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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버리 1004의 실수.

반나절 만에 겨울에서 여름으로 넘나든 고국 모꼬지(나들이). 2 주간의 숨가뿐 여정을 마치고 이제 내일이면 돌아가야 하는 마지막 금요일 밤. 장학사인 춘천 사는 친구가 꼭 보고가야 한다며, 밤에 서울 운전은 초행이지만 퇴근 하자마자 용기를 내어 달려온다고 한다. 나도 헤매고 친구도 헤매며 만난 신라호텔 정문앞. 오잉? 건장한 경찰 3 명이 친구보다 먼저 보인다. 친구와 경찰을 번갈아 바라보는 나에게 미소지으며 답한다...'민중의 지팡이 신세를 좀 졌어'...ㅎㅎㅎ 둘은 감사하다는 함박웃음을 보내고 드디어 9 시가 넘어서야 마주보며 커피숍에 앉는다. 도란도란 이야기에 웬 시간이 그리도 빨리가는지...친구는 선물 꾸러미를 내민다. '있잖아...이거 인삼인데 이케 겨울 여름 넘나드느라 감기 걸리지 말고 건강해. 나도 먹고 싶지만 꾹 참고 너 주는 거니까 몸보신 잘해. 알았지?' 친구도 누군가로부터 선물을 받았는데 일부러 날 주려고 그 멀리서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 왔다고 하니...얼마나 그 마음이 감사하고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이 고마운지... 감동은, 더 늦으면 분당사는 서방님 뵙고 돌아갈 시간이 너무 늦어져 미안하기에 일어설 때까지 끊이질 않았지만, 우린 아쉬움을 뒤로하고 친구는 춘천으로 난 다시 분당으로 향하기 위해 일어선다. 그렇게 그 밤에 인삼을 받아들고 서방님 집에 돌아와 두런두런 이야기로 새벽까지 날밤을 새니...애고...이제 곧 비행기 탈 시간이 다 되어간다. 언제나 그렇듯 뉴질랜드는 계절이 우리나라와 늘 뒤바뀌기에 반 나절 비행 여정이 반 년을 넘나드는 시간이다. 입고 온 여름 나시에 비행기 안에서 내리는 순간 겨울 자켓을 걸쳐 입고 입국 수속을 마치려는데...음식 검사하는 MAF 라는 곳으로 가서 아이들에게 줄 과자나 김,멸치,명란젓 등을 펼쳐보인다. 드디어 다 통과 하려는데 마지막 포장된 인삼 꾸러미를 보며 무어냐고 묻는다. '아, 이거 인삼이다' 하며 난 고마운 친구가 생각나 신나게 풀어 헤친다. 오잉? 이게 뭐야? 마른 인삼도 아니고 인삼차도 아닌 다리도 통통한 수삼이 나란히 나란히 줄지어 서있는 것이 아닌감? 게다가 초록 이끼로 신선하라고 이불까지 덮고... 아뿔사! 친구가 준 인삼은 가공된 인삼이 아닌 강화에서 난 진짜 수삼 이었으니 우야꼬... 큰일이다. 뉴질랜드는 검역이 다른 나라보다 까다롭기에 이건 100 % 통과 못하는 물건이다. '나도 어제 이것을 선물로 받고 인삼 이라기에 뜯지도 않고 가져 왔으니 몰랐다'며 봐달라고 사정을 하였지만...허사였다.마침 감기에 걸렸기에 기침이 나와 이 인삼은 기침에도 좋아 친구가 딴나라에서 몸 고생하지 말고 건강하라며 준 것이라고 통사정을 하였지만... 또 허사였다. 그냥 물러날 내가 아니기에 '그럼 이것을 그대로 한국으로 다시 보내겠으니 허락해 달라'고 했더니만...가서 알아보더니 안된다며 도래질을 한다. 흠...그래도 안돼? 그럼 이번엔 어쩌나...난 최후의 방법이다 싶어 '그럼 이 인삼을 이 자리서 먹겠으니 달라'고 했더니만 역시 안된다고 한다. 8 뿌리도 넘는 그 통통하고 쓴걸 어찌 다 먹을까...가져가고픈 맘에 별 억지(?)를 다 써보지만 모두가 허사였다. 결국 포기를 하고 친구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의 인삼을 질끈 눈으로(?) 다 먹은 후 난 마지막 검열대 위에 내 물건들을 올려놓는다. 어리버리 1004의 실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만 난 인삼에 정신을 다 잃었는지 집에 있는 사촌 주라며 건네준 이모가 준 가방 하나를 통과한 검열대 위에 그냥 두고 나온다. 집에 돌아와 사촌에게 '네 가방 가져왔으니 함 봐라' 하며 보따리들을 가리키는데... 또, 아뿔사! 없다. 가방이 안 보인다. 이방 저방 돌아다녀 봤지만 공항 안에 두고온 가방이 있을리 없다...그 때부터 인삼이 아닌 가방찾기 수색에 들어간 난 또 한 번 혼을 잃는다. 내가 사는 곳은 해밀턴이고 오클랜드 공항부터 약 2 시간 떨어진 곳이다. 토요일에 출발해 NZ 주일에 도착한 오후, 그 때부터 오클랜드 공항으로 전화가 빗발을 친다. 분실물쎈다, 일반 공항 써비스쎈타, 급기야 공항 경찰까지 다 동원되어 찾았지만 없단다. 그 가방안에는 사촌의 물건들이 있는데 한화로 무지 많은 액수의 것들이 들어있다니...이궁...어쩌라고... 이틀이 지난 화요일 오후. 난 아들과 친구 차를 빌려타고 공항에 직접가서 경찰을 만난다. 그리고 다시 분실문 쎈타가서 확인하고(물론 없다고 했지만) 물건뿐 아니라 나에겐 아주 소중한 수첩을 잃어버렸으니 꼭 찾았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이 수첩은 기내에서 보고는 사촌 가방에 쑥 넣었던 것이 화근이 된건데...이 노트엔 우리 학교 회의, 교회 여선교회 회의, 뉴질랜드 한인학교 협의회 회의, 한뉴 우정협회 회의기록과 회계보고 등등 너무나 나에겐 필요한 것들이 있기에 꼭 찾아야 한다고 다시 사정하러 간 것이다. 그러나...돌아오는 발걸음은 깨끗이 포기를 해야만 했으니...직접이든 전화상이든 많은 키위들을 만났는데 뭐 그게 그리 중요해서 그렇게 여러번 전화하고 또 다시 직접 경찰에 와서 신고하냐는 식의 뉘앙스가 곳곳에서 풍겼기에 '난 찾느라 최선을 다했다' 라고 스스로에게 위로하며 모든 욕심을 내려놓는다. 누군가 나보다 더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 잘 쓰면 나눠쓰는 마음도 좋은 일이기에...(수첩만 빼고) 그래도 '기도하세요' 라는 가까운 지인의 말씀에 힘입어 사촌 물건은 보험으로 처리하기로 하고 이 어리버리한 1004의 실수에 하나님 뜻이 무엇인지 기도하며 헤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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