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뉴저지에는 창 밖에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어요. 창문 사이로 앙상한 나무 가지 사이에 핀 백꽃을 유미의 눈 속에 담고 있어요. 눈꽃을 만지고 걷기는 올 겨울에 처음이예요. 뉴욕도 129년 만에 처음으로 12월에 눈이 안 왔다고 보도 했어요. 새해가 열리면서 뉴욕은 눈발이 조금씩 휘날렸죠. 그런데 옆동네인 뉴저지는 눈이 안 내려 유미는 무척 눈꽃을 그리워 했어요 지금 이 순간 너무나 깨끗한 외모를 지닌 눈꽃을 창틈으로 바라보면서 환한 미소로 이 글을 적고 있어요. 어제 회사 면접 보고 나오는 데 눈발이 날려 유미의 마음이 살랑거리는 바람에 풍선이 하늘하늘 날아가듯 했어요. 그렇치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첫 눈이 내리면 사랑하는 님과 손잡고 눈을 맞으며 눈길을 걸다가 추운 기운이 온 몸에 스며들면 벽난로가 있는 카페에 들어가, 잔디 위에, 나뭇가지에 소복히 쌓이는 눈을 바라보면서, 커피향이 넘치는 그 맛을 느껴야 하쟎아요. 그런데 내 님이 이곳에 없기에 친구와 수다만 떨었어요. 참, 축하해 주세요. 유미 취직을 했어요. 광고 인쇄 회사예요. 월요일부터 출근이예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근무해요. 시간은 9시부터 5시까지예요. 제 업무는 광고 디자인과 사무 업무예요. 디자인부에 남자 직원이 3명 더 있어요. 여자는 둘 뿐이예요. 쿠바 출신 여자와 한국 여자인 유미. 출판부는 가나인(미국에서 30년 산 사람), 멕시코인, 카나다인, 한국인 등등 다양하죠. 대외 영업부에 미국인이 있고요. 어제 사장님과 부사장을 만나 면접하고 나서 사무실 직원들만 인사를 나누었어요. 회사 소개와 건물, 등등은 토요일 오전에 만나 자세하게 알려 준다고 하더군요. 실은 금요일 오후나 토요일 오후에 하자고 했는데 유미가 교회 전도사라서 교회에 가야한다고 했죠. 그래서 토요일 오전에 일정을 잡은 거예요. 사장님이나 부사장님이 모두 인상이 좋았어요. 젊은 오빠처럼. 다행이죠. 그리고 초봉도 센 편이고 보너스와 성과금도 준다고 하더군요.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잘 대우 해 주는 거라고 하더군요. 잘 되었죠.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적성에도 맞고. 잘난 아들 녀석 때문에 미국에 붙잡혀 있는데 일을 하게 되어서 좋은 것 같아요. 조금이나마 불쌍한 아프리카인들을 물질적으로 돕게 되어서 마음이 흐뭇하기도 해요. 영국에서 유학 생활 5년, 가나에서 교육.선교 생활 10년, 이제 미국에서 제 삶이 시작 되었어요. 새로운 정신과 마음으로 시작하려고 해요. 눈꽃이 유미의 취직을 축하해 주었듯이 샘님들도 축하해 줄 거죠. 샘들의 삶 가운데 직장과 가정이 행복이 넘쳐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