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자세로 멈춰 선 아이, 한 발만 땅에 딛고 양팔을 벌리고 춤을 추듯 멈춘 아이, 친구 바지춤을 잡고 한 발로 버티다 친구 바지가 내려가는 바람에 앞으로 꼬부라진 아이......
콘크리트가 깔려 있는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게임을 하고 있다. 검은 머리 한국 아이는 하나, 대여섯 되는 영국 여자 아이들이 한국말로 게임을 하고 논다. 발음이 잘 되지 않는 아이들은 곡조에 따라 입술만 움직인다. 아이들은 벽을 기대고 선 여우가 '죽었니? 살았니?' 라는 질문에 '죽었다!' 라고 외치자 맥이 풀리는 모양이다. 그러나 제멋대로 멈춰 선 모양이 무대 위 뮤직컬 배우들의 춤추는 모습 같다. 부근에서 놀던 아이들이 이 광경을 바라보며 어떤 아이들은 재미있는 동작을 따라하며 함께 뒹군다.
이 아이들이 내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영국 초등학생들이다. 내가 그들은 만난 지는 5-6년 되었지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는 일 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일 년 전 영국 초등학교에 앞을 못 보는 한국 남자 아이, 민이가 한국에서 영국으로 이사와 이 학교에 오게 되었다. 영어로 겨우 자기 이름 소개, 인사말만 할 수 있는 민! 그 아이가 이 학교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준 것이다. 영국인들은 자기보다 처지가 좋지 않은 사람들을 잘 돕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앞 못 보는 민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아이들은 민이가 앞은 못 보지만 말은 할 수 있나 없나 확인하고 싶어 안달이었다. 쉬는 시간이면 민이 둘레를 에워싸고 만져보고 물어보느라 아수라장이 되곤 했다. 엿장수를 둘러싸고 군침을 삼키는 시골 아이들의 호기심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민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이름과 인사말뿐이니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미세스 박, 캔 아이 런 코리언?'
하며 처음으로 제안해 온 아이는 엘리라는 여자 아이였다.
'왜 배우고 싶은데? ' 라는 질문에,
'민이와 함께 놀고 싶어요.'
그 아이는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좋다고 하자 버드렁니가 유난히 돋보이는 엘리는 그 이를 다 드러내 놓고 해사한 웃음을 웃었다. 그 때 나는 내가 한국인이며, 한국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영국 학교에서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한국어. 우리에겐 교실도 없다. 칠판도 없다. 연필 하나, 공책 한 권! 이게 우리가 가진 전부다. 배우는 이 하나, 가르치는 이 하나! 시작은 미약하나 우리의 한국어 수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민이는 일주일에 한 시간 한국어 동화를 듣는 시간이 있다. 영어를 잘 배우기 위해선 모국어인 한국어를 잘 해야 한다는 게 영국 교육의 기본 방침이다. 학부모들은 영어를 배워야지 웬 영국학교에서 한국어 교육? 하며 의아해 하지만 그 이론은 이중 언어 습득의 기본 원리인 것이다. 엘리는 민이가 동화 듣는 시간에 함께 참여하기 시작했다. 난 이야기를 영어로 번역해 들려주었다.
맨 먼저 콩쥐팥쥐 이야기로 시작했다. 당시 4하년 아이들이 '신데렐라'를 가지고 동화의 구성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콩쥐팥쥐는 신데렐라 이야기와 그 구성이 같으니 이해하는 것도 쉽고 엘리에게도 같은 구성과 주제를 가진 이야기가 한국에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 되어 더 흥미를 주었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엘리지만 이야기를 들으며 콩쥐가 밑 빠진 독에 물을 긷느라 애쓰는 장면에 함께 마음 아파하고 콩쥐가 원님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부분에 안도의 한숨과 함께 축하의 박수도 보냈다. 점심 먹은 후 도서관에서 거의 한 달 동안 이 이야기를 들으며 장면 상상하여 그리기, 한복 종이 접기 등을 하면서 한국의 문화를 이해해 갔다.
