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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 한국학교 교장의 개학날 설움…

어제 우리 학교는 올해 마지막 텀인 4번째 텀 개학을 했다.(NZ는 1년에 10주씩 4번의 텀이 있음) 마침 이날은 학교가 임대해 쓰고 있는 우리 교회의 내부 청소가 있는 날이라, 어느 정도 개학날의 혼잡함은 각오 했었지만 이렇게 상상을 초월한 일이 벌어질 줄이야... 난 평상시보다 아침 일찍 학교에 도착하여 교회 본당으로 가서 청소부터 하기 시작했다. 30 여분 피아노와 의자들을 닦고 나니 교사회의 시간이 되었다. ‘회의 마치고 다시 올게요’라고 약속한 나는 서둘러 회의장소로 가서 갑자기(?) 사라진 교실 4개에 대한 염려를 하며 일단 교사회의는 마치고 비상 대책에 들어갔다. 니스 칠을 칠해놓아 사용이 불가능한 효녀심청반은 강당 위무대로 올라가 공부하기로 합의하고 아이들을 안내했다. 이제 문제는 내부 청소로 졸지에 사라진 성인 3개 반으로 20 여명이 공부할 곳이 사라졌다. 큰일이다. 개학이라 새로운 맘으로 공부할 새마음을 가지고 왔을 텐데 학교준비는 새교실이 아닌 청소하고 있는 교실을 안내하게 되었으니... 어디로 이 많은 어른들이 가서 공부를 할 것인가 말이다. 이 때, ‘아차 우리 유치원을 하루 빌려달라고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 급히 원장님에게 말씀드렸더니...사용하라고 하신다. 휴우... 어른 키위 학생들을 모두 내가 근무하는 유치원에 안내하고 티타임과 문 잠그는 것까지 알려주고 다시 학교로 급하게 돌아오니, 방학 특별프로그램이었던 멘토링 수업의 영향력으로 새로 온 아이들 배치고사 및 반 편성에 어느 개학날보다 정신이 없다. 덕분에 교사회의 마치고 다시 와서 청소를 하겠다는 약속을 못 지키고 교회 내부 청소는 끝이 났다. 교회 회원들에게 미안했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강당 무대에서 임시 공부한 장소를 정리하던 교사가 “교장선생님“ 부르는데 심상치 않다. 마침 위에 탁구 테이블이 있기에 그것을 책상으로 이용해 공부했는데 긁힌 흔적이 있다고 한다. 걱정 말라며 파란 메직으로 살살 문질러 놓으려고 들고 올라가보니... 아뿔싸... 스크레치가 아닌 패인 자국이 눈에 보인다. 눈앞이 캄캄했다. 이 탁구대는 얼마 전에 새로 구입한 새것인데... 약 20cm가량을 날카로운 것으로 제법 깊게 파놓았으니... 그 가볍고 작은 탁구공이 이 자리에 튀면 과연 어찌될까... 아마 럭비공처럼 자기 맘대로 튈 것 같다. 사고는 여기서 끝이 나지 않았다. 유치원에서 공부한 성인반 교사가 돌아와서 하는 말이 아무리 잠가도 문이 안 잠가진다며 그냥 왔다고 한다. 나중에 내가 가서 잠글테니 걱정 말라 하고 보내놓고 5시까지 학교에 있었다. 이유는 수업 마치고 바로 이어서 학교에서 한인회 총회가 있었고 또 바로 이어서 영사관 순회업무가 있었기에 돕느라 학교에 남았던 것이다. 학교 마무리를 해놓고 이제 유치원 문을 잠그러 가보니... 문이 잠겨있다. 오잉? 순간, 아마도 선생님이 잠가놓고 착각을 한 모양이다 싶어 들어가 보니 알람도 켜져 있다. 분명 난 알람까지는 안 알려주었는데 어찌 이런 현상이? 마침 밖에 가드닝 일을 하는 학부형이 있기에 물어보았다. 누가 문을 잠그고 알람을 켜놓았냐고. 원장님이 1시간 전에 와서 해놓았다고 한다. 하늘이 노랬다. 분명 내 실수다. 바로 와서 문을 잠그고 갑자기 빌려준 고마운 교실에 대한 예의를 다했어야 했는데...그만 내 바쁜 형편에 늦게 와서 점검을 했더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 어떡하나...한 시간만 먼저 왔더라도...오늘따라 왜 그렇게 영사업무는 바쁘게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지...좀처럼 짬을 낼 수 없기에 끝나고 왔더니...그만 사단이 났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유치원 현관문뿐만 아니라 운동장으로 나가는 문도 안 닫았고 어디 있는지 못 찾아서 형광등도 안 끄고 나왔다고 한다. 이궁... 이제 난 교회에서도 직장에서도 미운털이 박히게 생겼다.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학교 때문에 난 얼굴을 못 들게 생겼다. 그래도 탁구대는 미안하지만 다시 사든 고쳐놓든 하면 되겠지만, 유치원 원장님에게 어떻게 이 형편을 말한단 말인가. 다시 또 이런 갑작스런 교실 수급 현상이 생기면 빌려야 하는데...어떻게 다시 말한단 말인가... 내가 하는 일이라면 늘 믿고 무엇이든 다 들어주시며 언제나 오케이를 해주시던, 한국인 특히 정미에게 열린 마음을 가지신 키위 원장님에게 정말 할 말이 없게 생겼다. 내일 어떻게 원장님을 뵙고 말씀 드리나...솔직히 용기가 안 난다. 방학 특별프로그램인 멘토링 수업이 좋은 영향력을 미쳐서 많은 아이들이 역사와 문화에 대해 도전의식을 갖고 학교로 다시 찾아와 너무나 기쁜 개학날, 난 늘 입에서 맴도는 소원을 또 한 번 눈물로 호소한다. “하나님...100여명이 맘놓고 공부할 우리 학교 자체 건물을 꼭 주세요...” 오늘 난 원장님에게 드릴 편지 한 장을 정성껏 썼다. 그리고 쵸코렛을 하나 사왔다. 너무나 죄송한 맘을 담아서... 그러나 내일 월요일이, 그리고 돌아올 다음 주 일요일이 솔직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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