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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콕에서 길을 잃었어요


요즘은 특별한 행사가 학교에서 많다. 그만큼 하루하루가 바쁘다. 스프링 갈라가 끝나고 부활절 휴가를 맞았다. 휴가가 끝나고 학교에 돌아오자마자 독서주간으로 한국어 행사도 하나 만들어야 했고, 5월에 IGCSE 시험이 있기 때문에11학년 학생들은 모의 고사를 보고 있는 중이다. 꼭 바쁠 때 일이 겹친다고 중문대 한국어교육문화원에서 문화 수업을 해주기로 한 날짜가 지난 주 수요일과 어제였다. 이 수업은 주중에 한국어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이 날짜를 선택하여 학생들에게 무료로 봉사를 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나에게는 일상적인 일정에서 벗어나는 일이어서 솔직히 조금 힘들었다. 차를 타고 낯선 동네로 가는 것이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학교와 집을 왔다갔다 하는 난 차를 타고 주중에 혼자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지난 주 수요일에 길을 한 시간 이상 헤매었다. 더 큰 일생의 실수는 수업 시간에 늦었다는 것이다. 수업 계획을 짜고 준비물들을 모두 가방에 잘 챙겨 넣었는데 학교 회의를 마치고 정신 없이 퇴근을 하다 보니 사이트에서 주소와 약도를 뽑아 넣지 못했던 것이다. 그곳 지리를 잘 아시는 분과 이미 통화를 하였고 수업을 시작할 시간보다 30분 정도 빨리 도착할 여유를 가지고 출발하였는데도 은근히 그리고 왠지 불안하였다.

문제는 몽콕에 도착하여 출구를 나가면서 시작되었다. 통화하신 선생님은 자주 다니던 곳이라 대수롭지 않게 잘 설명해 주셨는데 초행인 난 밖으로 나가면서부터 출구 앞과 뒤 중 어디에서부터 출발할지가 문제였다. 중심 도로가 바로 뒤에 있었기 때문에 앞쪽 길을 중심으로 찾지 않고 복잡한 대로부터 시작한 것이 큰 실수였다. 몽콕은 우리나라 남대문이나 동대문 같은 시장인데 움직일수록 미로로 빠지는 것이었다. 수업 시간이 지나자 진땀이 나기 시작하였다. 길을 가르쳐 준 선생님과 다시 통화하기로 하였는데 휴대폰을 받지 않았다. 택시를 타기로 결정하고 막 차에 오르려는 순간 쭉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마구 야단을 친다. 아뿔싸!!!너무 급한 나머지 줄을 못 보았던 것이다. 어쩐지 인산인해의 저녁 시간에 너무 쉽게 택시를 잡는다고 했더니만…. 창피한 마음에 단걸음에 그곳을 벗어났다. 결국 차도에 뛰어 들어 택시를 타고 교육 문화원에 도착하였다. 열명 남짓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했더니 괜찮다며 이해한다며 다정하게 맞아 주었다. 늦은 만큼 수업을 연장하였다. 그리고 다음 주에 다시 이곳에 올 것을 대비하여 지하철을 타는 학생 중 한 명의 전화 번호를 적었다.

그리고 어제 두 번째 수업을 하였다. 지난 주의 악몽 때문에 아예 사라에게 전화를 하여 일찌감치 지하철 역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지난 주 수업 후 지하철역으로 돌아오면서 지리를 익혔지만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겁이 났다. 고마운 세라와 센터로 향하는데 길거리 구경까지 하면서 여유있게 갈 수 있었다. 수업 전에 미리 센터에 도착하여 세라와 함께 한국말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학교 교환 학생으로 다음 학기에 한국에 간다고 하였다. 오늘 수업의 하이라이트 윷놀이를 하였다. 시간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사라가 오늘 메일을 보냈다. 수업이 정말 재미있었다고.휴, 다행이다.

수업 시간에 처음으로 늦게 갔다. 학생으로서 수업에 늦게 참여한 적은 많았지만 교육자로서 늦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고 그것은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정말 악몽같은 불안한 시간이었다.








천사 (2009-05-03 03:48:12)
다만희망샘...고생이 많았겠어요. 학생들이 기다릴 생각에 거의 암 생각이 없었겠네요. 그래도 착한 학생들이 샘을 이해하고 반갑게 맞아 수업을 잘 마치고 또 두번재 주에는 재미있었다는 평가도 받았으니...흠...샘의 정성이 통한듯...
샘, 저는 오늘 중간고사 시험을 마치고 이제서야 여기저기 흔적을 남깁니다. 새벽 3시가 넘어 끝난 시험...피곤하고 지치지만 알아가는 깊이가 깊으면 깊을수록 더 많이 배워서 더 잘 가르치고 싶은 욕망이 커집니다. 우리의 한글이 세계속에 우뚝 서는 날을 보는 날, 그 날엔 후배에게 제 배움을 물려주렵니다.^^
건강하시고요...몽콕에서의 악몽을 더이상 만나지 않기를 바라며...5월의 가을 낙옆을 한아름 드립니다. 평안한 주일 보내시기를...







별찬 (2009-05-11 00:09:00)
교사에게 늦는 만큼 마음 졸이는 일이 없지요... 그래도 선생님의 가르침에 대한 열정과 실력을 파악한 학생들에겐 늦은 것 쯤이야.. ㅎㅎㅎ 모든 학생 사라의 마음이었을 줄 확신합니다.







김현주 (2009-08-04 05:14:35)
은희 선생님, 보고 싶어요. 저 스페인의 김현주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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