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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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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는 수요일 방과 후 ECA(extra curricular activity)로 수업이 한 시간 더 있다. 학생들이 선생님들이 제공하는 체스, 농구, 퍼즐 등의 수업 중 하나를 선택하여 활동을 하는 것이다. 나는 중등 수업을 주로 하기 때문에 전에는 기초 한국어 배우기를 가르쳤다. 한국 학생들과 외국 학생들이 사이좋게 지내고 그중 인기 있는 외국 여학생이 한국어를 선택하면 학생수가 많이 늘기도 하였는데 최근에는 한류 열풍이 식었는지 학생들이 신청을 몇 명 밖에 하지 않았었다.


2학기는 초등학생들에게 좀더 다양한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서, 중국어 교사와 한국어 교사도 초등 방과 수업에 참여할 것을 권장하였다. 공부보다는 활동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에 아이디어를 짜기 시작하였다. 난 재주가 없는 사람이어서 초등학생에게 제공할 수업이 정말 없었다. 그때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이 제공했던 교재들 중에서 종이 접기 책이 눈에 들어왔다. 연수를 가서도 종이 접기 수업을 하지 않았는데...자신이 없지만 종이 접기 활동으로 수업 제목을 정하였다. 신청한 학생들이 열 명이 조금 넘었다.


드디어 2학기 첫 방과 수업이 지난 수요일에 시작되었다. 수업 전 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무엇을 만들까 무척 고민하였다. 잘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는 일이었다. 첫 수업이니까 간단한 종이 접기 '동서남북'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 여름 연수 중 종이접기 수업을 하고 올걸' 후회막심하였다. 종이 접기 연습을 하면서 게임도 하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벌칙으로 상대방 이마에 손가락 튕기기, 손목 2번 때리기, 과자 먹기, 팔씨름 하기 등을 정하였다.


솔직히 방과 후 수업 연습으로 정규 수업에서 종이 접기를 하였다. 그런데 아이들이 정말 즐거워하였다. 그리고 특히 한국 학생들이 종이 접기를 참 잘하였다. 게임은 정말 환상적으로 재미있었다. 물론 과자를 준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진 사람의 벌칙에 웬 과자냐고 반문하는 학생에게
'가끔 행운이 기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찾아오거든.'
라고 대답했더니 학생들이 수긍하였다. 학생들과의 첫 종이 접기 수업은 아주 성공적으로 끝났다.

수업을 하고 나서 나에게도 큰 심리치료가 되었다. 어릴 적 양손잡이었던 나는 바느질, 칼 사용을 왼손으로 하였다. 그래서 가사 시간에 작품을 만들 때면 방향이 달라 애를 먹었고 오른손잡이들은 내가 하는 일들이 어설퍼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손을 쓰는 일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였다. 집에서 엄마도 나에게 가사일을 맡기지 않았고 서툴러 보인다고 하여 자신감을 잃게 하였다. 종이접기 수업을 한 것처럼 지금에서야 이 장애를 극복하고 싶다는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참고로, 재외동포진흥교육재단에서 올해 해외교사 연수를 8월 3일부터 8월8일까지 공주대학교에서 개최한다는 메일을 받았다. 올해도 종이접기 수업이 있다면 난 꼭 그 수업을 들을 계획이다. 그래서 좀더 나은 종이접기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당시에 나눠줬던 교재들을 난 정말 값지게 사용하였다. 한국사와 한국문화는 시험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특히 이해하기 쉽게 씌여 있는 한국사를 읽으며, 현재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으며 역사를 알아야 국어를 통찰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고정미 (2009-03-01 04:21:02)
와와..이은희 선생님, 정말 짱이에요. 짝짝짝^*^약속대로 글 실어 주셔서 감사감사해요.
이렇게 연수를 받고 잘 활용하는 샘들은 주관단체가 넘 기쁠것 같아요.
종이접이, 우리학교도 이번에 특별활동 수업으로 시작했는데...얼마나 좋아하는지...특히 샘의 심리치료가 되었다는 말씀에 눈길이 갑니다. 많은 학생들이 샘과 같은 비슷한 경우를 다양하게 가지고 있을겁니다. 샘의 경험담으로 무엇이든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시길 정말 축복합니다.
제 경우는 체육에서 상당히 두려웠었는데...중학교 1학년 체육교사의 '할 수 있다'란 말씀에 용기를 갖고 도전하여 그 해에 스케이트, 자전거, 물구나무서기(?) 등 정말 다양한 체육 활동을 했었네요. 지금은 이름도 가물거리는 잊지못할 선생님, 언제나 기억속에 남아 운동에 대한 두려움을 깨어주신걸 잊지 못한답니다.
이은희 샘도 종이접기든, 환상의 게임이든, 제 2 외국어든, 무슨 일이든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주어 기억에 남는 교사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김태진 (2009-03-01 18:32:21)
선생님... 반가워요.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는 선생님의 모습... 너무 보기 좋고 흐믓해요. 아~ 선생님이 내가 부러워하는 양손잡이었군요. 그래서 머리가 좋으셨다는^*^ 올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 연수에 종이접기가 꼭 들어가도록 힘쓰겠습니다.
이 글을 재단 관계자들에게 보여드리면 기뻐하시면서 흔쾌히 넣지 않을까 싶네요.^*^







젊은오빠 (2009-03-02 14:59:03)
이 은희 선생님,
반갑습니다. 홍콩의 밤은 아직도 그대로죠?
또 한 번 가고 싶은데 기회가 날지?.....
한국에 다녀 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학회에 오시지도 않고 전화도 없으시고.....
섭섭했지만 사정이 있으셨겠지? 하고 스스로 위안하고 있습니다.
다음엔 안 그러실 거죠?







다만희망 (2009-03-03 08:25:56)
안녕하세요? 선생님. 부끄럽습니다.^^*
연말과 연초 그리고 공휴일이 많아서 좀 어려웠습니다.
혼자 가기 부끄럽기도 하고...
태진 선생님, 여름에 우리 한글학회에 같이 가요!!!!!!







수선화 (2009-03-05 06:57:48)
시험 공부하는 아이들을 돕다 지친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도 한마당에 무슨 글이 올랐을까 궁금해 들어와 봅니다. 화롯가에 앉아 오손도손 주고 받는 정겨운 사람들의 목소리에 마음이 녹습니다. 샘들 모두모두 반갑습니다.







다만희망 (2009-03-05 08:03:07)
수선화 샘, 미리 떠나시는 선생님께 자녀 양말을 선물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생각나며, 반가워 가슴이 뻐근해집니다. 제가 감동을 잘 받아요. 잘 지내시죠? 보고 싶어요.







천사 (2009-03-09 20:29:09)
이제 슬슬 본인들 이름보다 친숙한 아이디가 눈에 보이네요. 수선화샘도 자주 오세요.^^







수선화 (2009-03-10 20:22:56)
다만희망샘! 지난 주 저희 학교는 개학을했답니다. 샘의 글을읽고 저도 첫 수업을종이 접기를 하면서 '무슨 색입니까?'라는 질문을 주고 받으며 종이접기와 더불어'색'에 대한 공부를했답니다. 좋은 수업방법 기대합니다. 감사 늘 감사. 올해한국에 연수차 갈 기회가 왔으면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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