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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교대의 전통 멘토링 수업을 마치고…

한국인으로, 뉴질랜더로, 세계인으로! 2008년 10월의 뉴질랜드 봄 방학은 나에게 있어 한국학교 생애 최고의 한 주간이었다. 고국의 뜨거운 8월의 한여름 아래 찾은 경인교대(구 인천교대)에서 뉴질랜드 와이카토 한국학교와의 멘토링 수업을 계약한 이후, 난 어떻게 하면 은혜 받은 이 기회를 잘 활용하여 아이들에게 우리민족의 자부심을 심어 줄 수 있을까 고심했다. 우선 우리학교 교사들과 미리부터 준비해오던 프로그램을 한 번 더 확인하고 더욱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모든 계획을 짜기 시작했고, 한편으론 교대 학생들이 어떻게 뉴질랜드에서 사회 체험을 하고 가야 주고받는 마음이 모두 행복한 지 다각도로 생각했다. 날짜가 임박해서는 교대 담당자와의 전화나 메일은 거의 내 일상의 전부가 되다시피 하며 드디어 10월 4일, 11명의 팀원을 반갑게 맞이한다. 대학생 2,3학년 열 명과 지도교수님 한 분, 이렇게 구성된 와이카토 한국학교의 방학 특별프로그램인 멘토링 수업이 열리는 첫 날, 우리는 예상치 못한 장례라는 교회의 행사를 만나게 된다.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기에 서로 양보하며 행사를 치러야 할 형편이라 큰 강당을 양보하고 작은 교실로 옮겼는데, 비까지 와서 갑작스레 프로그램을 변경하며 힘들게 시작한다. 좁은 공간이지만 새천년 체조를 처음 만나 신나게 몸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재밌는 게임을 통해 펼쳐지는 교실 내 함박웃음은 장소로 인한 안타까운 교장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널리널리 퍼져나간다. 13년 학교 개교 이래 처음 펼쳐진 방학 특별수업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토요일 외 학교에 와서 한국과 관련된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들뜬 마음은 단소불기로 계속 이어진다. 리코더는 잘 부는 아이들이지만 단소는 소리내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한국의 고유악기를 만져보고 연습하는 것이 좋은 지 열심이다. 하루아침에 소리 나는 악기가 아니니 내년 학교의 특별 활동에 넣을 생각이다. 점심 후 이어진 한민족의 역사 탐방!, 미리 시간표를 받았을 때 과연 어떻게 이런 프로그램들이 가능한가 하는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중 이것도 하나다. 미리 준비된 그림에 민화를 그리고 병풍을 만들어 민족의 역사와 삶의 양식을 체험하는 것인데 하나하나 철저하게 준비해 온 교사들이 너무 든든하고 고맙다. 보여주고, 설명하고, 색칠하고, 오리고, 붙이고 하는 작업을 통해 멘토들과 멘티들이 시나브로 빠져들어 가는 모습이 하나둘 사진 속에 잡히기 시작한다. 멋지게 만든 병풍을 보며주며 자랑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고국에서의 병풍 만들기 작업과는 사뭇 다르리란 감정을 자아낸다. 이렇게 첫 날 수업은 예상 못했던 여러 복병들 때문에 혹 아이들이 실망을 하지 않았을까 고민을 했건만 밝게 인사를 하고 돌아가는 모습에서 내일 약속의 기대감을 읽을 수 있어 행복했다. 둘째 날, 여전히 비가 내려 '연 만들기' 대신 장승 만들기를 한다는데 와우, 저런 틀이 다 만들어져 있었는지 전혀 몰랐던 것이라 내가 더욱 놀라며 신기해한다. 한국문화에 스며들어있는 장승을 이해하고 직접 제작해 보는 경험인데 열심히 붙이고 꾸미는 아이들의 모습이 완성된 모습의 결과보다 더 아름다워 보인다. 멘토들은 공항에서 장승 만들 때 같이 만들 '솟대'재료를 모두 빼앗겼다고 아쉬워하였지만 장승만 만들어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했다. 이어 한국 문화유산 전반에 대한 이해와 해시계 및 거북선을 제작, 활용함으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공감하는 시간이다. 