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한가위 교민잔치를 했다.
제목은 한국학교 건립 기금모금 뭐 이런거였는데 경품권도 팔고 저녁을 먹자마자 한국학교 학예 발표회를 열기로 했다. 아이들은 5시부터 동원돼서 총연습을 해보고 미진한 부분은 각자 지정된 살롱에 가서 연습을 했다.
내가 맡은 댄스파트는 제대로 안되어 4시부터 연습을 했다. 보아의 마이네임에 맞춰서 춤을 추는 건데 사실 그 춤이 어렵긴하다. 그래도 글치 너무하다. 건방진 느낌이 들 정도로 자신있게 춰야 멋진데 애들이 아직 어설프다.
우리 반 콩트는 또 어떤가. 해설맡은 아이 엄마가 그런 자리 오기 싫다구 애도 안보낸댄다. 어휴 몰지각한 여성이라니.
그래서 갑자기 맡은 배역이 뒤죽박죽이 됐다. 한 놈은 아파서, 또 한 놈은 연습 안했다고, 그렇게 세 놈이 빠진 상태서 과연 이 콩트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부터 고민해야했다. 안하면 저 연습한 녀석들은 너무 억울한 일 아닌가.
그래서 해설 부분은 외우지 않고 걍 나가서 읽고 하기로 하고 연습을 시켰다.
'야 너네들 이거 열 번씩 해봐. 제대로 안하면 너네 이거 숙제로 내줄꺼야. 다음 주에 열번씩 써오는거루. 아라찌?!!'
장난꾸러기 녀석들 연습시킬라고 했더니 한놈 불러다 놓으면 한 놈 사라지고..그래서 그렇게 엄포를 놓았더니 한 쪽 구석에서 열심히 춤도 춰가며 연습을 한다.
댄스는 6학년 여자와 중고등반 여자만 모아서 한다. 이걸 처음 맡았을 때 우리 은비가 말했다.
'엄마 내 이미지를 바꾸고 싶어요. 저 춤 좀 가르쳐주세요.'
우리 은비는 성실. 모범 이 단어와 사는 애다. 말도 얌전하게 개미 소리만하게 하고 어디 파티 불려가면 이 전 국민이 춤꾼인 페루에서 혼자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멀뚱히 앉아있는 애가 우리 은비다.
그래서 에어로빅 기초 배팅 연습부터 시키고, 벽을 마주보게 하고 웨이브 연습을 매일 시켰다. 오~ 날로 발전하는 모습이 보여 싹수를 느끼게 해줬다. 역시 내 딸이얌~
그래서 마이네임을 가르쳤는데 나보다 정말 훨씬 잘하는 거다. 내 딸이라서 그런지 보아보다 잘 춘다. ㅎㅎㅎ
그렇게 확실하게 가르쳐놓고 앞에 세웠다.
원래 자기가 잘 춘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불만을 터뜨렸다. 선생님 딸이라서 첫번째 줄 가운데 세웠다고 말이다. 그래서 큰 소리로 말했다.
'니네들 잘 추는 애는 선생님이 앞 줄에 세운다고 처음부터 말했지? 그리고 키 순서대로 선 거니까 불만 있으면 지금 말해.'
다들 조용하다. ㅎㅎㅎ 뒷 줄은 큰 애들이 양 옆으로 섰지만 앞 줄은 은비가 젤루 커서 정 가운데 세웠다. 그리고 키가 더 커 보이게 하기 위해서 10센티짜리 구두도 사줬다~ 티도 내가 갖고 있던 옷 중에서 젤루 야한 회색 배꼽쫄티를 입혔다.
모든 댄스부분 애들은 하얀 벨트와 링 귀걸이 청바지를 맞춰 입으라고 지시했다.
난 그 티를 정장 속이나 잠바스커트 속에 받쳐 입느라 입었었지만 우리 은비는 걍 달랑 그거만 입혔더니 무쟈게 섹시하다.
우리 아들 녀석 윤희. 집에 와서 맡은 거 하는데 뽕짝을 부르는거다. 저 음치 중의 음치 녀석 노래 가르치느라 새벽 두시까지 지도했다. 마범의 성과 뽕짝 세개를 완벽하게 소화시키게 만들었다. 뽕짝은 립싱크만 해도 되는지 안 뒤론 설운도의 차차차 립싱크를 완벽하게 소화하도록 그 촌시련 동작도 만들어서 애를 다듬어 놨다. 흐미 디따 촌시렵다 ㅋㅋ
첫번째로 유치부 애들이 나와서 동물농장 노래와 요즘 유행하는 훼밀리송을 율동과 함께 불렀다. 음...반주와 기본 율동을 비디오 테이프를 보고 한건데....소리바다에서 며칠을 찾았는데도 그 노래가 없어서 야후에서 다운 받으려고 했더니 안됐다. 그래서 그냥 텔레비젼과 비디오까지 동원해서 무대앞에서 틀어줬다. 너무 귀엽게들 잘했다.
두번째로 1,2학년 꼭둑각시 춤이 시작됐다. 우리 막내 은희가 거기 꼈는데 에궁. 키가 젤루 작았다. 쟨 왜저리 안크는겨. 그래도 이 가시나가 에밀 닮아서 끼가 많았다. 어찌나 여시짓을 떨며 추는지 보는 사람들이 어깨춤이 들썩거리고 입이 헤 벌어졌다. 물론 내 감상평이다. ㅎㅎ 내 딸이라 그런지 내 딸만 보였다. 실은.
세번째론 내가 맡은 반 5학년 꽁트 시간. 이 녀석들이 숙제를 안하려고 그랬는지 의외로 용감씩씩하게 큰 소리로 또박또박 잘했다. 표정 연기도 일품이었다.
