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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ght hook, Left hook & Uppercu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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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Taejin. This is Maria, calling from children’s workshop school...'
우리 한국학교가 토요일마다 빌려 쓰는 미국 학교 교장한테 온 전화다.
덜컥 겁부터 난다. 미국학교 교장한테 오는 전화는 대부분 학교 사용에 문제가 있을 때 오기 때문이다. 간단한 인사를 주고 받으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학교 로비나, 카페테리아 등 학교 시설 일부를 못 쓴다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번엔 초특급이다. 교실 천장공사를 하기 때문에 학교 자체를 못 쓴단다. 안전문제로 학교 문을 닫아야 한다고…
이를 어쩌나 이번 주가 공개수업인데…. 너무 황당하다 보니 오히려 덤덤해진다. 때는 목요일 점심, 몇 시간 내로 결정을 해야 저녁부터 비상 연락망을 돌릴 텐데…. 이 비상 사태를 어떻게 수습한다??? 박물관 견학을 할까? 아님 글짓기, 그림대회 등 야외활동으로 대체할까? 이것 저것 알아보다 일기 예보를 보았더니… 윽!, 토요일에 비가 온단다.
포기! 깨끗하게 포기하고 임시 휴교를 결정했다. 그리고 선생님들에게 비상연락을 돌리라고 통보했다. 갑작스런 휴교로 학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이미지가 나빠지면 어쩌나… 걱정으로 가득 찬 내 마음은 비 오는 회색 빛 날씨보다 더 어둡고 우울해졌다….
한국학교를 맡아 일하다 보면 이렇게 얘기치 않은 punch를 얻어 맞곤 한다. punch 치고는 타격이 심했던, 2005년 가을 학기에 처음 맞은 Right hook 이었다.

아직도 휴교에 대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그 다음 주, 한 주 쉰 것을 어떻게 보충할 까…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태권도 선생님한테 이메일이 왔다. 치대생이지만 아버지가 태권도 관장인 관계로 아주 잘 가르치는 유능한 교사다. 그런데 이건 또 왠 날벼락! Special Surgery program 때문에 주말에 뉴욕에 없단다. 그래서 수업을 못 한다고… 그것도 8번 남은 수업 중에 5번을… 더군다나 이번 주는 공개수업 날인데… 예체능 선생님은 더 구하기가 힘든데...당장 어떻게 구하나??? 일단 인터넷에 광고를 내고, 아는 분들한테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그러나 목요일 밤까지 구하질 못했다. 이젠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변동사항이 있으면 선생님들한테 하루 정도는 일찍 알려 주어야 준비를 할 것이 아닌가?
일단 포기! 시간표 변경하고, 어떤 반은 합반하고…, 어떤 반은 미니 운동회 하고…. 3시간의 태권도 시간을 그렇게 대체하기로 통보하고, 금요일이라도 선생님이 구해지길 간절히 기도했다. 지난 주는 휴교에, 이제는 공개수업 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태권도 수업도 없고…. 학교에 대한 이미지 실추가 다시 걱정된다. 이번엔 Left hook으로 사람을 정신 없게 만드는구나… 2 주 연달아 펀치를 맞으니 충격이 더 크다.
금요일 오전, 태권도 3단에, 아이들 가르친 경험 풍부한 선생님이 구해졌다.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해서 공개수업을 무사히 마치고, 두 번째 punch 의 충격도 서서히 줄어 갔다.

공개수업이 끝나면 전화 받느라 바쁘다.
공개수업을 본 학부모들이 때로는 고맙다고, 때로는 이런 점이 좋고, 이런 점이 나쁘다고 전화를 주기 때문이다. 미국인 남편과 함께 수업을 참관한 한 어머님은, 남편이 연거푸 칭찬을 해주어 자신이 너무 ‘당당’하고 행복했다고… 그래서 고맙다고…. 이런 전화를 받으면 그 동안 힘들었던 모든 것이 사그라지며 나도 너무 행복해진다. 그 보람에 가끔 씩 Right hook, Left hook을 얻어 맞아도 금방 치유가 되고 굳건히 버티는 것 같다….
그런데…. 마(魔)의 목요일 저녁!
한 교사한테 전화가 왔다. 몸이 너무 아파서 도저히 한국학교 교사를 계속 할 수 없겠다고… 당장 이번 주 토요일부터 못 하겠단다. 퍽!!! 이번 펀치는 완전 자빠지게 만드는 결정타! Upper Cut 이다. 학기 중간에, 그것도 당장 내일 모레가 수업 일인데…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을 까?’ 화도 나고, ‘오죽 아프면 학기 중간에 그만 둔다고 할까…’ 싶기도 하고…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이다. 더군다나 대학생인 딸과, 또 친구의 딸인 유치반 보조교사 2명도 같이 못 온단다. 당장 하루 만에 교사 1명, 보조교사 2명을 구해야 할 판이다. 아는 사람들한테 전화부터 돌렸다. 고급반 경험이 있는 선생님을 구해 달라고… 급하다고 아무나 대체시킬 수는 없고 최선을 다해 경험있고, 또 우리 학교와 학생에게 맞는 교사를 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니 그것이 쉽냐고요… 적어도 다음 날 오전까지는 구해야 인수인계도하고 새 선생님이 준비를 하지…….
‘정말 못 해 먹겠다…’ 이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3주 연속 펀치를 맞으니 마음이 부서질 데로 다 부서진 느낌이다.
누구 하나 위로해 주는 사람 없이 너무 힘들었다. 아니 외로웠다…. 다른 사람은 둘째치고 우리 남편은 내가 이렇게 3주 째 계속 펀치를 맞고 있는데 위로 한마디 없다. 이럴 때, ‘힘들어서 어쩌냐.. 잘 될 거야… 힘내…’ 뭐 이런 소리라도 해줘야 남편 아닌가??? 괜히 화살이 남편한테 가버렸다. 그리고 한 소리했다.
“아내가 예기치 못한 힘든 일을 3주 연속 겪고 있는데 위로 한 마디 해주어야 되는 것 아니야?”
…………
“긴급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잘 대처하는 것이 유능한 지도자야. 아무 일없이 그냥 평탄하게 조직이 이끌어 진다면 그런 장(長)의 노릇은 누가 못하겠어? 이런 일도 겪고 저런 일도 겪는 게 장의 자리인 거야. 당신의 위기 관리 능력을 믿어…”
찬 물을 뒤집어 쓴 느낌이랄까…. 번쩍! 눈 앞에 섬광이 비치면서 나는 정신을 차렸다.
따뜻한 말 한마디보다 이성적이고 사려 깊은 남편의 말은 탁월한 치유력을 발휘했다. 어떤 의욕 같은 것이 솟으며 패잔병처럼 축 쳐졌던 나는 어느 새 강한 전사가 되어 있었다.
남편한테 고마웠다. 내가 언제라도 기댈 수 있게 어깨와 가슴을 빌려 주기보다, 내가 스스로 설 수 있게 옆에서 충고해주고 이성으로 지켜주는 남편이 얼마나 든든한 지…. 덕분에 나는 결정적인
punch였던 Upper Cut 도 잘 해결하고, 지난 주 한국학교 수업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마음은 더욱 단단해졌다. 어떤 punch 라도 올 테면 와 봐라…
Uppercut 으로 날려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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