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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의 아이들 1 (향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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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의 아이들 1 향심(向心) 동해시로 가는 기차 밖의 풍경은 온통 하얗다. 25년 만에 처음으로 부모님 품을 떠나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러 떠나는 나의 마음은 첫 눈을 맞이하는 설레임 이상의 감격이었다. 온통 하얗게 뒤덮인 세상처럼 다시 새롭게 펼쳐질 ‘교사’로서의 나의 인생에 대한 기대와 기쁨으로, 가족을 떠나 산다는 불안감은 기차속도만큼이나 달아나고 있었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따뜻하고 실력있는 교사!’ '넓은 세상 볼 줄 알고, 작은 풀잎 사랑하는 아이들...' 그 외 내가 추구하던 교사상, 키우고 싶은 학생상을 다 나열하자면 이 지면이 모자랄 정도로 나는 정말 좋은 교사가 되고 싶었다. 실력 뿐만 아니라 아이들 인생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진정한 스승말이다…. 사범대를 들어간 나는 교재 연구 과목을 좋아했고, 아주 잘했다. 교수님이 시대와 주제를 주면(내 전공은 역사이다) 나름대로 수업 지도안을 짜고 교재를 재구성 한다. 교수님은 항상 나의 수업 아이디어를 칭찬해 주셨고, 내 교재는 채택되어 과에서 만드는 책으로도 나오게 되었다. 졸업 전부터 수업지도안을 짜보며 내 수업으로 대한민국 학생들을 ‘생각하는 아이’들로 만들겠다는 야무진 꿈을 안고 교사로서의 청사진을 그려나갔다. 그러나 그 꿈은 졸업과 동시에 꺾이고 말았다. 몇 년 째 교원 적체 현상이 나타나며 내가 졸업을 할 때는 ‘순위고사’라는 교사 임용시험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교사가 되기를 포기하고 회사원의 길을 택했다. 내가 들어간 직장은 교사 월급의 2배를 받는 미국 회사였다. 출퇴근 시간 정확하고 여사원이라고 커피 심부름 안 시키고, 토요일날 놀고… 친구들은 부러워했지만 교사가 꿈인 나에게는 너무 암울한 시간이었다. 돈만 벌기 위해 다니는 직장은 내게 아무런 희망도 보람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통장에 돈이 쌓여가면 갈 수록 내 꿈과의 거리는 그만큼 멀어지고 있었다. 2년을 채워갈 무렵, 시간 강사를 하더라도 일단 교육의 장(場)으로 들어가야겠다고 결단을 내리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드디어 내 삶의 외과적인 수술을 단행한 것이다. 나는 향심(向心)이라는 말을 아주 좋아한다. 마음이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내가 교사가 되고 싶어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접한 친척 분의 도움으로(그 절차는 매우 험난(?) 하고 복잡했지만 생략) 나는 강원도 동해시의 작은 중고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백령도라도 달려갈 터인데 동해쯤이야…. 이렇게 해서 나의 교사 생활은 거칠지만 정 많은 바닷가 아이들과 함께 시작되었다. 내 생애 첫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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