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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재능있는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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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으로 향하는 마음은 탐험을 떠나는 기분이다. 겨울에도 봄을 만나는 기분이고, 회색빛 건물도 색깔을 입은 듯 화려하게 보이며, 단순하고 작은 가게에도 무언가 꼭꼭 숨어 있을 것 같은 묘한 호기심을 준다. 기차가 내리는 34가 Penn Station 에서 목적지인 67가는 꽤 멀지만 일부러 걸어가며 상점, 카페, 건물들을 하나씩 둘러보며 지나친다. 복잡하기만 한 그곳을 다니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유희로 맨해튼은 마치 ‘어른의 놀이터’ 같다. ‘City Tour’ 버스를 타라는 호객소리가 귀를 따갑게 하지만 한 번도 탄 적이 없다. 굳이 어떤 설명을 듣지 않아도 나는 이렇게 이 도시를 직접 발로 다니는 것이 너무너무 좋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길은 명품의 거리라 불리는 5th Ave. 보다는 우리 학교 이름과 같은 ‘Broadway’ 다. ^*^ 42번가에서 50번가까지 즐비한 뮤지컬 극장들을 지나 센추럴 팍이 살짝 비치는 ‘Columbus Circle’을 지나면 걷는 것이 좀 힘들다고 느껴진다. 그 때 쯤이면 분수 광장을 품에 안고 양 날개를 벌려 환영해주는 멋진 건물군이 나타난다. 종합 예술 공연의 장인 ‘링컨센터’다. ‘메트로 폴리탄’ 오페라 건물 양 옆 샤갈의 벽화는 언제 보아도 내 맘을 설레게 하고, 왼쪽 날개인 시립극장으로 눈을 돌리면 언젠가 보았던 뉴욕시립무용단의 ‘한여름 밤의 꿈’이 잔잔하게 떠오른다. 이내 시선을 오른 쪽으로 돌리면 ‘뉴욕 필 하모닉’의 공연이 펼쳐지는 에이버리 피셔홀이 있다. 이 홀은 가장 자주 가게 되는 공연장인데 남편이 ‘뉴욕 필’의 공연을 좋아해서 이기도 하지만 피아니스트 ‘서혜경’ 씨가 공연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서혜경씨…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2002년… 학교를 마치고 교실정돈을 하고 있는데 교장 선생님이 찾으셨다. 학부모 한 분이 담임을 보고 싶어 한다고. “선생님, 제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바빠서 제대로 인사를 못 드렸습니다. 그 동안 희주(가명)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카리스마가 물씬 풍기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그녀와의 첫 만남은 영광스러움과 편안함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하며 시작되었다. 당시 한국에서 대학 교수를 맡고 있어 한국에 오래 머무는 관계로 남매가 엄마의 부재로 인해 겪은 어려움이 많았으련만 당시 우리 반이었던 딸 희주는 혼자 숙제와 일기도 잘 해오고, 밝고 따뜻한 성격으로 우리 반 최고의 인기 학생이었다. 희주가 중간에 한 학기를 쉬니까 모든 친구와 동생들이 희주가 다시 오기 만을 목놓아 기다릴 정도였다. 그리고 2002년 가을학기에 다시 오자 모두들 환호성을 쳤다. 2002년 여름은 월드컵으로 ‘대한민국’이 들썩였고, 가을엔 뉴욕 브로드웨이 한국학교 ‘20주년 기념행사’ 준비로 ‘맨해튼’이 들썩였다.^*^ 어떤 프로그램을 넣을까 고심하며 준비를 하고 있던 차, 모두들 서혜경씨의 축주를 넣기를 원했다. 그러나 12월 중순에 뉴욕에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인데다 학교의 작은 순서 하나를 위해 세계적인 음악가에게 부탁한다는 것도 결례가 될 지 모르기에 모두들 주춤거린다. 한국의 대학이 방학을 12월에 하니 날짜도 아리까리하다. 하루이틀차이로 뉴욕에 온다고 해도 시차로 피곤한 분에게 연주를 부탁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에 연락해보는 것도 포기, 그냥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아쉬워 행사 일주일 전, 슬쩍 희주에게 물어보았다. “엄마 오셨니?” “아니요…”ㅠ.ㅠ 12월 15일. 오랜 간 준비한 20주년 행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데 서혜경씨가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오셨다. 지난 주 행사 안내문을 보낼 때만 해도 안 오셨었는데 도대체 언제 오신거지? 사각사각 운치있는 한복소리를 내며 사회석에 있는 나에게 다가오신다. “언제 오셨어요?” “어제 왔어요. 한복을 입고 오라고 해서 입고 왔어요.” 피곤에 치친 몸으로 와주신 것도 감사한데 한복까지 챙겨서 입고 오시다니… “선생님…. 제가 학교 20주년 생일 축하 연주를 하고 싶어요…” “네????” ‘아…. 그렇게 원하던 일이 이렇게 우연히도 생길 수 있구나…’ 나는 기쁘고 감격스런 어조로 서혜경씨를 소개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서혜경씨가 뉴욕브로드웨이한국학교 20회 생일을 축하해 주시겠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본 연주에 앞서 생일 축가를 그녀 특유의 웅장하고 찬란한 솜씨로 편곡하여 들려주었는데 어느 교향곡보다 더 멋있는 정말 감격스런 생일축가였다. 뒤이어 이어진 연주는 학교 강당을 어느새 링컨 센터 못지 않은 명 공연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학교의 평범한 피아노가 그녀의 마이더스 손이 닿으니 명품 피아노가 되어 우리들 마음에 금가루를 뿌려주었던 것이다. 그녀의 품위있고 힘있는 연주로 행사의 포문이 열리며 20주년 행사는 더욱 빛을 발하며 진행되었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학부모로 두고 있는 학교로서는 너무나 영광스런 순간이었다.