그러다 13년 전 내 딸 아이가 영국 학교에 처음 갔을 때 친구들에게 가르쳐 주며 놀았던 신데렐라 노래가 생각났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라는 노래를 로마자 발음기호를 써서 가르쳤다. 가사를 읽히고, 노래를 가르쳤다. 엘리는 참 열성으로 배우고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한국어 공책을 늘 가지고 다니면서 생각나지 않을 때마다 펼쳐 보고 다시 외우는 그 아이가 너무나 기특했다. 드디어 쉬는 시간에 민이와 함께 손뼉 치며 신데렐라 놀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엘리지만 노래는 곡조가 있어 따라 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나는 옆에서 곡조를 놓치지 않고 가사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함께 불러 주었다. 엘리가 한국어로 노래를 하며 민이와 독점적으로 놀이를 하는 것을 영국 아이들은 부러운 듯 놀란 듯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바라보는 게 아닌가.
엘리와 함께 동화를 읽고 이야기 한 지도 벌써 한 학기가 지났다. 그동안 비행기, 나비야 그리고 한글 음절표를 노래로 배웠다. 엘리는 영국 아이들 앞에서 한글 음절표를 자랑스럽게 노래했다.
'가나다라 마바사 아자차카 타파하. 고노도로 모보소......'
엘리의 한글 음절표 노래를 들으며 영국 아이들은 저게 뭘까? 의구심이 발동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엘리는 내게 다른 아이들도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데, 같이 배울 수 없겠느냐고 물어 왔다. 두 말할 필요도 없는 일! 그러나 난 기쁨을 감추고 평상시 말 잘 듣고 성실한 다른 아이 두 명을 선정해 3명만 가르치기로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다음 기회에 배울 수 있을 거라고 해 두었다. 한국어를 배우는 일도 쉽지 않지만 누구나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내가 감격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는 의식을 심어주고 싶어서였다. 지금은 6몀의 아이들이 함께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한국어 교실은 운동장에 있는 간이 무대이다. 이 학교 운동장은 교사 부근은 콘크리트 바닥이지만 그 너머에 잔디가 깔린 아주 큰 운동장이 있다. 잔디로 된 운동장 왼쪽 가장자리에 나무 울타리가 있고 그곳에 아이들 쉼터가 있다. 쉼터 옆에 반원 모양의 작은 나무 판자 무대가 있다. 그곳이 우리 한국어 학습장이다. 영국의 점심시간은 한 시간이다. 매주 수요일 한국어를 배우는 6명의 아이들은 일찍 점심을 먹고 이곳에 모여 공부를 한다. 열린 교실에서 열린 한국어 학습을 하는 것이다. 주로 배운 낱말들을 노래로 만들어 부르고 게임을 한다.
'한국은 어디에 있는 나라인가요?'
라는 질문으로 나의 한국어 시간은 시작했다.
' 몰라요.'
'자팬, 차이나'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세계 지도를 펼치고 한국을 찾아보았다. 한국에서 만든 세계 지도에 한국이 한 가운데 있는 것을 처음 본 그들은 이상하다는 듯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세계지도는 한국이 한 가운데 있고 영국이 왼쪽 귀퉁이에 붙어 있지만, 영국에서 만든 세계 지도는 영국이 가운데 있고 한국은 오른쪽 귀퉁이에 붙어 있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어디를 중심으로 보느냐에 따라 나라의 위치가 평면상에서 달라져 보인다. 우리나라가 중심인 지도! 그 지도를 늘 바라보는 한국인의 중심에 한국이 있는 것인가? 하는 자문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한국은 일본도 중국도 아닌 고유한 나라임을 알려 주었다.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한국이 어디 있는 나라인지 아느냐고 물으며 자기만 아는 것을 우쭐해 하며 가르쳐 준다.