한국말 배우는 것을 그렇게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설명을 듣고, 퍼즐을 이용해 직접 만들 때는 상기된 표정으로 열심히 임하니 그를 지켜보는 내 마음은 보람으로 가득 찬다. 수업을 마친 후 멘토들과 와이카토 대학을 방문하여 교수, 현지 대학생들과의 대화시간을 갖고 해밀턴 호수로 가서 이국속의 이국을 잠시 보여주는데 '저...키위(뉴질랜드인) 집 방문이 가능한가요?' 한 학생이 질문을 한다. 숙소를 한국 집으로 정하고 한국 아이들만 가르치니 뉴질랜드의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미처 생각 못했던 거다. 큰일이다. 11명이 들어가 돌아 볼 키위 가정이라...흠... 키위만 생각하면 떠오르는 우리학교 외국인반 최초의 학생인 리챠드 로렌스. 그는 내가 만난 첫 키위 목사님이며, 교회를 떠나 대학 영어 교수로 갔을 때는 친구로, 때론 내 영어 선생님으로, 지금은 한뉴우정협회를 함께 이끌어가는 동반자로 있는 그에게 전화를 한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 모르겠다. 그만큼 우리 한인을 잘 이해할뿐더러 내가 무엇을 부탁했을 때 거절을 한 적이 없다. 갑작스런 부탁에도 목사님은 흔쾌히 허락을 하셨고 다음날에 방문하기로 약속을 했다. 셋째날 수요일. 어제보다 비가 조금 내려 연기된 '연 만들기'를 했다. 아이들에게 전반적인 연에 대해 소개하고, 제작 과정 등을 모두 설명한 다음 연 만들기가 시작됐다. 대나무가 연을 지탱해주는 우리의 특별한 방패연을 만들며 전통여가문화 체험에 대해 다시금 알게 되었다. 다행히 비가 멈추어 날릴 수 있게 된 가오리연을 보며 우리의 문화가 뉴질랜드 하늘에 수를 놓는 기쁨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오후에는 칼라믹스로 한복 인형 만들기를 했는데 우리나라 칼라믹스는 참 좋았다. 색도 선명했고 오븐에 굽지 않아도 바로 작품이 나왔기에 아이들이 그 자리서 한복을 입은 우리 민족의 형상을 닮은 인형을 완성해 가져갈 수 있었다. 부채춤 추는 아이, 드레스 같은 퓨전한복, 옛날 왕이 입던 한복, 줄넘기를 하는 한복 소녀까지 아이들이 만든 인형은 참으로 다양하다. 멘토들은 한복 수업을 금방 이해하고, 다양하게 만들어 낸 아이들의 창의성을 칭찬하며 감탄을 한다. 이렇게 아이들이 오후 활동을 하는 사이 우리는 인솔자로 오신 교수님과 의미 있는 학부모 간담회도 가졌다. 오늘 멘토들의 사회체험 활동은 뉴질랜드에서도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서덜스쿨이라는 사립 초등학교 방문이다. 내가 근무하는 유치원 학부모가 교사로 있기에 부탁했는데, 방학 중임에도 기꺼이 허락해 주셔서 좋은 시설과 교육체제를 모두 돌아볼 수 있어 감사했다. 이제 어제 약속한 키위 집 방문이 다음 순서이다. 저녁 먹기 전에 하는 키위들의 식전 다과를 소개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초콜릿과 비스킷 그리고 음료수와 순한 와인을 준비해놓고 기다리셨다. 둘러 앉아 서로 인사를 나누는데 목사님이 종이 한 장을 모두에게 돌리신다. 거기엔 대한민국과 뉴질랜드 국가가 적혀 있었다. 우리는 목사님의 인도 하에 두 국가를 불렀는데 나중에 멘토들에게 들으니 애국가를 전혀 예상치 않은 키위 집에서 부르는 동안 목이 메어 혼났다고 한다. 목사님은 그 종이를 가져가라며 맨 아래에 본인의 이메일 주소와 연락처가 있으니 영어 공부하다 모르면 연락할 뿐만 아니라 한국어도 환영하니 서로 좋은 인연을 계속해서 나누자고 하신다. 멘토들은 뛰어난 영어 실력으로 정답게 이야길 나누었고, 목사님의 자상한 배려가 영원히 남을 거라는 감사의 마음을 뒤로하며 숙소로 돌아갔다. 넷째날 목요일, 이날은 마침 10월 9일 한글날이어 '한글을 입어요!'란 주제로 티셔츠 만들기와 서예를 하기로 했다. 준비해 온 하얀 티셔츠에 한글이 입혀지는 순간의 감격이란... 한글의 소중함과 우수성을 이해하는데 이보다 훌륭한 작업이 또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들은 글씨를 쓰고, 한글문양을 붙이고, 우리나라 지도 등을 그리며 열심히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리고 다리미질로 마무리한 후 입고서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교장 선생님, 제가 멋진 우리 한글로 세상에서 하나뿐인 티셔츠를 만들었어요.'