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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니가 엄마한테…


“어제 농구 놀았어요(play).”
“한복 샀어요. 다음 주에 입어요. 나는 못 기다리겠어요.(I can’t wait)”
“내 엄마(my mother)하고 백화점에 갔어요.”

영어를 쓰는 아이들이 한국어로 일기를 쓰거나 말할 때 자주 이렇게 표현한다.
“농구를 했어요/ 빨리 입고 싶어요/ 엄마랑 백화점에 갔어요”로 쓰면 더 자연스런 표현이 되겠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이 쓰는 영어에 한국말로 직역하다 보니 어딘가 어색한 표현이 되는 거다. 그런 표현을 접할 때 마다 한 편의 개그로 만들어도 좋겠다 싶을 만큼 우습기도 하다.^*^

한국어와 영어는 너무 상이한 언어문화권이다 보니 표현하고 말하는데 더욱 힘이 든다. 게다가 학생들이 한국어를 더욱 복잡하고 어려운 언어라 느끼는 것은 존댓말 표현 때문이지 싶다. 반말 존댓말도 어려운데 격식체와 비격식체의 구분은 또 어떤가?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 '맞습니다”. “맞아요'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등… 게다가 교과서에선 “갑니다, 먹습니다, 잡니다”인 격식체로 배우고, 말은 “가요, 먹어요, 자요…” 이렇게 비격식체로 하니 아이들 머리가 터질 지경일 거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한국말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기하여 반말이든 존댓말이든 상관없이 환호(?)하지만 학교에선 존댓말을 잡아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보니 아이가 말을 잘한다고 무조건 환호할 수만도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존댓말을 강조하다 보면 “갑니다요”, “옵니다요” “먹습니다요”… 이렇게 과잉 충성하는 아이들까지 나오니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유난히 존댓말을 힘겨워 하는 학생은 선호다. 선호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여동생과 엄마랑만 산다. 집안 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는 하루 종일 집을 비우고, 선호는 교회의 친구들과 방과 후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보니 존댓말을 쓸 기회도 없고 노력을 하지 않게 되니 말은 그럭저럭 하지만 모든 말이 다 반말이다. 3살 어린 선호 여동생도 마찬가지다. 깜찍하고 예쁘게 생긴 5살짜리 꼬마가 “배고파…” “ 나 이거 먹고 싶어..” “안녕..” 하고 말을 건낼 때면 아기 특유의 귀여운 목소리까지 합세하여 마음이 찌르르… 존댓말로 고쳐주어야 하는 이성은 사라지고 꼬옥 안아주고 싶은 생각만 드니 어려서부터 존댓말을 철저히 교육시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임을 실감한다. 어쨌든 어려서부터 제대로 존댓말 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반말이 굳어지고, 커가면서 고치기가 더욱 힘들어 지기에 처음부터 존댓말을 잡아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선호도 어려서부터 그렇게 굳어진 반말을 고쳐주기가 쉽지 않았다. 어머님께 부탁을 해보지만 같이 있는 시간이 많지 않고, 피곤한 어머님이 존댓말 교육을 시키기란 역부족이었다. 결국 한국학교에 와서 대화할 때 바로잡아 주곤 하지만 학교에 있을 때 뿐이고, 일주일 후 학교에 오면 다시 반말을 반복하는 악순환이 계속 되었다.

“선생님… 선호가 토요일에 학교에서 하는 과학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다음 주부터는 한국학교를 못 오게 될 것 같아요. 어쩌죠?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는데… 좋은 방법 없을까요?”
어머님과 나는 상의 끝에 한국학교 숙제를 매주 보내주기로 하고, 동생 편에 숙제와 일기를 받아서 검사를 하고 다시 나누어 주고… 그런 식으로 한국어 공부를 계속 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한국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존댓말을 쓸 기회가 더욱 없을 텐데…
이것저것 선호를 챙길 겸 전화를 했다.
“선호야. 잘 있니? 한국학교 못 나와서 선생님이 많이 보고 싶다.
선희 편에 숙제 보낼게. 숙제 꼭 하고, 일기도 3번 이상 꼭 쓰고, 글짓기 숙제도 잘 하고…. 다 한 것은 선희 편에 보내. 학교 나오지 않더라도 한국말 많이 하고, 특별히 어른한테는 꼭 존댓말을 해야 해. 알았지?”
“다다다다… ” 선호를 곁에서 지도하지 못한다는 조급함때문인 지 선호가 할 것에 대해 마구 쏟아붓고 있는데, 많은 요구에 어리둥절했는 지 선호가 나에게 한 말!
“니가 엄마한테 말하면 안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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