아이들은 한국어에 존댓말이 있음을 먼저 배웠다. 인사말도 '안녕'보다 먼저 '안녕하세요?' '잘 가'보다 '안녕히 가세요.' 그래서 아이들은 내게 '안녕하세요, 선생님.'이라고 인사 한다. 그리고 친구들끼리는 '안녕'이라고 구별해서 쓸 줄도 안다. 가끔 길을 가다 한국인에게 한국말로 인사하는 외국인이 있다. 우스꽝스러운 말들을 한국말인 것처럼 하는 사람들을 볼 때 그렇게 사용하는 사람보다 그렇게 가르친 한국 사람들로 인해 얼굴이 붉어질 때가 있다. 하나라도 우리말을 바르게 가르치고 싶은 게 내 소망이다. 벌써 일 년 남짓 한국어를 배운 아이들은 제법 한국말을 할 줄 안다. 민이를 만나면, ' 안녕, 민 오빠?'라고 인사하고, 주말을 지나고 난 월요일은 '오빠 잘 지냈어?'라고 인사한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한국을 그리워한다.한국말 만으로 의사소통이 되는 한국을 그리워하는 것일 게다.
그러나 이곳에도 장애물이 있다. 아이들의 한국어 배우는 일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그것은 바로 한국인이다. 우리 학교에는 민이 말고 10여명의 한국인 학생이 있다. 영국 아이들은 한국어를 배운 후 한국인에게 사용하고 싶어 한다. 의시소통의 수단으로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한국인뿐이니 당연한 것일 게다. 몇 마디 배운 한국말을 가지고 서툰 발음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에서 만난 한국 아이들에게 다가가 한국말을 한다. 용감하다. 그러나 그 반응은 어떠할까?
대부분의 한국아이들은,
'웟 아 유 토킹 어바우트?'
한국어를 말하는 영국 아이들에게 잘난 영어로 대꾸하곤 자기 하던 놀이를 하느라 바쁘다. 용기를 내어 달려갔던 아이들은 어색한 듯 나를 바라본다. 나는 바라보는 영국 아이들이 안쓰러워 한국 아이에게 달려가
' 영국 아이들이 한국말을 배우려고 하는데, 너희들이 도움을 주면 안 되니?'
라고 나무란다.
그러면 그들은,
'웟'
하면서 달아나 버린다.
한국 아이들은 한국말을 하는 자신이 부끄럽다. 한국 선생님인 내가 그들에게 한국말로 다가가는 것도 창피하다. 영국인 앞에서 영어를 할 수 있는 것이 자랑스러울 뿐이다. 아니 영국인이고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한국 아이들이 있는 영국 운동장 한편에선 오늘도 영국 아이들은 민이와 함께 한국어로 게임을 한다. 한국어를 부끄러워하는 한국 아이들을 부끄럽게 한다.
'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 .......'
'죽었니? 살았니?'
'살았다.'
아이들은 저마다 잡히지 않으려고 잽싸게 도망을 간다. 앞을 볼 수 없는 민이만 벽을 등지고 '살았다'를 외치며 사라져가는 아이들의 소리를 듣고 있다.
수선화 (2009-03-10 23:58:38)
주중에 나가는 영국학교 아이들과의 한 나절을 글로 쓰고 보니 어색한 부분도 많지만 삶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천사 (2009-03-11 03:00:25)
수선화샘. 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샘의 글을 읽고 또 한 명의 한마당 작가가 나오는구나 하는 환한 미소를 담습니다.^^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 감동 그 자체입니다.
마지막 한국어 가르치는데 한국 아이들이 장애물 이라는 흔적...맘이 아프지만 이 또한 우리들이 헤쳐나갈 길인것 같습니다. 외국에서 우리말 쓰는 우리들이 부끄러워하는 현장을 만들어준 선배들 탓도 있겠기에 그 중 저도 아이들보단 어른이니 책임을 느낍니다. 우물안 개구리...이민나와 피부로 느낀 첫 소감이었기에 늘 안타까웠지요.
수선화샘, 샘의 삶의 기록...이제 지구촌 곳곳에 펼쳐져 함께할 동지들을 만났으니 처음 맘 먹었던 그 초심을 잃지 마시고 더욱더 한국어 교육에 매진하여 '살았다' 소리가 운동장에 메아리쳐지기를 축복합니다. 민이도 샘도 모두 건강하시고요 영국 하늘의 자존심에 쉽진 않겠지만 자랑스런 한국어가 어서 뿌리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샘...사랑합니다^*^
수선화 (2009-03-11 05:21:50)
천사샘! 격려로 샘 말씀 새길게요. 샘이 옆에 있어 위안이 됩니다. 힘들 때 이곳에 와 샘들의 글을 대하면 살아 있음을, 강인한 생명력을 느끼며 새힘이 움틉니다.
