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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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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 아세요? 말입니다~ 학생들과 제가 혼연일체가 되는 시간은 수업 중 짬짬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줄 때랍니다. 나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영화로 상연된 줄거리들이 나의 슬픈 첫 사랑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말레이시아에 오기 전 나의 청년시절 활약상이 되는데요. 학생들은 별것도 아닌 이야기들을 늘 재미있게 들어주지요. 아마도 발음이 엉터리인 작은 한국인 교수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현지 교수들이 진행하는 강의 시간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재미가 있나봅니다.

그중 역대 졸업생들이 가장 좋아하고 매년 써 먹어도 인기 있는 이야기는 한국의 공중목욕탕 이야기인데요.
“너희들 투명인간이 되면 제일먼저 어디에 가고 싶니?” 하고 물어보면 남학생들은 이구동성 여자 기숙사에 가서 짝사랑 여학생의 알몸을 보겠다는 것이지요. 내가 근무하는 곳은 국립 대학교로 신입생들 모두가 1년간 의무적으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며 종교가 이슬람이기 때문에 남녀가 매우 유별하답니다. 무슬림 율법에 따라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은 교내에서 손조차 잡을 수가 없구요. 여학생들은 꼭 머리에 수녀같이 “두둥”이라는 스카프를 쓰고 다녀야 한답니다. 졸업식을 할 때도 여학생들은 졸업장을 건네는 총장의 손을 잡기 위해서 하얀 손 장갑을 끼고 나올 정도지요.

이런 유별한 문화 속에 사는 학생들에게 나의 것을 남에게 허름 없이 모두 공개하고 그들의 것을 맘 놓고 만끽할 수 있는 한국의 벌거벗은 목욕탕에 대한 이야기는 늘 호기심과 재미를 불러일으키지요. '우리는 주 1회 공중목욕탕에 간다. 그리고 때를 민다. 그래서 한국의 여자 피부가 하얗고 예쁘다. 그 안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인사도 하고 같이 대화도 하고 등도 밀어준다. 그러니 만약 너희들이 투명인간이 되면 한국의 공중목욕탕에 가거라' 그리고 그중 제일 좋은 탄력 있는 몸매를 찾아 나신의 외로움을 풀라하면 너도나도 낄낄거리며 자빠진답니다.

이런 저런 야한 이야기로 실컷 웃고 수업에 돌입하면 어느새 학생들은 벌거벗은 목욕탕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상상으로 얼굴이 상기되어 있지요.

열대지방이라 이곳은 물이 귀했어요. 그래서 식당에 가면 메뉴판보다 무엇을 마실 것인지 제일먼저 물어 본답니다. 물 인심도 아주 박하구요. 그래서 공공장소의 화장실에 가면 용변 후 세척용 물 값으로 입장료를 다 받는답니다. 지금도 차량용 기름값이 물 값보다 더 싸답니다. 믿기 어려죠?. 빗물을 받아 식수로 쓰는 이네들은 한때 뒷마당에 얼마나 많은 물을 담은 항아리가 있느냐에 따라 그 집안의 부가 결정 되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러기에 물을 받아놓고 몸을 씻기보다는 아끼고 조심스레 물맞이를 해야 하는 말레이시아 세척 문화와 비교해 볼 때 한국의 공중 목욕탕은 정말 자유스럽고 편안한거지요. 아버지와 아이가 함께 목욕을 하고 서로 얼굴을 모르던 젊은이와 노인네들이 서로 등을 밀어 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을 쌓아가는 이 공간이 그들에게는 참으로 신기하게만 느껴질수 밖에 없답니다.

우리에게 있어 이제 공중목욕탕은 가난하던 그 옛날처럼 더러운 몸을 씻으려 가는 공간이 아니라 도리어 휴식 공간으로 그 면모가 바뀌었죠?. 그래서 공중 목욕탕은 예전처럼 단순히 때만 씻는 곳이 아니라 일과에 지친 사람들의 쉼터이자 사교장이기도 한 복합적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공중 목욕탕은 이곳 사회에서 볼 수 없는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기에 나는 학생들에게 한국에서 꼭 가 봐야 하는 곳이라고 늘 권한답니다.

나의 제안으로 시작한 것인데 한국으로 유학 간 말레이시아 학생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한국 공중 목욕탕은 유학을 마치고 말레이시아로 귀국하기 전 꼭 갔다 와야 곳이 되었답니다. 이미 말레이시아에 돌아 와서도 이들이 두고두고 한국 공중목욕탕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보면 한국 공중목욕탕은 그들에게 새로운 경험인 것 같아요.

해마다 신학기가 되면 한국어가 새롭다고 배우겠다고 새순 돋듯이 학생들이 내 강의에 나타납니다. 그들에게 나중에 한국에 가게 되면 네 것(?)도 보고 내 것(?)도 보러 목욕탕이나 같이 가자는 나의 제의에 얼굴이 빨개지고 어쩔 줄 몰라 하는 학생들의 모습, 그 재미에 어쩌면 오늘도 목욕탕 이야기를 수업시간에 슬쩍 들려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선생님들, 우리 언제 네것(?) 내것(?) 보러 같이 갈수 있을까요? 21세기인 오늘, 목욕탕에도 남녀 편애 사상이 사라져야 합니다. 독일에 가보았더니 공평하게 남여가 목욕하는곳 있더군요. 물론~ 가 보앗지요, 즐겼지요~ 뿌듯했지요! 내것 하나 보여주고 남의 것 다 보았으니 말입니다. 후헤헤헤 ~~ 저는 평등 사상은 목욕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 참 저 정신병자 아닙니다. 웃자고 쓴것이니 넘어가셔요, 그렇죠? 오락 부장님.. 그나저나 히히히 홍도 선생님 같이 가요~ 거시기에 거시기 하게 말입니다.

추신: 위의 글은 월간지 '함께가는 세상' (www.hamgase.co.kr)의 2005년 1월호중 '해외에서 온 편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책에는 편집자의 의도에 따라 약간 변경되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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