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을 카메라에 담으며 이러한 기회를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했다. 이어서 서예시간이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접해본 우리 붓! 일반 붓과는 달리 중간이 불룩하고 끝이 매끈한 붓 모습과 물감도 오로지 검은색뿐인 서예시간을 대하며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지 자못 궁금하다. 선생님의 자세한 설명을 들은 후 하얀 화선지는 금세 검은색 물결로 용솟음을 친다. 강당에 둘러앉은 40명 아이들의 손에는 까만 먹물이 주렁주렁 매달려 '우리나라, 대한민국, 와이카토, 한국학교' 등등의 사랑스런 글들이 수놓아진다. 수업을 마친 후 붓 40개가 고스란히 남겨진 기회를 통해 내년부터는 특별수업으로 붓글씨를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점심시간 등 중간 중간 틈만 나면 전통놀이를 자주 했는데 굴렁쇠, 비석치기, 긴 줄넘기 놀이 그리고 줄다리기를 했다. 아이들이 처음 본 굴렁쇠, 비석치기는 너무 신기한 놀이 도구였으며 빌려 쓰다 한 맺힌(?) 줄다리기는 이제 어엿한 우리 것이 되었으니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만큼이나 교장의 마음도 신이 났다. 흰색과 검은색의 조화를 이룬 목요일 수업을 마친 후, 화창한 날씨와 함께 멘토들의 사회체험 활동이 이어졌다. 오늘은 멘토들이 영어권에 왔으니 특별히 실제 교육 현장에서 영어로 수업할 기회를 주기로 하고 내가 근무하고 있는 유치원의 협조를 얻어 아이들을 가르치러 갔다. 칼라믹스를 가지고 하는 미술 수업부터 바깥놀이까지 유치원의 전반적인 것을 두루 살펴보는 진정한 교육자다운 저들의 사랑스런 몸짓과 눈빛 속에서 천사 같은 아이들과 함께 한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난 믿는다. 바로 이어서 고대하던 해밀턴 가든으로 가서 각 나라 테마별로 정말 예쁘게 꾸며진 정원과 하늘과 초록의 잔디 위에서 자연과 내가 하나 된 바로 그 시점을 맛보기도 했다. 2/3가 지난 금요일 아침, 오늘은 드디어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했던 탈 만들기 날이다. 탈은 '탈나다'에서 유래한 말로 머리에 쓰고 춤을 추면서 재앙이나, 병을 가져오는 악신을 쫓아 버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명을 들으며 하회탈, 양반탈 그리고 나만의 고유한 탈을 만들고 니스 칠까지 마쳤다. 마르길 기다리는 동안 종이접기로 전통의복문화 이해를 돕는 수업을 했다. 한지의 빛깔은 언제 보아도 멋스럽다. 아이들이 한지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은근한 멋의 문화를 느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더구나 한복, 관복 등의 접기까지 경험하니 순간순간 아이들의 마음에 한국이 흡수되고 새겨지고 있으리라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이제 본인이 직접 만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탈을 쓰고 드디어 탈춤을 추기 시작했다. 경인교대에서 준비한 탈춤을 위한 한삼, 이 한삼이 아이들 양손에 모두 걸쳐지고서야 얼마나 오랜만에 만난 한삼인지 세세하게 준비해준 멘토들에게 감사했다. 이 흰 한삼과 화려한 탈의 조화는 커다란 강당을 흰 물결로 수놓는데... 난 아이들 동작이 틀리는지, 다른 방향으로 가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뉴질랜드에서 탈을 쓰고 한삼을 걸치며 탈춤을 추는 그 자체가 너무나 눈물겨웠다. 뒤에서 열심히 따라하던 나도 한삼과 함께 탈춤을 추리란 생각은 전혀 예상 못했기에 동영상에 담겨진 우리의 탈춤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섬나라 뉴질랜드에 멘토링 온 기념으로 수업 후 면사포 폭포와 라그랑 비치를 다녀온 다음날인 마지막 토요일 아침이다. 