다만희망 (2009-03-11 11:26:19)
샘의 수기 감동적으로 잘 읽었어요. 한국 학생들이 한국어를 알고 싶어하는 외국 학생들에게 욕부터 가르쳐서 당황할 때가 있는데 이건 외국 학생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재미있으니까... 샘 여름에 한국에 오시는지요?뵙고 싶어요.
계춘숙 (2009-03-11 13:31:44)
수선화님 ^^
어디를 가나 한국어 보급을 위해 수고하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이 자긍심을 가지고 한글을 가르치시는 모습이
참 아릅답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어를 가르치며 원한다고 무조건 입학을
시키지 않는 모습도 좋은 생각인것 같네요.
계춘숙 (2009-03-11 13:33:18)
으잉^^
분명히 한가족으로 별명을 바꾸어 놓았는데 본명이 ....... 678789
다시 수정해야겠네요.
별찬 (2009-03-11 13:58:06)
읽어야 할 10여 편의 논문을 쌓아놓고, 머리가 지끈거려 잠깐 들른 한마당! 너무 소중한 글을 접하니 언제 머리가 아팠냐는 듯이....
이정순선생님... 수선화라는 아름다운 별명도 있지만 자랑스런 선생님성함을 한 번 불러보고 싶군요... 감동적인 선생님 글을 읽고 눈물이 납니다. 한국어교육이라는 자랑스런 현장을 떠나있는 저만의 감상일수도 있지만 그냥 눈물이 납니다...
'열린 한국어 교실'... 작은 시작이 분명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믿음을 가지며 선생님의 사랑과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여름에 모두모두 많이 많이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수선화 (2009-03-11 18:29:52)
다만희망샘 저도 보고싶습니다.사실 연수때IB 때문에 서로 얘기를 주고받긴 했지만정이 가는 샘이에요.전에도 얘기 했지만 얘기할 누군가가 필요할 때 생각나는 사람!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해요.
수선화 (2009-03-11 18:40:30)
한가족샘 샘이 어떤 분이신가 모습과 연결시키고 싶어 사진 마당에 들어가 찾아 보았어요. 글을 읽을 때 모습을 떠올리며 읽으면 마치 앞에 샘이 있어 진짜 대화하는 것 같거든요. 대화할 사람이 필요할 때 그 때마다 전 한마당을 방문한답니다. 엔돌핀을 제 행복을 만드는 시간들이니까요. 샘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열심히 해보려고는 해요.
수선화 (2009-03-11 18:46:03)
별찬샘! 오랜만입니다. 샘글은 괄 ”한국 생활도 여전히 바쁘신가봐요.그런 중에도 늘 좋은 글 남겨 주셔서 후배들에게 큰 위안을 주시니 어찌 감사하지 않겠습니까. 참 샘께서 해외동포재단에서 일하신다고 하셨지요. 올해 연수는 언제며 참가 자격 같은 것 알고 싶은데요. 삼가
천사 (2009-03-13 00:03:28)
수선화샘, 별찬샘이 바쁘신가 보네요. 궁금하실까봐 그냥 제가 아는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별찬샘은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에서 일을 하고 있고요, 이 재단에서 하는 연수가 지난해 우리들이 모두 만났던 바로 속초 학술대회입니다. 올해는 공주 대학에서 한다고 연락이 왔고요, 날짜는 8월 첫째주 3일~8일(월~토)까지 입니다. 참자가격은 해외에서 한국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는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선착순 300명이었는데 많은 교사들이 뒤 늦게 신청하여 못 오신 분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 연수는 지원이 따로 없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대한항공에서 20% 할인하여 주셔서 대한항공을 이용한 교사에 한하여 조금이나마 혜택을 받았지요. 샘이 다녀오신 한글학회 연수, 이것을 받은 우리 모두는 참 행운 교사라는걸 이제 아시겠지요?^*^ 유럽연수에서도 한마당 연수 선배들 만나서 귀한 만남의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나중에 후기도 올려주시고요^^
유월이 (2009-03-13 05:56:23)
