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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카차를 타보셨나요?

내 차는 기름을 꽉 채우면 기름이 떨어졌다는 경고등 들어올 때까지 450~500키로를 간다. 그래서 주유소 갈 때마다 킬로수를 0으로 맞춰놓고 이번 주엔 얼마나 경제적인 운전을 했는지 확인하는 게 내 취미이자 버릇이기도 하다. 그래서 집 앞 주유소를 갈 때면 데이트 갈 때처럼 설레이기까지하다. ㅎㅎ 기름을 꽉 쟁여넣고 아~ 이번엔 좀 오래 타봐야지~하고 기대만빵이된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와서 하늘은 푸르고 길거리 단풍이 유혹을 한다. 어디로 떠나볼까? 바람난 사람마냥 들떠서 조수미의 가곡을 크게 틀고 운전을 한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굵은 바리톤의 김동규/조수미의 노래는 정말 기분을 업~하게 한다. 아침을 맞으며 거리로 나섰다. 킬로수가 475...서울은 다녀올 수 있으려나? 신사동 가로수길엔 맛있는 먹거리 집이 즐비했다. '나비74' 음식점에서 친구와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퓨전이라는데 리마에서 주로먹던 탕수육 맛이 제대로 살아있었다. 게살 볶음밥도 제대로였다. 아무래도 이 집 단골이 될 것 같다. 차 세우는 게 좀 불편해서 그렇지 입맛에 딱 맞았다. 친구말은 건너편 스쿨후드도 꽤 괜찮다고 한다. 멸치넣은 김밥이랑 70년대 양은도시락을 연상시키는 도시락이 주요리라니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게다가 커피배달하듯 오토바이 배달도 된다나...밤의 요정 술집 언냐들이 많이 시켜먹는다고 했다. 흠...담엔 저 집을 함 가봐? 어쨌든 이 동네 음식점 순방도 재미 있을 듯 싶었다. 남미 전문 음식점 하나 내면 꽤나 잘 될 것 같았다. 나 음식 맛있게 하는디........눈이 반짝~ 강북 가로수 길은 은행나무가 많았다. 암수가 있는 은행나무는 여자나무가 먼저 단풍이 든다고 한다. 한껏 노랑으로 치장한 여자 은행나무 옆에서 숫놈 은행나무는 노랗지도 파랗지도 않은 표정으로 서있었다. 친한 언니와 간 강북여성협회 앞에는 창업을 하기 위해서 빵을 구워서 파는 사람이 있었다. 집에 빨리 들어가고 싶어서 빵을 싸게 판다는 말에 종류별로 다 샀다. 과자도 맛있고, 카스테라는 부드럽게 잘 넘어갔다. 재료가 좋은 모양이다. 아마도 가게를 내려면 재료를 이렇게 쓰진 못할 것이다 싶어서 과자도 몇 봉지 더 샀다. 태릉으로 차를 돌려 커피를 마시며 걷기로 했다. 태릉 입구에서 파는 커피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않는 인스탄트 프림커피다. 그래서 몸에 좋은 칡차를 마셨다. 언니가 애교떨며 아저씨한테 한모금만 더 달라고 했다. 앙~ 크게 한모금 후다닥 마시고 컵을 들이댔다. 아저씨가 가득 따라주었다. 히~ 저녁모임이 수원에서 있어 부리나케 고속도로로 차를 몰았다. 아직 유류경고등이 안켜졌으니 수원까진 충분하겠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따라부르며 대전 판교 방향으로 들어가려는데 푸득 푸드득......엑셀레이터가 헛 밟힌다. 뭐지? 계기판은 무사하지만 킬로수가 547. 알겠다. '앵꼬'다. 비상등을 켜고 길가로 세우자마자 시동이 꺼졌다. 흑. 이럴 때는 보험회사로 전화해야지? 서비스 3리터를 넣어도 수원까지 못가니까 레카차로 가까운 분당주유소까지 데려다 준단다. 10킬로까진 무상이고 넘으면 1킬로마다 2000원이 부과된다나... 레카차가 화려한 불빛을 자랑하며 왔다. 내차를 아주 가볍게 실었다. 트럭 옆 자리에 타란다. 앙~ 왜이렇게 높은거얌. 치마가 안벌어진다. 거의 타잔처럼 트럭에 기어 올라갔다. 역시 트럭의 시야는 넓고 좋았다. 난 트럭체질인가보다. 아르헨티나에서 3.5톤 트럭을 몰고 큰 도마뱀 이구아나 떼를 쫓아다니던 기억이 새롭게 떠올랐다. 쎄레스 들판을 이구아나떼를 몰며 폭주했더랬는데...흐흐. 아, 여긴 한국. 복잡한 도시 한가운데. 앵꼬당한 내 차. 현실의 난 레카차 얻어 탄 사람. 암튼 레카차는 자주 타면 안되겠지. 다섯 번의 서비스가 지나면 보험혜택이 안된다나. 뭐 일년에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날라고? 근데 왜 내 차는 경고등이 안켜진거지? 동네 공업사에 가야겠다. 거기 사장친구가 나 최우수고객상 준다고 해서 한동안 안갔더랬는디...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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