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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회화반 이야기

존경하는 별찬 선생님의 간곡한 부탁을 맴 약한 제가 거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천사 선생님처럼 슈퍼우먼도 아니고 바쁜 연말연시 보내느라 걸린 감기가 거의 한달째 나갈 생각도 않는 처지라 명목만 유지하는 선에서 저희 학생들(성인이라 아이들이라 부르기가 좀 뭐하니까) 얘기 잠깐 해보겠습니다. 성인회화반이라고 하니까 어떤 학부모들은 학부모를 위해서 영어회화 가르치는가 보다 하고 얼굴 내미시는 분도 계셨고 어떤 미술 선생님은 성인들 그림 가르치는 교실인가 라고도 생각했었죠. 저희 학생 중에 가장 인상에 많이 남은 학생은 조앤이란 중국인이랍니다. 이곳에서 거의 자라서 아마 중국어보다 영어가 더 편한 학생인데 한국인 2세 남편과 결혼하게 되면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답니다. 저희 학교에 오기전에 어떤 college에서 evening class로 8주간 한국어를 배웠는데 일본여자가 가르쳤답니다. 그래도 남들에게 부탁해가며 결혼식때 한국어로 인사말을 했대요.(아마 중국어, 영어로도 동시에 했을 겁니다.) 다시 한번 해보라고 했더니 시부모님께 한국인이 아닌 자신을 며느리로 맞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도 있더군요. 그 분들이 눈물을 보이셨대요. 그런데 자기 남편은 중국어로 겨우 인사정도만 했다나요. 저희 반에 와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더군요. 숙제 꼬박꼬박 잘 해오고 시부모님께 어떻게 말해야 되는지 질문도 잘하고 한국어 공부하는 며느리가 얼마나 기특한지 어느날은 한국 신문을 가져와서 읽어보라 하시더랍니다. 읽기는 다 읽지요. 뜻을 몰라서 그렇지. 저희 반 학생들을 보면 주로 중국학생들이 공부를 잘한답니다. 공부하는 요령도 있고 열심도 있고 의지도 강하고. 다국적인 이곳에 살다보니까 중국인이라고 다 중국인이 아니고 홍콩사람, 대만사람, 본토중국인으로 나뉘더군요. 얘기가 곁길로 샜습니다. 하기야 어떤 주제를 놓고 쓰는 글도 아니고 그저 신년특집 때문인지라... 어쨌거나 조앤은 저희반을 끝내고 그 다음 반인 성인회화 중급반으로 올라갔지요. 1년을 마무리하는 날 공원에서 운동회가 있었는데 남편과 1살된 아들 용이와 함께 왔었지요. 올해 저희 반에 알렉스라는 캐나다인 학생은 한국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한인 교회를 다닙답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어휘실력이 꽤 되더군요. 지난번에 자기 취미발표시간에 취미가 노래라고, 그래서 노래방도 자주 간다고 하니까 다른 학생들이 그럼 노래해보라고 그래서 그 다음주에 가사 적어와서 노래를 부르는데 저도 알지 못하는 요즘 한국노래를 고음을 내가며 너무 잘 불렀답니다. 3월이면 저희 학교에서 우리말 잘하기 대회가 있는데 저희 반 전원을 준비시켜 내 보낼 작정입니다. 그동안 성인회화반은 열외 였는데 조금씩 준비해 가면 안 될 것 도 없다 싶어서 서서히 작업에 들어갔답니다. 이제 이 정도면 새글이라 할 만 하지요? 마지막으로 지난 달에 저희 학생과 이메일 주고 받다가 아는 것은 한국어로 모르는 것은 영어로 쓰는데 맨 끝에 저희 학생이 쓴 말, '그럼 이번주 토요일에 보세요.' 참 재미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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