.

얼굴은 보석이다.
보석이 귀하고 소중하듯이 얼굴은 귀하고 소중하다

얼굴은 신문이다.
신문이 많은 이야기들을 알려주듯이 얼굴은 삶의 느낌을 알려준다.

얼굴은 불이다.
불은 추울 때 따뜻하게 하듯이 얼굴은 미소 하나로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얼굴은 계절마다 달라지는 온도계다.
봄에는 작은 미소를 피면서 여름에는 활짝 웃고 가을에는 지루한 표정을 지으며 겨울에는 졸립듯이 눈을 감으려한다.

얼굴은 새싹처럼 자란다.
사람이 자라면서 큰 나무가 될 수도 있고 작은 나무가 될 수도 있고 쓰러진 나무가 될 수도 있고 꽃도 피울 수 있다.


[중등부 장원]
-수필-

초원의 꼬마

조 윤희

아르헨티나 초원에 살았을 때 난 꼬마였다.
그 곳에는 해바라기 밭도 있어서 해바라기 씨를 빼 먹을 수 있었다. 비가 많이 오고 나서는 무지개가 떴고 일직선으로 쭉 이어지는 지평선으로 펼쳐진 갈대밭, 그 안에서 해와 달이 번갈아 나오고 들어갔다. 아, 우박도 내려서 해바라기 밭과 호박밭이 초토화 된 적도 있었다. 천둥과 번개도 많이 쳤는데 어느 날 엄마랑 집 안에서 있다가 구워질 뻔한 적도 있었다. 집 안으로 번개가 들어왔었다.
그곳은 내겐 많은 어릴 적 추억이 있다.
집 옆에는 주차장이 있었는데 철로 된 슬레이트 지붕이었다. 그곳이 궁금했다. 트럭 앞 부분을 타고 올라가 지붕에 닿았다. 올라가서 세상을 보니 모두 내 것 같았다. 하늘의 구름도, 갈대밭도 내꺼다. 난 지붕에서 영역을 넓혀 안 쪽으로 들어갔다. 물이 찬 깡통도 얹혀져 있었다. 왜 깡통에 물이 가득 채워져 있을까 궁금해서 곰곰히 생각하고 있을 때, 밑에서 할아버지, 아빠, 엄마가 빨리 내려오라고 말하는 게 들렸다. 하지만 별로 내려가기 싫었다. 하지만 엄마가 사탕 준다는 소리에 금방 뛰어 내려갔다. 난 그 날 할아버지, 아빠, 엄마에게 세 차례에 걸쳐서 매를 맞았다. 그 다음부터는 거기 위로 올려준다고 해도 절대로 올라가지 않았다. 올라가기 싫어졌다.
들판의 갈대밭에는 각종 동물들이 살았는데 들고양이도 있었다. 난 저녁을 어른들보다 빨리 먹고 밖에 나가서 놀았다. 한참 노는데 작은 고양이가 지나가고 있었다. 얼른 뛰어가서 고양이 꼬리를 잡았더니 앞으로 기어갔다. 그래서 그 꼬리를 잡고 따라가게 되어 갈대밭에서 난 실종될 뻔했다. 그 곳엔 뱀도 살아서 할아버지랑 뱀도 잡아 본적도 있고 물리면 엄청 아픈 난폭한 개미도 있었다. 엄마가 개미집인지 모르고 밟아서 개미가 엄마 신발이랑 다리로 올라간 적도 있었다. 그런 곳에서 난 들소년이 될 뻔한 것이다.
어느 날 난 엄마에게 장미를 선물한 적이 있었다. 밖에서 노는데 옆 집에 핀 장미가 너무 이뻤다. 저 꽃을 엄마 갖다주면 좋아하겠지 싶어서 꽃 한송이를 꺾어서 물컵에 넣어서 드렸다. 엄마가 설거지 하시면서 물으셨다.

“어디에서 갖고 왔니?”

난 밖에서 옆 집에서 꺾어서 가져왔다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 날 난 엄청 혼났다. 남의 집 정원의 꽃을 꺾어온 것은 도둑질이라며 야단 맞았다. 그래서 다음 부터는 절대로 도둑질 안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날 해가 참 밝았었다고 기억된다.
아르헨티나 초원의 꼬마는 그렇게 대평원에서 뛰어 다니며 놀았다.





