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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중독에 대한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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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중독이란건 나한테 찾아오지않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웬걸 그런게 저한테 있나봅니다. 지금 전 그리도 그리워하던 우리 아이들과 페루에 있지요. 아이들을 껴안고 있으면 만사 행복할줄 알았는데.......사람 맘이 참으로 간사합니다. 한국에 스톱시켜놓은 내 일이 그냥 붕 떠 있는 느낌이라 안절부절 노심초사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밝은 햇살때문에, 새로 이사 온 집이 1층이라 정원의 나무들이 너무 멋진데도 그냥 이렇게 누워있어도 되는 걸까? 일해야하는데.......하는 그런 강박관념때문에 맘이 편치가 않아요. 세상에...뭐 이런 경우가 다 있담. 십여년을 페루에서 그렇게 나무늘보처럼 살다가 한국에 가서 일년 뺑뺑이 돌며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고 댕겼다고 이렇게 군기가 바짝 들다니요. 어쨌든, 그래서 뭔가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애들깨워서 새벽바람에 달리기도 해보고, 새로 이사와서 아직 널부러져있는 물건도 치우고, 집안 대청소, 사람들 만나 수다떨기, 애들 데리고 사우나가서 때밀기 등등 부산스럽게 했는데도.......일주일이 채 안넘어가더군요. 게다가 학교리포트는 냈는데 안냈다고 미제출로 되어있는 과목이 세개나 되고, 시험응시는 했는데 미응시로 되어있는 과목도 있고, 왜 내가 페루에 와 있는 이 시점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마냥 짜증만 일어나네요. 멜도 보내보고, 쪽지도 보냈는데.....내가 이 페루에 있으니 어쩌란 말인지 원..... 뭔가 이 스트레스를 풀어야하는데....풀어야하는데 뭘로 풀까. 다시 컴퓨터 앞에서 늘어져보기로 했습니다. 페루생활에서 반 이상을 차지했던 컴앞의 내 생활로 돌아가보자 뭐 이런건데...그때는 글도 많이 쓰고 공부도 하고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지금은 도대체가 글도 안써지고 머리 속도 정리가 안되고 ...........드라마나 볼까? MBC에서 애들이 드라마 본다고 돈좀 넣어놓으라고 한 게 생각났습니다. 클릭. 음... 뭐부터 볼까. 환상의 커플, 궁, 삼순이, 이게 얘네들이 내세우는 간판 드라마인가봅니다. 삼순이는 봤고, 환상의 커플, 발칙한 여자들, 주몽, 궁,...차례차례 섭렵했지요 물론 대본도 함께 창을 열고...(이러다 드라마 대본은 거저 써지겠어요 @@;;).......역시 드라마는 시간을 죽이는 덴 최고네요. 으......눈도 아프고 .. 페루 기후가 맞지 않아서 고생꽤나 했는데 다시 알레르기 반응도 시작합니다. 재채기로 시작한 알레르기는 눈에 충혈도 불러다주고 몸도 띵띵 곰처럼 붓고, 온 몸이 다시 스멀스멀 들어오는 페루몸살에 무너져내립니다. 다시 아침이 오면 콧물 찍찍 나오는 얼굴을 거울에 대고 말하지요. 아, 뭘하지. 일해야하는데.........내가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건가. 아이들을 다시 껴안아보고 다시 쌀쌀맞은 엄마로 돌아가 외칩니다. 얘들아 청소하자~ 10년동안 일해오는 가정부 루사는 저 겔름뱅이 아줌마가 왜저리 변했나하고 불안한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이런 내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눈치네요. 근데말야. 저 아줌마 애들하나 잘봐서 우리 집에서 일하고 있는거지. 정말 청소며 일하는 건 아유 정말 다른 집에선 바로 쫓겨날 실력이랍니다. 막내 보모로 들어와서 가정부로 안착을 한 가정부 루사는 나 없는 일년동안 돈 벌은 거로 앞니빨 세개 빼서 웃겼드랬는데 이빨 새로 해넣어서 무지 미인이 되어있드라구요. 그리고 살짝 내게 귓속말로 남편에겐 절대로 말하지 말라며.......하는 말이.. 아줌마, 한국에 괜찮은 남자 있음 나좀 소개시켜줘요. 푸훗. 그래요. 그러고보니 참 이뻐졌네요. 우리 루사. 다시 딸들 집합시켜 청소하는 법 가르쳐준다며 난리 부르스를 떨어봅니다. 야이 가시나야 걸레를 손가락으로만 잡음 어케. 이렇게 속으로 야무지게 잡고 해야지. 토욜 아침. 배란다 앞 풍성한 밴자민 나무가 멋진 폼새로 바람에 흔들립니다. 컴 앞에 다시 늘어지게 누워서 오늘은 드라마 궁을 끝내볼까. 슈퍼마켓을 가서 한국에선 잘 못먹었던 치즈를 종류별로 사다가 먹어볼까. 읽었던 책이라도 다시 잡아서 읽어볼까. 일중독때문에 쉬는 게 불안한 맘으로 머리와 눈을 이리저리 굴려봅니다. **************^^ 600 년 만에 온다는 황금돼지 해의 복 만땅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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