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엄마는 강하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이전에 '엄마'로서의 서혜경씨가 보여준 학교 사랑이 학교에겐 영광이요, 우리들에겐 행복과 감동의 추억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그 분의 학교 사랑, 2세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4년 4월 30일, ‘제 1회 미동북부 나의 꿈 말하기 대회!’ 그 준비로 03년 겨울은 무척 바빴다. 특별 순서를 어떻게 꾸밀 것인가로 고민하던 차, 서혜경씨 생각이 났다. 꿈에 관한 대회이다 보니,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여 성공한 한인을 모시고 싶었던 나로서는 서혜경씨 이상의 분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뉴욕에 있기에는 한국이 한창 학기 중이라는 거다. 혹시나… 하며 전화를 걸었는데 5월 초에 링컨센터 공연이 잡혀 있어 그 때 뉴욕에 온다고 한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부탁을 했건만 흔쾌히 승낙을 하시는데 정말 날아갈 듯이 기뻤다. 그런 ‘대가(大家)’를 학교 행사에 모실 수 있다니….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며, 대회 준비로 지쳐있던 나에게 너무나 큰 힘을 주셨다. 모시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지만 나는 또 요구를 한다. ”그냥 연주만 해주지 마시고요… 곡에 대한 설명도 해주시고, 2세들이 꿈을 심을 수 있는 말씀도 부탁합니다.… 그리고 대회 팜플렛에 쓸 기사를 인터뷰 하고 싶은데 시간이 되시는 지요?” “인터뷰요? 음… 내일 모레 공연 리허설이 제 스튜디오에서 있어요. 몇 분만 모시고 하는데 선생님도 초대할게요…” 맨해튼 Westside 에 있는 그녀의 연습장소로 찾아갔다. 나까지 7명이 모였다. 그녀의 숨소리가 들리고, 손톱 끝까지 보이는 바로 곁에 앉아 연주를 듣는다. 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그의 개인 연주 공간에서 이렇게 가깝게 호흡할 수 있다니… 그 많은 악보를 다 외워서 치는 프로정신과, 혼신을 다한 실력에 2시간의 시간은 감격으로 채워졌다. 혼신을 다해 2시간 동안 피아노를 치는 것은 100미터 질주를 2시간 동안 한 것 같은 에너지 소비가 있다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알게 되었다. 손가락이 아니라 온 몸, 온 마음으로 연주하기에 연주를 마친 그녀는 가쁘게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선생님 오신다고 갈비 준비하라고 했어요. 인터뷰는 집에 가서 저녁 먹으며 합시다. 배가 고파요.” 아늑하게 꾸며진 집. 가벼운 옷차림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옆집 친구 같은 편안함을 주며 자신의 예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재능이 있었기에 꿈을 이루는 과정이 더 수월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진정으로 재능있는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말에 그녀가 철학자처럼 느껴짐과 동시에 세계 정상을 향한 그녀의 노력이 얼마나 컸나를 알 수 있었다. ‘건반위의 여신’이라 불리는 그녀이지만 그녀의 꿈은 끝나지 않았다. ‘전설적인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그녀!, 한 때는 고통으로 피아노를 쳤지만 이젠 즐기는 경지에 왔다는 그녀…인터뷰를 마치고 늦은 밤, 다시 연습실로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드디어 나의 꿈 말하기 대회 날. 학생들의 꿈 잔치가 끝나고 심사를 하는 동안, 특별순서로 서혜경씨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뒤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대가의 연주를 더 가깝게 호흡하기 위해 모두들 앞으로, 앞으로 모여든다. 대회보다 더 집중하며 듣는 관중들…. 슈베르트의 ‘마왕’이 웅장한 말발굽 소리를 내며 우리의 마음 속으로 달려온다. 마왕의 유혹을 마치 연극을 하듯 설명을 해주니 관중들의 눈빛은 그녀에게 더욱 빠져들고,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을 목소리와 표정에 싣어니 그 내용을 다시 피아노로 옮겨놓는다. 어쩌면 하나의 일인극 같은 그녀의 Performance 에 감탄하며 그녀의 연주가 마치 마법인 냥 빠져 든다. 그리곤 이어지는 쇼팽의 감미로움, 라흐마니노프의 웅장함… 꽃잎이 굴러가는 소리, 폭풍이 몰아치는 소리를 그녀의 연주에서 느끼며 우리는 어느 새 숨을 죽이고 있었다… 대회는 성황리에 마쳐졌다. 본 대회도 좋았지만 서혜경씨의 마무리가 너무너무 감격스럽고 훌륭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학교의 중요한 행사 때마다 구원의 천사처럼 나타나 자리를 빛내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학부모인 서혜경씨께 이 기회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연주를 마치자 아이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분주하다. 그 아이들 또한 그녀의 노력과 열정을 닮아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공한 한인으로 우뚝 서는 꿈을 가지리라… 성공한 한인 예술가들이 가장 많이 있는 맨해튼… 그곳에 우리 학교가 위치한 덕을 톡톡히 보아서 그런지 나는 더욱 더 맨해튼이 좋다.^*^ 우리 아이들 또한 경제 뿐만 아니라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중심지인 맨해튼처럼 두루두루 주목받으며 밀도있게 커가길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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