가끔, 나 혼자 바보짓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면서 한글학교의 열악한 상황을 탓하던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제 1언어(요즘엔 모국어라는 말보다 언어 습득의 순서를 가지고 이 용어를 더 많이 쓰지요? 취리히에서는 아무튼 그래요.)를 잘 해야 제 2, 제 3 언어도 잘 한다'는 이중언어 이론을 가지고 취리히 교육청에서는 모국언어문화학교들에게 일종의 지원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교육청 안에서 모국언어문화학교 교장회의, 교육위원회 회의를 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모국어 교사에게 독일어를 저렴하게 가르치는 것과 교육대학에서 2-3일 연수 받을 기회를(물론 유료지요)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우리는 여기, 저기 공짜 노동을 바쳐야 합니다. 모임에 한국 음식 공짜로 해 가기, 다중 문화 행사에 음식 해가고, 사물놀이 공연 바쳐야지, 현지 학교에서 다중문화 행사의 하나로 각 국의 동화 읽기 한다고 하면 그거 공짜로 해 줘야지... 음악 선생님이 한국 음악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면 가사 번역에서 노래 불러주기까지 공짜로... 아 이제 지쳤다고 소리지르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고 부끄러워집니다... 그런데.... 아앗... 그래도 계속 소리지르고 싶은, 우리의 일은 아무데서나 손짓만 하면 감지덕지 해서 허겁지겁 달려 온다는 착각을 하는 이들의 오만에 대해 그래도, 또 소리지르고 싶습니다... 이거 병이 아주 깊어진 거지요?
천사 (2009-03-13 08:36:56)
유월이샘. 지난 속초에서의 열정적인 사물놀이 발표가 아직도 눈앞에 선합니다.
푸르른 물을 앞에 두고 속초 앞바다에 울려퍼진 유럽교사들의 사물놀이 발표, 그 발표가 유럽 곳곳에 오만이란 이름하에 불려져도 그저 우리나라를 조금이라도 알게 하려는 민간외교의 길을 가는 샘들...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저 또한 같은 병을 앓고 있기에 6,25때 우리를 도와준 그 가난한 나라로 알고있는 많은 키위들에게 오만이 하늘과 땅끝에 닿은게 보여도 소리를 지르러 달려갑니다. 알아주는 이 하나 없어도 좋다고 생각한 이 일들이 이렇게 곳곳에 같은 맘으로 울려퍼지니 힘이납니다. 이런 우리의 병...더 나도 괜찮지 않을까요?^*^
진짜 몸이 현찮아서 하루 결근하고 집에 있는 대낮에...가을나라를 바라보는 후배가 드립니다.^^
별찬 (2009-03-14 16:47:17)
게으른 저를 대신해 천사선배님이 너무나 상세하게 알려주셨네요.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 연수의 가장 큰 특징은 열린 연수라는 것과 대신 지원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신 한 번 정부지원 연수를 받은 사람은 3년내에 또 지원받는 연수에 참가할 수 없지만, 저희 행사는 자비로 한국에 오기에 매년 연수받을 수 있긴 합니다만 매년 오는 것이 쉽지 않으니 안타까운 부분이 많지요.... 더 많은 지원, 더 확대된 지원이 있을 날을 기대해 봅니다.
별찬 (2009-03-14 17:05:45)
유월이샘... 좋은 지적을 해주셨네요... 이제는 우리도 우리의 가치를 전파하는데 있어 불러주셔서 고맙다는 단계를 지나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나라마다 또, 그 상황마다 성질이 다 다르겠지만.. 천사같은 선생님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면 분명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왜 마케팅 기법에도 있잖아요... 처음엔 공짜로 물건을 접하게 하고, 어느 단계가 지나면 스스로 찾게 만드는 것이요... 힘든 것은 알지만 현명한 방법으로 공짜 노동에 대한 댓가와 결코 쉽게 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상황을 모르고 그냥 지껄여 봅니다. 선생님의 의식에 공감하는 부분이 생기다 보니... 교사세미나 준비하시느라 힘드실텐데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며 저의 그리움을 전해봅니다.
한가족 (2009-03-15 21:17:06)
별찬샘이 아직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에서 근무하고 계시군요.
