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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밥상

추억의 입맛 추억은 늘 아련했던 과거의 일을 동화처럼 만드는 마술이 있는 것 같다 그 것이 아픈 것이든, 즐거운 것이든... 추억은 그 자체로 잠시의 쉼을 가져다 준다. 어렸을 때 아픈 주억이 있다. 장마가 진 후에 개울에 헤엄을 치러 갔는데 잘 놀다가 갑자기 소용돌이에 휩쓸려 들어갔다. 물을 먹으면서 정신이 혼미해 지면서도 절대로 웃기기 않지만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순간 어떤 초능력적인 힘이 나를 빛 가운데로 끌어냈는데 그게 동네 형의 팔이었다. 그 후로 늘 그 형만 보면 빚 진사람 처럼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면서도 그렇게 어색한 관계를 가지고 지나갔던 것 같다. 또 다른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잿빛의 아름다움 이지만 그래도 그 것이 오늘날까지 내가 손을 대기에는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 그런 것이다. 그 시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았지만 우리의 형편도 소위 말하는 꼬방동네에서 그렇게 어린 시절이 지나갔다. 매일 출 취해 거-억 거리는 사람들이 아침의 공기를 흔들고 물을 길으러 한 오리는 물통이나 지게를 지고 가야 했던 판자촌... 배고픔에 점심때면 수도꼭지를 향해 달려갔던 기억들이 오늘도 수제비나 밀가루 음식을 대할 때마다 한 번쯤은 그 때를 생각을 하게 한다.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추억은 늘 아픈 기억만 남아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 것이 승화되어 아름답고 즐거운 추억으로 오늘의 힘든 날들을 흥겹게 풀어주는 윤활유, 활력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학 때 같은 과 친구와 자취를 하던 때가 있었다. 형편이 쉽지 않으니 자력으로 살아야 하는 짐이 있었는데 늘 밥은 그렇다 치고 반찬이 문제였다. 다행히 라면 집 아주머니가 가끔 양배추로 된 김치를 주셨는데 어느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길옆 울타리에 호박덩굴이 올라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친구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호박 잎을 따가지고 집으로 돌아가서 국을 끓여 먹었다. 매일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가며 들리듯이 호박잎을 뜯다 보니 어느새 무성하던 잎들이 듬성듬성 남게 되었다. 풍년은 아니더라도 집 안에 먹거리라도 하나 만들어 보려던 주인의 마음도 아마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주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오늘 오랜 만에 호박잎으로 쌈도 먹고 국도 끓여 먹었다. 그동안 여러 번 호박으로 된 죽도, 떡도, 국도 먹어 보았을 법 한데 오늘 이렇게 특별히 다가오는 것은 이것이 이국에서 먹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땅을 갈고, 심고, 물을 주고 호박이 자라는 것을 보고 즐거웠지만 그런데 이렇게 잎을 따서 먹어보리라는 생각은 못했다. 오늘 아내가 해 준 밥상은 그 때보다 훨씬 상도 풍성하고 맛도 더 좋았다. 그런데 오늘은 밥을 먹으며 옛 시절을 떠올렸다. '추억 때문에 더 맛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나는 맛있는 추억의 밥상을 대했다... 그리고 새로운 추억 하나를 더 만들었다. 여러분도 한 번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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