오늘은 하회탈 목걸이 만들기를 하였는데 한 번 더 간단히 하회탈의 멋과 가치에 대해 설명한 후 폼 플레이를 이용해 만들기 시작했다. 이번엔 나도 처음으로 직접 만들어 보았다. 폼 플레이라는 재료를 처음 보았기에 열심히 주물러 틀에 넣었다. 정말 기막히게도 붕어빵처럼 똑같은 멋진 하회탈이 나왔다. 그리곤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장식을 하고 니스 칠까지 한 후 목걸이 줄에 매달았다. '어느 기념품 가게에서 이보다 멋진 탈 목걸이를 살 수 있을까!' 나만의 자부심으로 하루 종일 그 목걸이를 하고 자랑스럽게 다녔다.^*^ 마지막 아이들과의 작업이다. 부채에 '멘토와 멘티의 영원한 만남을 위하여!' 라는 글쓰기 작업인데 그만 이 부채가 반 밖에 준비되지 않았다. 얼른 재치를 발휘한 멘토들! 한지와 색종이를 이용해 옛날 왕이 편지를 보낼 땐 이렇게 하였다며 롤링페이퍼를 이용한 두루마기 편지를 만든다. 그러며 모든 멘토와 멘티들이 한마디씩 돌아가며 글을 남기는 사이,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전날에 일주일간 아이들과 함께했던 추억이 담긴 UCC를 만들어 보여준다. 얼마나 고마웠던지... 정말 순간순간 감사가 넘쳐나던 일주일이었다. 이제 감사의 인사를 나누는 시간, 강당에 모두 모여 배운 탈춤으로 먼저 학부모님에게 선을 보인다. 이어서 난 전날 밤새워 만든 전체 사진이 들어있는 감사장을 한 분 한 분에게 소중히 건넨다. 감사의 글을 읽던 교사는 더 이상 눈물로 읽지를 못했기에 내가 나머지를 다 읽은 후 영원히 와이카토 한국학교를 기억하라는 선물을 주었다. 그리고 단체 사진과 또 그룹 사진 등을 찍으며 내년을 기약하는 아쉬운 일주일을 마감했다. 아이들 수업은 끝났지만 멘토들은 바로 성인 외국인반 수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탈 만들기와 한복 종이접기로 우리의 전통 문화를 알렸는데, 너무나 흐뭇해하는 모습에 우리 모두는 다양한 국적에 관계없이 하나가 된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수업한 키위들과 수고한 교사 가족들, 그리고 멘토들의 저녁 야외 바비큐 파티를 끝으로 모든 일정은 끝났고, 다음날 일찍 오클랜드 시내까지 들러 가며 수고한 그들을 격려하고 감사의 눈물과 찐한 포옹으로 배웅했다. 이렇게 꿈같은 일주일을 직장도 마다하고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한 나날들, 난 다시 한 번 우리학교 교훈을 떠올린다.'한국인으로, 뉴질랜더로, 세계인으로'. 한국학교 교육에 있어 의사소통의 한국어뿐만 아니라 사고할 수 있는 언어로서의 한국어를 가르침과 동시에 문화, 역사 그리고 정체성 등에 중점을 두고 지도하는데, 이번 경인교대의 전통 멘토링 수업은 교재 빈곤의 우리 현실에서 너무나 유익하고 소중한 살아있는 경험이 되었다. 특별 수업 이후 학부모와 학생들이 우리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애정 또한 깊어졌음을 피부로 느낀다. 지난 해, 교회에서 한국학교만 생각한다는 오해(?)를 받아 엄청난 시련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학교 일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멋지고 보람된 일이기에 어떤 오해와 힘듦도 극복하며 보람과 감사로 임하고 있다. 이러한 가슴 뿌듯한 경험은 한국학교를 위한 커뮤니티 센터를 운영하는 꿈을 꾸며, 실천에 옮기고 있는 나에게 더 커다란 용기와 힘을 주고 있다. 재외 동포 꿈나무인 차세대를 키우는 한국학교! '한국인으로, 뉴질랜더로, 세계인으로'란 우리 학교의 교훈을 되새기며 나는 영원히 한 우물을 파겠노라는 다짐을 더해 본다. 우리 아이들이 하드웨어는 한국인으로 태어났지만, 뉴질랜드란 소프트웨어를 잘 사용해 당당한 한국계 뉴질랜더로서 세계 속에 큰 꿈과 비전을 펼치는 그 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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