작년 속초학술대회 후 사임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올해 공주에서 있을 학술대회에 참가하면 만나볼수 있겠군요. 에궁 반가워라.
동기생인 유월이 선생님의 수고하심이 한눈에 보입니다.
일찍 부터 선생님의 열정에 감복했답니다.
수선화님 ^^ 저도 궁금한데 선생님께서는 벌써 사진마당에도 찾아가셨군요.
아예 올 여름에 한국에서 뵙도록 하면 어떨까요.
제가 사진보다는 실물(?) 이 더 멋있거든요. 저를 아는 모든 분들이 실물운운하는 저를 보고 실소하는 모습이 보니네.... ㅋㅋㅋ
유월이 (2009-03-16 04:13:10)
수선화 선생님께 말씀 전합니다... (별명을 고치세요 글 아래 썼는데 확인하지 않으시면 어떻게 하나 싶어 이리로 복사 해서 한 번 더 써 넣습니다.) 제가 너무 반가워서 별명을 고치세요 글 아래 유럽 세미나에 꼭 오시라고 해 놓고 시간표를 봤더니 토요일 오후에는 1시에서 2시 20분까지
<수업 경험의 교환과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한 개선안 제시>
라는 제목으로 교사들의 조별 토론 시간이 있고 그 이후에는 런던 시내 관광이 있어요... 8시 30분 부터 다시 재외동포재단의 사업 소개가 있고 그 후 친교의 시간이라 별 영양가가 없는 내용이네요. 추천하기가 뭐합니다... 선생님을 뵐 수 있으면 좋겠는데 하필이면 프로그램이 이렇군요. 아무튼 선생님께서 잘 결정하세요... 동료들을 만난다는 의미에서 오시든지, 좋은 다른 프로그램으로 토요일 오후를 풍성하게 보내시든지... 죄송해요...
수선화 (2009-03-16 19:11:00)
유월이샘 저도 어제 프로그램을 보고 8시30분 이후 친교시간에 가 뵐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샘이 준비하신 강의를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 시간은 근무시간이라....런던 구경하시고 뵈요.아님 제가 런던시내로 나가 뵐 수도 있구요.12기 김재심샘,그리고 스페인에서 오실 김현주샘도 뵙고 싶구요. 전 명단을 보았지만 샘하고 그두 샘만 알겠던데요. 제 손전화는 07855065338입니다.
수선화 (2009-03-16 19:13:32)
한가족샘!제가출근 준비하면서 샘의 글을 읽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얘기하기로 하고요저도 그 연수에 참여해보도록 계획하렵니다.벌써 실물이 더 나은 샘이보고 싶은데요
착한아이 (2009-03-17 02:25:18)
히야!!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에서 개최하는 공주 대학 학술대회 가고 싶네요.
달력보고, 일정보고.. 지갑보고... 쩝.... 갈수 있을려나.. 빨리 알바를 뛰어야 겠군요.
늘감사 (2009-03-17 16:42:52)
수선화 샘 글 잘 보았습니다.
신데렐라 노래도 여우야 여우야~ 노래도 다 가져와서 우리 학교에서도 한 번 해 보려고 합니다. 감사해요. 그리고 여름에 공주 학술대회에 많은 분들이 가시네요.
빨리 알바를 뛰어야 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여기 또 있습니다.^^
수선화 (2009-03-17 20:04:23)
마음이 울쩍했다가도 한마당에 들어와 샘들이 남긴 글들을 읽으며 새 힘을 얻습니다. 꽃이 만발한 영국의 봄보다 더 포근하고 따뜻한곳......행복합니다.한마당에서 샘들과 삶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착한 아이샘,늘감사샘! 알바 열심히하셔서 공주대학에서 샘들을 뵐 수 있길기대합니다.
별찬 (2009-04-14 10:14:45)
선생님... 저 이글이 너무 좋아서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www.efka.or.kr)에 옮기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지요? 이런 글은 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들이 봐야하는데... 한 번 기회되시면 재단에 한 번 들어와 보세요. 이제 막 열어서 많은 내용은 없지만 선생님의 글로 빛이 나리라 확신합니다.^*^ 혹 기회가 되시면 글도 다른 글도 좀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