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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의 아이들 3-1(함께하는 우리)

입학식 날은 설레고 분주하다.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직은 아기 같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들여다 보노라면 모두 내 아이 같은 마음이 든다. 그러니 교실 뒤에 계신 학부모님 마음은 어떨까?


모든 순서를 마치고 흩어지고 있는데 한 부부가 내 앞으로 왔다.
“김성준학생 부모입니다…. 우리 아이가 잘 듣지를 못합니다. 물론 보청기를 착용했지만 많이 못 듣습니다. 힘드시겠지만 잘 부탁합니다.”
평일 오전에 하는 입학식 날, 아버지까지 오신 터라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네, 염려 마십시오. 최선을 다해 지도하겠습니다.”
나는 일단 부모님께 그렇게 말씀을 드렸지만 솔직히 듣지 못하는 아이를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도 없이 그렇게 성준이를 맞게 되었다.

학기 초에는 반장 선거를 한다.
당시 1학년은 배치고사 성적 상위 20% 안에 드는 학생을 담임이 1차 후보로 칠판에 쓰면, 자기 의사를 표시하여 최종 후보자가 결정된다. 그 중에 성준이도 있다. 나는 적잖이 놀랐다. 듣지 못하는데 일반 초등학교를 다녔으며, 학급 4등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성준이 이름이 쓰여지자 아이들이 일제히 “우~ ” 소리를 내며 경외의 눈으로 성준이를 쳐다본다. 성준이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까???
“성준이가 너희보다 열 배 이상으로 열심히 노력한 결과야. 너희는 성준이를 존경해야 해.” 성준이의 성적으로 인해 아이들이 자극을 받았으리라 생각하니 내심 흐믓해졌다.
그러나…

선거에서 성준이가 ‘반장’이 되었다. 못 들어서 발음도 정확하지 않은 학생이 반장이 되다니…. 남학생들이 생각 없이 장난으로 투표를 했나? 아니, 성준이 존경하라고 한 내 말이 너무 큰 효과를 나타냈나? 이를 어쩌나…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아이들이 장난으로 했던 진심으로 했던 이미 성준이는 아이들에 의해 뽑힌 학급을 대표하는 ‘반장’이 된 것이다.
“가사하이다. 여시이 하게서이다아.(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성준이의 이 말을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알아 들었을까???

‘ 함께 하는 우리’
우리 반 급훈이다. 정말 아이들은 성준이가 반장 활동을 잘 하도록 ‘함께’ 힘을 합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성준이나 아이들이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내 염려와 달리 아이들은 서투른 성준이 발음을 열심히 알아들으며, 또 성준이가 잘 못하는 일은 서로 도우며, 모두 반장 일을 내 일처럼 도와주었다. 자신들이 뽑은 반장이었기에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한 아이들. 고맙고 이쁜 우리 아이들…
우리 반에선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선생님 쪽에서 터졌다. 여러 선생님들이 반장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성준이로 인해 힘들어 했고, 한 선생님은 반장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나에게 몇 번을 투덜대었다. 결국 나는 교장, 교감 선생님께 불려갔다.
“김선생, 성준이로 인해 선생님들 불평이 대단합니다. 학과 선생님도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 학급 운영은 더 힘이 드실 텐데요. 시간이 가기 전에 지금이라도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저는 학교가 성준이의 입학을 허락한 이상, 성준이에게 교칙에 의거한 똑같은 기회를 주었고, 아이들이 민주적인 방법으로 뽑았으며, 절차에 하자가 없는 한 성준이는 반장을 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준이는 최선을 다해 반장 역할을 잘 하고 있고, 반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을 합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편해하는 선생님들에게 잘 말씀해 주시고, 교장, 교감 선생님이 아이들을 격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당당해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성준이가 씩씩하게 반장 역할을 잘 하고 있듯이……


김별찬: 함박웃음 선생님! '생일 축하합니다~~' 기쁜 생일날 되시고요...
선생님 아이디처럼 환한 웃음 넘치는 매일매일 되시길 기원합니다. -[2006/10/11-14:01]-
함박웃음: 감사합니다~ 선생님 생일도 축하축하~ 와~ 펑~펑~
이렇게 재미있는 글까지 선물로 받고 정말 행복하네요. 전 선생님께 드릴 게 없네요.
담에 천사님과 아이스 와인 함께 해요~ ^^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06/10/12-02:44]-
착한아이: 성준이가 반장이래요? -[2006/10/12-02:56]-
천사: 어제 일이 있어서 급하게 읽기만 하고 오늘 찬찬히 잘 읽었네요.
별찬샘이 씩씩하게 아니 당당하게 교장선생님에게 말씀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함께 하는 우리'라는 급훈에 딱 맞는 그 선생님의 그 제자!!!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건 무슨 감동일까요?....
함박웃음샘 착한아이샘 별찬샘과 이미 아이스 와인을 마신건 아닌지...^*^ -[2006/10/12-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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