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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자, 빤데아르볼, 장터국수, 찹쌀모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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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구역예배를 빠졌더니 벌이라나 뭐라나 내 차례도 아닌데 앞당겨서 우리 집에서 하잔다. 그래서 오늘 해버렸다.

게다가 한국에서 교과서랑 과자가 도착해서~ 우체국으로 찾으러 갔다. 책을 세금물리려고 하는 사람들이라 보낼 때 책을 밑으로 좌악 깔고 위는 과자로 덮으라케따. 여기 페루 우체국은 세금을 내느냐 안내느냐는 순전히 운이다. 뭔 법칙이 없다.

주위에 모두 한번 이상 우체국에 가서 세금을 물었지만 난 몇 년 째 단 한번도 세금을 안물었다. 예전엔 우리 막내 데리고 가서 탁 위에 올려놓고 정신없게 맹글기 작전으로 잘 찾아왔드랬다. ㅋㅋ 우리 막내 위에 앉아서 그 사람들 서류 한 번 만져보고 컴도 한 번 만져보고....난 말리는척 걍 냅두고 ㅎㅎㅎ 정신없으니 얼른 가란다~

막내가 다 커서 이제 학교를 댕기니 그 짓도 몬하고.....책이 든 박스라 무거울 것 같아서 아들녀석을 끌고 갔다.

'너 우체국 가서 한 마디도 하지마.'
'왜요?'
'말 잘 하면 이거저거 물어보고 그러다 보면 세금내. 조용해 알았지?'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얌마. 그런 게 있는 데가 여기 페루다. 임마.'

약속대로 아들 녀석 조용히 입다물고....내가 스페인어 잘 못하는 척 능청 떠는 모습을 보며 웃겨 죽으려고 한다.

우체국 아저씨.
'너무 많이 왔어요. 과자가, 어 책도 있나보네요?'

난 순진무구 표정으로.
'네 책이 다섯권정도.(사실은 열 다섯권정도) 한국은 과자 싸요. 여기나 비싸지.(말도 안돼.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과자가 여기가 더 싸지이.)'

아저씨 한참 고민한다. 날 봤다가 박스를 봤다가.

아띠. 세금 낼려면 내지 뭐 까짓거. 그럼서 하늘의 뜻에 맡긴다. 사실 세금낼지도 모르니 50불 들고가긴 했다.

'웡슈퍼마켓 가격으로 해서 모두 90불 밑이면 세금 안내니까 그렇게 써줄게요.'

오우~ 착한 아자씨이~

끝까지 어눌하게 고개까지 숙이며
'그라시아스(감사합니다.)'

갖고 나오다 박스를 뜯어 과자 세 봉지를 주었다. 무뚝뚝한 아저씨 표정변화가 없다.
일단 고맙다고 생긋 웃어주고 나왔다.

라라라~ 신난다.

'엄마 진짜 순진한 사람 같아요.'
'얌마, 엄마가 진짜 순진하지. 그럼 가짜 순진하냐? 짜아식.'

집에 도착해서 구역 예배 준비는 해야하는데 소설이 하나 떠오른다. 달려들어서 몰두해서 쓰다보니 구역 예배 한시간 전. 아잉.....음식 준비 해야잖오.

국수물을 안친다. 무 하나를 숭덩숭덩 크게 쓸어 물에 넣고, 다시마 씻어 넣고 끓인다. 마늘 갈은 거 한수저. 멸치가루 듬뿍 넣는다. 음~ 시원해라. 다시마 건져서 송송송 채썰어 놓고, 호박 채썰어 살짝 볶고, 양파 채썰어 살짝 볶아낸다. 계란 지단 부쳐서 송송 채썰고, 준비 끝.

페루에서 유명한 우리집 국수다. 간단한데 인기는 짱이다.

사실 배추김치와 총각김치가 딱 맞게 익어서 국수 하나로 버티기 작전했다. 성공. 다들 두 그릇씩 비워낸다.

쑥차와 과자, 과일 디저트로 냈다.

나도 국수를 두 그릇이나 먹었는데 금방 내려갔나보다. 입이 궁금하다. 배도 허전하구. 지금 먹음 살찌는데.......우짠댜.

아, 구역장님이 이 나라 아마존 셀바에서 나는 열매람서 다들 한 봉지씩 주셨다.

오메 꼭 생긴 게 밤같이 생겼네. 역시나 밤처럼 삶아 먹는거랜다.

밤참으로 그 밤을 먹기로 했다. 우리 식모님 셀바 사람이다. 이 열매 이름이 '빤 데 아르볼'이란다. '나무의 빵' 그러고보니 더 궁금해진다. 칠레는 밤이 나오든데........여긴 신기하게두 그 더운 셀바에서 밤이 나와?

식모님 집에 가기전에 쩌내오라고 했다.

생긴건 밤인데....내용은.....뭐랄까.....감자와 밤과 밥 이 세가지를 섞어놓은 미묘한 맛이다. 약간 쓴 맛도 난다. 아.........밤이 넘 먹고자팠는데.....실망 실망.-.-;;

그래도.....비스끄루무 하니 내 먹어주마. 빤 데 아르볼아....

오늘 먹을 복 터졌네. 한국서 과자 와. 셀바에서 이상한 밤 와.
게다가 구역예배라니까 일한다고 도망가서 이제야 들어온 애 아빠. 눈치가 보였는지 찹쌀 모찌까지 사왔다. 안하던 행동까지 하니 걍 아무 말 안하고 먹어주자.

낼쯤 내 볼은 토실토실 몽땅할꺼다.

한국에서 겨울 날 먹던 찹쌀모찌가 생각난다. 아 신난다.

한 입~

윽~

여기 페루 맞다. 뭔 찹쌀 모찌 안에 딸기잼이......ㅡ.ㅡ;;

모두 11시 반에 교회에서 모여 철야기도회를 한다고 한다. 그 납치건 때문에 그런가보다. 너무 많이 먹었나보다. 졸립다.
내일아침 일찍 한국학교도 가야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이 밤에 나가는 것이 무섭긴하다. 밤의 페루 치안은.....더군다나 택시는 믿을 수 없는....불안한 곳이니....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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