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갈 고속도로상에 그렇게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주 유용한 곳이었다. 페루 시내고속도로로 차를 타기위해 베나비데스 길 육교 밑으로 있던 난간계단이 떠올려지는 곳이었다. 작년에 중앙대에서 이미 체육대회를 유치했기에 이번엔 전주에 있는 대학으로 원정을 가야한다. 전주. 맛있는 비빔밥과 값이 싸도 상다리 부러지게 많은 반찬이 있다는 전주 한정식. 기대만빵이다. 이른 아침 시원한 공기 속에 반가운 얼굴들이 벌써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속에서 충무김밥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전주에 도착했다. 우리 중앙대는 하얀티를 입었다. 인물들이 다 훤하니 뭘 입어도 훤하지이~ 아 이 손 안으로 굽히는 병... 우리 원우들의 식구들도 왔다. 아가들이 3개월짜리부터 6살짜리까지 다양했다. 아빠들을 닮은 아가들이 한옆에서 공도차고 자전거도 타고 놀이하다가 넘어져 울기도 했다. 귀여웠다. 학생들의 선서가 시작됐다. 우렁차게 두 명의 원우가 나와서 진지하게 선언서를 낭독했다. '우리는 페어플레이 원칙대로 경기도중 절대로 상대방을 물거나 꼬집지 않겠다! 우리는 선물에 눈이 어두워 경기하면서 절대로 열받거나 흥분하지 않겠다!' 포크댄스음악에 맞춰서 춤도 췄다. 평소 컴퓨터에 다운받아놓고 추던 것이었다. 아~ 반가워라~ 게다가 페루에 있을 때 한국학교 대표 교사로 운동회마다 앞장 서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그 폭댄싱음악. 일명 국민체조. 눈감고도 할 수 있는 실력이라 살짜기 눈도 감고 했다. 축구 예선경기가 먼저 펼쳐졌다.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프로축구단 선수들처럼 복장상태가 매우 양호했다. 고글, 짧은 축구용반바지(흐흐 민망 ㅡㅡ;;), 종아리엔 아대, 무릎보호대, 축구화 등. 화려했다. 다들 조기축구회 회원인가보다. 사전에 그렇게 옷을 그럴싸하게 입고 오자고 약속을 했댄다. 선수들은 나가서 경기를 펼쳤고 우린 음식을 먹었다. 닭튀김이 일미였다. 전주는 닭발도 그대로 튀겨 나왔다. 나뭇가지처럼 보였다. 아무리 내가 닭발을 좋아해도 튀긴 닭발을 뜯어보진 못해서 나중까지 닭발은 접시를 지켰다. 인삼도 꿀이 발라져서 몇 접시가 왔다. 딱 달라붙어서 몸에 좋은 거 밝히는 사람들과 어우러져 부지런히 먹었다. 인삼으로 배가 부르긴 처음인 것 같다. 전주의 전통주인 모주는 한약과 섞은 것인데 따스한 것이 마실만했다. 알콜기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바로 취하게 만들었다. 알콜에 취약점이 있는 난 수시로 차로 가서 자야했다. 술 마시면 자는 버릇이 있는 친구를 맨날 속으로 욕했었는데 이젠 안하기로 했다. 오늘 당해보니 취해 졸린 게 장난이 아니었다. 단체 줄넘기가 있었다. 연습게임으로 12개를 무사히 하고 진짜 게임에서는 16개를 했다. 작년엔 우리가 아마도 28개인가 했었던 것 같은데? 암튼 갈수록 빨리 돌려지는 줄을 우린 숨이 가빠하면서 재미나게 넘었는데 한밭대가 34개로 강자의 자리를 차지했다. 비빔밥의 고장 전주. 목욕통만한 나무 비빔밥 그릇에 나물 한가득 가져와서 몇 사람이 달려들어 밥을 비볐다. 코를 톡 쏘는 삼합도 먹고, 따스한 전통주 홀짝....취기가 돌아 자는 바람에 중간부분 생략...음냐음냐.. 여자 귀한 경영대학원인지라, 각 대학에서 여자원우들이 공을차고 원장 교수님이 골키퍼를 하는 승부차기. 다른 대학을 주욱~ 둘러보니 우리 중앙대 여자 원우들 기를 누를 만한 여 원우들이 없었다. 쓰읍~찌릿~ 쟁쟁한 실력이 바탕이라고 굳게 믿고 우린 골대로 공을 넣었다. 왼쪽으로 보내는 척 하다가 오른 쪽으로 차 넣으니 쏘옥쏙 공이 들어갔다. 게다가 우리 김부원장님. 어찌나 공을 잘 막으시는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축구 선수로 나가셔도 대성하실 뻔했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슬쩍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고 했더니 중고등학교 시절 골키퍼로 활약했었다는 고백을 하셨다. 그래서 그까이 여자들 볼이야~ 그랬대나...그럼 그렇지이~ 그래서 우린 승리를 했다. 예선에서 이긴 축구는 가위바위보로 한 팀은 준결승 생략하기로 했다. 원우회장 떨린다고 내 등을 떠밀었다. 아잉. 나도 떨리는데... 상대편이 연습가위바위보 하잔다. 도리도리. 서로 뒤돌아 가위바위보! 난 가위를 냈는데 우리 선수들 환호성이다. 히힛. 이겼구먼. 바로 결승진출. 중앙의 축구선수들은 솜씨가 다들 수준급이었다. 키다리 골키퍼의 활약도 대단해서 다른 학교사람들이 이운재가 왔나보다고 했다. 비겨서 승부차기 돌입. 짜릿한 감동. 4대 2로 이겼다. 멋있는 우리 선수들~ 100미터 이어달리기. 우리 김부원장님 2등으로 달리시다 넘어지셨다. 이를 어째. 우짜지당간 우린 등수안에 들었지? 3등인가? 4등인가? 달리기 선수들의 포스가 느껴지던 시간. 모두가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다. 전체점수는 2등. 수건과 머그잔을 선물로 받아서야 피곤함이 몰려왔다. 한정식 생각이 간절했지만 갈길도 멀고 인원이 너무 많아 생략. 휴게소에서 유부우동 먹고 버스에서 취침. 신갈에서 다시 동수원 사거리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오랜만에 타는 버스라 촌티 무지 내며 탔다. 실컷 웃으며 동심으로 돌아간 하루였다. 그런데말이다. 왜 난 여기저기 멍투성이가 돼 있는지 모르겠다. 시퍼런 멍이 세 군데다. 응원만 하던 내가 이 정도면 축구 선수들 다음 주 학교 올 때 초록색 스머프가 되어서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