네번째 순서로 중고등부 남자들이 나왔다. 다들 검은 양복으로 빼입고 빨간 나비넥타이를 매고 둥글게 반원으로 섰다. 그리고 아주 젊잖고 나이답게 이쁜 노래 '마법의 성'을 불렀다. 분위기가 사뭇 엄숙했다. 그 녀석들 덩치가 한 덩치 아닌가.
그 노래가 끝나니 이 녀석들이 뒤로 돈다. 즐.거.운.추.석.되.시.......이런 글자가 보였다. 한 녀석씩 등판에 붙여온 거다. 어 글자가 이상하네 이러고 있는데 맨 마지막에 서있던 녀석에 배를 보인다. 소. ㅋㅋ 다들 웃었다.
그 다음 줄에 있던 녀석들도 등을 보이니까. 이.쁘.게.봐.주.소. 이런 글자가 되었다. 저기서 우리 윤희는 즐~ 자를 맡았는데 그래서 별명이 즐~ 이 되었단다. 모두 우리 윤희만 보면 즐~ 하고 도망간다. 그게 요새 지네들 또래에서 별로 기분 좋은 단어가 아니랜다. 귀찮고 별로 흥미없을때 즐~ 하고 가는거랜다.
그렇게 보인 뒤 먼저 설운도의 차차차 노래가 시작됐다. 평소 쑥쓰러워하기로 유명한 우리 아들 녀석 윤희가 싱어로 나왔다. 2대팔 머리로 금방 무스 발라 넘기고 나와 내가 가르쳐 준 안무로 너무도 촌시렵게 불러제꼈다. (사실은 립싱크)
두번째로 정수기집 아들로 통하는 경원이가 나왔는데 그 아인 생긴거도 좀 느끼하게 생겼다. 장미꽃을 입에 물고 등장했다. ㅋㅋ 그런 녀석이 송대관의 네박자 인생을 가수 나훈아 흉내를 내며 하는데 너무도 여유로운 게 기가막히게 잘했다. 그 표정과 느릿하고 느끼한 몸짓에 다들 뒤로 넘어갔다.
한고비 한구절 꺽어질때면.....이러니까 한녀석이 앉고 두번째로 다른 녀석이 그 위로 엎어지고, 세번째로 얌전하기로 소문난 진표란 아이가 뒤로 발랑 꺽어지며 누워버려 배꼽을 잡았다.
우리네 사연을 담은.......바닥에 사연이란 글자를 뿌려놓고 한 녀석이 열심이 담아갔다.
울고 웃는인생사.......여기저기서 안고 사랑하고 싸우고 울고 얻어터지는 광경을 묘사했다.
세번째 녀석은 역시 성실맨으로 유명한 목사님 아들이 등장했다. 덩치도 한 덩치 하는데...내가 추천한 노래 립싱크 싱어다. 간드러지게 '어머나'가 흘러나왔다. ㅋㅋ 내가 안무도 좀 봐줘서 집게 손가락으로 볼을 콕 찍고 대중을 향하여 콕 찍고 그런 동작으로 했는데 덩치에 안어울려서 웃음을 자아냈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랍니다~ 옆에서 애들이 그애한테 꽃가루 뿌리고 난리하다 부채로 획 부치니 다들 나가 떨어지는 광경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눈뿌리는 장면인데 요것들이 너무 재미있으니까 계속 뿌려서 애를 눈사람을 만들었다. 윤희가 어디서 가져왔는지 무대위를 막 쓸고 다녀서 웃겨서 눈물이 다 났다.
그 뒤론 3,4,5학년 여자들 부채춤이 이어졌다. 당의는 이 나라에서 연두색으로 대충 만들어 입히고 한국학교 교사를 하다 다시 한국으로 가신 선생님이 부채와 족두리를 보내줘서 아주 멋진 부채춤이 되었다. 한 학부모 말로는 부채춤이 젤루 예술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다섯번째로 댄스가 시작됐다. 저것들 제대로 하려나 걱정했는데 웬걸~ 완전 무대체질들이다. 너무 잘했다. 더군다나 우리 은비 키도 커보이고 멀리서 보니 진짜 잘 빠져 보인다. ㅎㅎ 아직 애긴데두 말이다. 진짜 멋진 무대였다. 웨이브할 때는 애들이 오징어같다고 중학생 녀석들이 떠들었다. 페루에서 자라서 그런가 다들 춤꾼이다.
여섯번째로 전교생 합주를 했다. 조그만 녀석은 짝짝이 케스터네츠, 피리, 멜로디언, 이 나라 악기들, 작은북, 큰북, 탬버린, 클라리넷, 바이올린, 실로폰, 등등 모든 악기가 총동원했다. 막내 은희는 멜로디언, 은비는 하모니카, 윤희는 이 나라 기타처럼 생긴 악기 만돌린을 쳤다. 평소 그거갖고 놀더니 제대로 써먹은 셈이다. 은희는 나랑 눈이 마주치니까 미소짓느라 바쁘다. 바람불어가며 치는거라 힘들었는데 그래도 똘똘하니 잘하는게 너무 귀여웠다.
그렇게 한가위 축제를 하고 나니 모든 학부모들이 너무 재미났다고 그랬다. 녀석들 완전 무대체질이다. 아. 나도 재밌어서 기분이 좋았다.
근데....이런. 내가 학예회 애들에게 신경쓰다보니 선생들 중에서 아무도 사진을 못 찍었다. 누군가 찍어서 줬으면 싶은데....비디오는 찍던 거 같든데....사진도 있었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