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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여행기 1

뉴질랜드... 그 곳에서의 여정을 떠올리려니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행복한 기운이 온 몸에 쫙 퍼진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가슴 속에 뚝뚝 떨어져 있는 모란을 바라보며,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이라는 괴물 앞에서 잠시 두려움을 느낀다. 장장 10시간이라는 긴 비행 시간 동안 1시간도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오전 11시에 오클랜드에 도착. 북섬의 오클랜드도 그렇고 남섬의 크라이스쳐치, 그리고 천사님이 사시는 해밀턴도 마찬가지로 뉴질랜드의 도시들은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 그림같은 전원 주택들 뿐이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번잡한 도시에서만 산 나에게 그 곳들은 도시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그저 한적한 주말 농장 같이 느껴졌다. 공항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Mt.Eden 에 올라갔다가 미션베이라는 곳으로 갔다. 바닷가에 공원이 붙어 있어서 사람들이 주말에 여가를 즐기는 곳이다.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는데 스시집이 있길래 들어갔더니 한국 사람이 하는 곳이다. 회덮밥과 스시 정식을 맛있게 먹고 나와, 아이스크림 집에 들어 갔는데 거기도 한국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길래 “여기도 한국 집이예요?”하고 물어보니 한국 학생 왈, “미션베이에서 장사 잘 되는 가게는 다 한국 사람 거예요.” 뉴질랜드에도 한국 사람들이 이민을 많이 갔으니 부지런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장사 잘 되는 곳은 다 차지한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다른 가게들은 크리스마스 대목에도 문을 닫았는데 한국 사람들이 하는 가게는 문을 열어 놓고 있으니 손님들이 발 디딜 틈이 없이 북적거린다. 어딜 가나 제일 열심히 사는 사람들... 그러나 날이 가면 갈수록 우리 고국에서는 못 살겠다는 원성이 높아 가니, 나와 사는 사람으로서 참 안타깝다. 싱가폴 사람들은 지도자 한 사람 잘 만난 덕에 말레이지아에서 쫓겨 내려와 아무런 자원도 없는 이나라에서 이렇게 부자나라를 만들었다는데... 졸업을 하는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꼭 해 주는 말이 있다. '평범한 한 개인의 삐뚤어진 가치관은 자기 자신이나 가족, 조금 확대하면 그 주위의 몇몇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 끝나지만, 지도자의 그릇된 가치관은 한 사회, 국가, 나아가서는 전 세계를 불행에 빠뜨릴 수도 있다. 너희들은 모두, 앞에 서서 이 사회를 이끌어갈 일꾼들. 부디 모든 이에게 행복을 주는 지도자가 되어 주렴.' 그날 우리를 여기저기 안내한 택시 기사는 택시 운전을 시작한지 겨우 2주일 밖에 안 되었다는 중국계 키위다. 인상 좋게 생긴 40대 중반의 아저씨였는데, 우리를 위해 개인 기사 노릇을 해 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러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데 그 아저씨는 우리가 에덴 동산에 내려 한 10분간 머무르는 동안 미터기를 꺾고 기다려 주다가 우리를 태우고 타마키 드라이브라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를 지나 미션베이로 안내해 준 다음 2시간 뒤에 다시 우리를 픽업해서 공항까지 데려다 주었다. (우리 짐도 트렁크에 싣고 다녀 줘서 우린 맨손으로 랄랄라 다닐 수 있었다.) 뉴질랜드는 택시비가 너무 비싸서 우리가 택시에 타고 있는 동안에만 미터기 계산을 했는데 (약 1시간 30분 정도) 170불 (11만원 정도)이 나왔다. 나중에 토요타 캠리 하루 렌트하는데 120불을 낸 것에 비교하면 너무 비싼 가격이었지만 처음 오클랜드에 내려 아무 것도 모르고 오후에 다시 크라이스쳐치로 가야 했기 때문에, 그런 좋은 기사를 만난 것만 해도 감지 덕지하면서 200불를 주니 너무너무 고마워한다. 크라이스쳐치로 가는 국내선을 타고 남섬에 도착하니 밤 8시, 호텔에 가니 9시다. 배가 고파 먹을 걸 찾는데 문을 연 음식점이 하나도 없다. 할 수 없이 문을 연 24시간 편의점이 있어 들어가니 여기도 역시 한국 사람 가게다. 컵라면을 사 가지고 와서 대충 저녁을 때우고 침대에 누우니 싱가폴 시간으론 겨우 오후 4시. 4시간을 뒤척이다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씁니다. 사실 저 오늘 수업 준비 안 했거든요. 천사님 메일 보고 학교 갔다 와서 쓰려고 했는데 여기 들어와보니 한가족님 글이 올라와 있길래 수업 준비 미뤄 놓고 쓴 거예요. 글이 너무 길어도 지루하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고 나머지는 다음에 또 쓸게요. 갑자기 이 속담이 생각 나네요. '우는 아이 젖 준다.' 많은 분들이 재촉하시니까 결국 글이 올라가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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