210.55.227.203 천사: 와!!! 벌어진 입이 안 다물어지네요.
정말 그엄마에 그 아들이란 말 듣게 생겼습니다.
정말 잘 썼네요. 어떻게 하면 저렇게 글을 잘 쓸수 있을까요...
선천적?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 타고난 천부적 기질? 어려서부터 익힌 글솜씨?
윤희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는데... 세상에... 전 정말 부끄럽네요.
솔직히 샘 카페의 축소된 어제의 일기를 보는 듯 했답니다. 받침도 저렇게 안틀리고 썼나요?
이민나온 햇수가 중요한게 아니라 가정에서의 철저한 한글및 자녀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늘 하는 얘기지만 또 깨닫고 부서지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샘의 아들이지만 같은 대한민국의 아들로서 자랑스럽습니다.
한마당 말고도 많이많이 자랑하시고 여기저기 소문내세요.
같은 남반구인 뉴질랜드에서 선배 천사가 엄마와 아들을 함께 기쁨으로 축복합니다.짝짝짝 !!! -[2005/07/27-14:42]-

68.237.34.103 김별찬: 저도 입 안 다물어집니다. 마음은 감동과 감격으로 가득차고 ...
어휘력과 표현력이 대단하군요. 공주님, 정말 철자도 저렇게 안 틀리고 쓴 것인가요?
그럼 이거 기적이라고 해야할 듯... 어쨌든 감명받고 갑니다.
우리 학교 웹사이트에 올려도 될까요??? 우리 학생들 자극 좀 받아야 할 것 같아서... -[2005/07/28-05:15]-

81.185.150.211 춘향이: 저의 리용 한글학교는 한국인 학생들이 없어서 페루학교 처럼 백일장 같은 행사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부럽네요.... 현지인과 혼혈인이 학생이며 그 수도 많지 않지요. 아직은 열악하지만 연수동안 배운 모든 것을 총 동원에 학교를 키워 보고 싶어요. -[2005/07/28-05:28]-

210.221.113.167 젊은오빠: 그 어미가 훌륭한 작가이니 아들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무늬만여우공주, 당신의 글도 한 편 올려 보시지요?
오랜만에 작품 감상에 빠져~~ 봅시다!
윤희는 그 날 이후 엄마에게 선물하고 싶었을까?
그냥 아무말 말고 기쁘게 받고 나중에 혼내지 그랬어.
윤희의 글도 글이지만 '얼굴'을 표현한 재섭이 또한 놀랍습니다.
특히, '얼굴은 불이다'에서 '불은 추울 때 따뜻하게 하듯이 얼굴은 미소 하나로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고 표현한 것이 참으로 가슴 벅찹니다.
'얼굴은 불이다'까지만 읽었을 때는 그 다음이 궁금했었고 그같은 표현이 나오리라고 생각지 못했거든요...
-[2005/07/28-11:38]-


200.106.125.206 무늬만여우공주: 참으로 대단하지 않아요? 초등부 장원 얼굴은 읽으며 제가 감탄을 했잖아요. 윤희야 제 자식이니까 ㅎㅎㅎ 그렇지만요. 암튼 6학년 아이의 글솜씨가 감탄스러웠어요. 그리고 맞춤법 정확하게 저렇게 썼답니다. 제가 고친 것이 얼굴은 에서는 하나도 없고 제 아들 녀석 글은 신문에 내기 위해서 앞뒤 어순만 세 군데 바꿨을 뿐이죠. -[2005/07/28-16:57]-

211.55.165.32 은혜하옵니다: 너무 부럽네요 저도 몽골에 가서 한번 시도 하겠습니다. 저희는 말하기 대회가 5월달에 처음으로 시도했는데 좋은 결과을.... -[2005/08/19-22:21]-

200.48.92.48 무늬만여우공주: 은혜하옵니다. 선생님...............이름이 참 맘에 드옵니다. 어찌 그케 이쁜 이름을 짓게 되셨는지요. ㅎㅎㅎ

백일장 열면서 참 아이들 글에 감동도 많이 받고 짜르르 맘이 짠해올 때도 많답니다.

-[2005/08/24-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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